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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메모] 양상문 열정에 뒷짐만 지고있는 LG구단

LG 양상문 감독은 7월초 취재진을 모아놓고 한 가지 구상을 공개했다. 내년 전지훈련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끝까지 마치겠다고 했다.

최근 여러 팀이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뒤 후반 일본으로 이동해 연습경기를 치렀다. LG도 그랬다. 그러나 시차가 큰 미국에서 일본으로 이동하는 것이 효율적인 훈련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많다. 더구나 LG가 일본 오키나와에서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 이시카와 구장은 그 지역에서도 가장 낙후된 구장이다. 이에 양 감독은 내년 LG의 준비를 오로지 애리조나에서 완성할 계획을 세웠다. NC와 넥센 등도 애리조나에서만 캠프를 차려 현지에서 연습경기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 | 사진 = 스포츠경향DB

취임한 지 한달 반, 양 감독이 LG 지휘봉을 잡은 뒤 처음으로 밝힌 이 공식 계획은 현재 물거품이 됐다. LG는 내년에도 애리조나에서 오키나와로 캠프를 이동한다.

스프링캠프는 시즌을 준비하는 핵심 단계다. 감독이 바뀌면 당연히 그 구상과 성향에 따라 훈련지도 바뀐다. 그러나 양 감독은 첫 스프링캠프부터 뜻대로 할 수 없게 됐다. 양 감독은 시즌 막바지에 “애리조나에서 오키나와로 넘어가기로 했다. 대신 오키나와에서는 오로지 연습경기만 할 수 있는 일정을 잡아 애리조나에 최대한 머물다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이 바뀐 이유는 누구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단, 그룹의 야구사랑이 무한한 LG는 거의 매년 구단주가 그룹 임원들과 함께 선수단 격려 차원에서 오키나와를 방문해왔다는 점에서 주변의 말만 많다.

취임 당시 꼴찌로 추락해 있던 LG를 4위로 끌어올린 양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마치고도 강행군 중이다. 플레이오프가 끝난 지 불과 사흘 만에 내년 외국인투수를 보기 위해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구단은 완전한 ‘휴가’ 상태다.

양 감독은 출국 이틀 전 김무관 타격코치와 김민호 외야수비코치의 이적 소식을 들었다. 시즌을 마치고 사령탑 5명이 교체되면서 모두가 코치들의 대이동을 예상했지만 LG는 1군 메인코치 두 명의 이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열흘도 더 지난 13일 현재도 새 코치 영입 소식은 없다. 그 사이 LG의 레전드 투수 이상훈은 하필 이웃집 두산 코치로 입문하게 됐고, 레전드 타자 김재현은 한화 타격코치로 역시 지도자 데뷔를 하게 됐다. 넥센에 있던 김동수 코치가 LG로 옮긴다는 소식도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그 사이 토종 선발 류제국·우규민과 베테랑 불펜 정현욱은 수술을 받았다. 오른 무릎 연골 수술을 받은 류제국은 재활에 5달이나 걸린다. 내년 성패를 좌우할 중대사인데도 LG 구단은 ‘쉬쉬’만 하고 있다 선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하는 바람에 들통났다.

구단이 김기태 감독 사퇴 뒤 약 한 달을 공백 상태로 두다 양 감독을 선임했을 때, LG의 4강 진출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LG가 2년 연속 가을야구를 할 수 있게 만든 양 감독은 플레이오프 탈락 직후 “내년에는 시즌 처음부터 승수를 많이 쌓겠다”며 패자의 분한 심정을 털어놨다.

시즌은 모두 끝났다. 이제 1년 중 구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때다. 그런데 과연 LG 구단은 감독의 열정을 뒷받침할 준비가 돼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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