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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볼 PM 6:29] 어려울수록 '거물 감독' 모셔야

2년 전, 한화가 김응용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영입했을 때 그 소식을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받아들인 야구인은 거의 없었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만 10차례 이룬 초특급 거물이었지만 8년의 현장 공백기를 보내고 있었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자칫 잃을 게 많을 수 있는 선택이었다. 한화 입장에서도 성공을 장담할 수만은 없는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손을 내민 쪽과 잡은 쪽의 계산이 어디까지 미쳤든 둘간의 극적인 만남은 그 겨울의 최대 이슈가 됐다.

흥미로운 것은 둘의 결합 이후의 일이다. 그에 앞서 4년간 꼴찌만 3년을 했던 팀 한화는 여론의 포화가 예견된 가운데 겨울을 맞고 있었다.

한화 김성근 감독. | 사진 = 한화 이글스 제공

그러나 세간의 관심은 곧장 ‘김응용’이라는 이름 석자에 쏠렸다. 한화는 개막 13연패까지 몰렸지만 패전의 아픔 또한 김응용이란 이름을 시작으로 재해석됐다.

일종의 비 내리는 계절이었다. 한화는 젖은 날에 자기 멋을 한껏 내기보다는 세상에서 가장 큰 우산을 하나를 가져다 썼다. 한화는 그 뒤로도 햇볕 좋은 날을 맞지 못했지만 폭우를 몇 ㎝ 머리 위에서 막아준 우산 덕분에 그래도 온전한 몸을 지켜낼 수 있었다.

이 겨울, 한화 야구를 향한 ‘희망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한화는 3년 연속 꼴찌로 추락한 팀으로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겨울 뉴스 시장의 중심에 서 있다.

우여곡절 끝에 전보다 더욱 단단한 우산을 쓴 덕분이다. 아직 새 시즌을 맞으려면 넉달은 더 지나야하는데 그 매일의 준비과정이 팀의 일기처럼 중계방송되고 있다. 꼴찌 역사를 새로 쓴 한화의 지난 일은 그 사이 수면 아래로 쑥 들어가 버렸다.

구단 또한 자기 색깔을 내야 할 때, 또 그것을 낼 수 있을 때와 그렇지 못할 때가 있다.

한화는 지난 2차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사령탑에게 팀을 끌어가는 ‘키’를 넘기는 신호를 줬다. 어쩌면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 이력을 가진 두 사령탑을 차례로 영입했고, 또 한번 과거보다는 미래로 시선을 모으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론의 수요자이자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는 팬이라는 소비자를 상대해야 하는 구단 입장에서는 매우 현명한 선택을 한 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시즌 한화만이 어려운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다. 구단 안팎의 문제로 한화의 현실보다 훨씬 더 어두운 시간을 보낸 팀도 있다. 구단 내분이 만천하에 드러나며 선수단이 성명서까지 내는 유례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금이야말로 ‘우산을 써야 한다’는 직·간접적인 조언도 있었다.

그러나 선택은 전혀 달랐다. 비오는 계절, 우산 쓰기보다는 어떻게든 자기 색깔을 내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 또한 나름의 이유를 갖고 내린 결정이었겠지만 일단은 비오는 날 흰바지를 입고 나온 것처럼 아직은 무척 부자연스러워보인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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