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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밀착하는 케이블 드라마, 현실을 벗어나는 지상파 드라마

매주 금~토요일 방송되는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은 지난 7일 방송에서 5.2%의 전국가구 시청률(이하 닐슨 코리아 집계)을 기록했다. 최근 웬만한 지상파 미니시리즈가 평균 6~8%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수치에 비교하면 기록적인 선전이다. <미생>의 성공에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상황설정과 인물설정이 있었다. 드라마에서는 흔한 로맨스와 출생의 비밀을 제외하고서도 충분히 긴장감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또 다른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는 기업의 공금횡령, ‘묻지마’ 살인, 구조조정의 폐해 등 공권력에서 좀처럼 해결해주지 못하는 생활밀착적 범죄들을 전과자 출신 인물들이 해결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지난달 27일부터 방송 중인 SBS플러스의 드라마 <도도하라>는 동대문을 배경으로 쇼핑몰을 창업하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담긴다. 그 중에 짝퉁이나 상가 계약관계 등 실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가 나온다.

케이블채널 tvN의 금토극 ‘미생’. 사진 경향DB

반면 동시간대 지상파 드라마들은 모두 현실에서 벗어나 있거나 아예 초현실적 상황을 다루고 있다. MBC 수목극 <미스터 백>은 정체모를 기현상으로 30대 젊은이로 변신한 70대 재벌 노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KBS2 수목극 <아이언맨>은 화가 나면 몸에서 칼이 돋는 남자의 이야기다.

케이블채널 OCN의 드라마 ‘나쁜 녀석들’ 포스터. 사진 OCN

현실을 다뤘다고 해도 전개 과정은 현실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종방한 SBS 수목극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는 가요계를 비롯한 연예계의 숨겨진 이야기를 전하겠다고 했지만 그 이야기는 주인공들의 연애담에 가려진 경우가 많았다. 마지막회에서는 심지어 남자 주인공이 떠나는 여주인공을 붙잡기 위해 라디오에서 방송사고급 행동을 하지만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 허무맹랑한 설정이 나왔다. KBS2 월화극 <내일도 칸타빌레>의 경우도 클래식 음악에 집중하겠다는 당초 기획 의도와는 달리 천재 첼리스트를 등장시켜 설내일(심은경)-차유진(주원)과의 삼각관계를 만들고 있다.

케이블채널 SBS플러스 드라마 ‘도도하라’. 사진 SBS플러스

장르적으로도 다변화를 꾀하고, 실생활을 소재로 삼고 있는 케이블드라마에 시청자들의 열기는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드’(미국드라마), ‘일드’(일본드라마)로 불리는 외국 장르물에 익숙해진 젊은 층의 호응이 크다. <나쁜 녀석들>은 최고 4%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미생>과 함께 케이블채널 드라마 흥행호조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에서 젊은 층을 목표로 하는 미니시리즈는 지난주 방송에서 <미스터 백>가 13.9%, MBC 월화극 <오만과 편견>이 10.8%로 10%를 넘어선 반면 나머지 네 작품은 모두 6%대나 그에 못 미치는 시청률로 지상파 미니시리즈 침체를 이어가고 있다.

KBS2 수목극 ‘아이언맨’의 한 장면. 사진 경향DB

지상파 역시 단막극을 준비하면서 젊은 세대를 공략하면서도 장르물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시작하고 있긴 하지만 정작 가장 많이 보는 시간대의 드라마들은 대규모 PPL(간접광고)와 스타 마케팅 그리고 로맨스에 집중하지 않는 이상 편성의 벽을 넘기 힘들다.

최근 종방한 SBS 수목극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한 장면. 사진 SBS 방송화면 캡처

방송가 전문가들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침체와 <미생> 등 케이블드라마의 선전을 “현재 판세를 잘 읽고 있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의 필연적인 결과”라고 평가한다. 시청자들은 완성도와 장르물 특유의 진행을 모두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데 지상파에서만 ‘막연히 로맨스와 코미디를 좋아할 것’이라는 오판에 빠져있다는 분석이다.

KBS2 월화극 ‘내일도 칸타빌레’ 포스터. 사진 KBS

드라마평론가 충남대 윤석진 교수는 “케이블드라마는 기획단계부터 목표로 하는 대상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그들의 전문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장르화, 질적 향상 등을 꾀해왔다. 이런 부분들이 변화하는 젊은층의 드라마 소비 형태에 잘 부합했기 때문에 흥행 성공작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짚으면서 “지상파의 경우에는 실제 현장 연출자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겠지만 편성권을 쥐고 있는 직급에서 많은 시청자가 만족하는 장르가 로맨스와 코미디라고만 생각해 복제품 같은 드라마를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MBC 수목극 ‘미스터 백’ 포스터. 사진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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