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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왕’ NC 박민우 키운 '30년 롯데팬' 아버지

박민우(21·NC)의 아버지 박현수(52)씨는 열혈 롯데팬이었다. 경남 지역 출신인 박 씨는 구덕운동장, 사직운동장을 매일같이 찾아 야구를 봤다.

2남 1녀 중 막내인 박민우는 운동선수로서의 재능을 일찍부터 드러냈다. 박민우의 어머니 김정애(48) 씨는 “민우가 워낙 활동적인걸 좋아하고 승부욕도 강했다”고 떠올렸다.

박민우가 다니던 마포초등학교에서 처음에 축구를 권했지만 ‘야구광’인 아버지는 야구를 시키기로 결심했다. 초등학교 3학년, 박민우는 용산 리틀야구단에서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NC 박민우가 18일 서울 K호텔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MVP, 최우수 신인 선수상 및 각 부문별 시상식에서 최우수 신인선수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그렇게 야구를 시작해 십년이 넘었다.

박민우는 18일 프로야구 선수라면 생애 단 한번밖에 받지 못한다는 신인왕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최우수신인선수 시상식에서 박민우는 기자단 투표에서 99표 중 71표를 받아 영광을 차지했다.

박민우는 수상 소감을 밝히면서 “부모님,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NC 박민우가 18일 서울 K호텔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MVP, 최우수 신인 선수상 및 각 부문별 시상식에서 최우수 신인선수상을 수상하고 부모님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평소 부모님에게 무뚝뚝하다는 막내 아들은 이날만큼은 부모님을 향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는 “내가 부모님에게 싹싹하게 하는 편이 아니다. 경기가 끝나고 집에 늦게 들어가서도 말 없이 잔다”며 “창피하지만 ‘사랑한다’고 했다. 부모님이 제일 고마우신 분이다”라고 했다.

부모님의 뒷바라지는 남달랐다. 특히 아버지 박 씨는 박민우에게 헌신적이었다. 박민우가 초등학생일 때에는 타학교 야구 경기를 지켜보면서 분석한 뒤 알려줬다. 박민우가 중학교, 고등학교로 진학한 후에도 아버지는 뒷바라지를 멈추지 않았다. 아버지 박 씨로서는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박민우는 “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나에게 올인하시다시피 했다. 엄하게 한 적도 없고 체벌을 하신 적도 없다”며 “야구에 대한 것을 너무 잘 알아서 경기하고 위기 상황이 오게 됐을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려주셨다”고 했다.

박민우가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9순위로 NC에 지명이 됐을 때 아버지는 미련없이 좋아하던 팀도 바꿨다. 박 씨는 “30년 팬심을 어쩔수 없이 버렸다”며 미소지었다. 그러면서 “신생팀 NC로 가게 되서 내심 민우가 잘 될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얼마 되지 않아 NC가 포스트시즌도 가더라”고했다.

서울에 살던 가족들은 박민우를 위해 과감히 창원 마산으로 이사가기로 결심했다. 아버지는 하던 사업까지 접었다. 박민우는 “2012년에 미국 애리조나에 스프링캠프를 갔는데 그 사이 가족들이 마산으로 다 내려와있더라”며 “덕분에 혼자 사는 선수들보다 잘 먹고 지낼 수 있었다”고 했다.

아버지는 늘 ‘과유불급’을 강조했다. 박민우가 올시즌 신인답지 않은 대담한 활약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아버지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인왕이란 큰 목표를 이룬 박민우는 이제 내년을 바라보고 있다. 박민우는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1군 경쟁’부터 이겨나가야 한다”며 “올해와 똑같은 스타일을 그대로 하면서 내년에는 더 성장한 모습으로 뛰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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