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명은 당차고, 어느 한 명은 나긋하다.
이질성이 조화를 빚어낼 경우엔, 대개 사뭇 기대치 못한 결과를 일으키곤 한다. 두 사람의 만남엔 그래서 더 큰 기대감이 걸린다.
가수 이하이(18), 그리고 남매듀오 악동뮤지션의 멤버 이수현(15).
두 사람은 최근 YG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콜라보팀 ‘하이수현’으로 뭉치면서 화제를 빚어내고 있다. 두 명이 한데 부른 ‘나는 달라’는 발표와 동시에 곧장 차트 정상을 움켜쥐었다. 질감좋은 10대의 협업에 다들 칭찬 한마디씩을 보태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본사 3층 스튜디오에서 만난 ‘하이수현’의 이하이와 이수현은 각자가 가진 매력으로 눈인사를 띄웠다. 이하이는 동그란 눈을 뜨고 있었고, 이수현은 특유의 반달같은 눈매로 웃음을 대신했다. 뒤편으로는 가을 빛에 물든 가로수와, 시원하게 뻗은 도로, 그리고 한강이 다정한 운치를 더했다.
재능 많은 두 10대 여가수들은 어떤 연유로 뭉치게 된 걸까? 또 서로에 대한 소회는 어떠할까? 스포츠경향이 이들과 나눈 오랜 대화를 16문16답으로 소개한다.
Q1. 아, 먼저 축하드려요. 두 사람의 노래 ‘나는 달라’가 1위에 올랐어요.
이하이(이하 하이)= 1위에 오르는 순간 바로 이 YG사옥에서 (이)수현이와 함께 있었어요. 서로를 얼싸안고 펄쩍펄쩍 뛰어다니까요. 정말 좋더군요.
이수현(이하 수현)= 제게 악동뮤지션 외 활동은 이번이 처음이랍니다. 솔직히 하이 언니에, 랩피처링을 도와준 바비 오빠까지 가세했으니, 차트 구석에 있진 않을 것이라고 여기긴 했어요. 노래가 발표된 지 5분 정도가 지나니 1위에 ‘탁’ 올라서더라고요. “언니 우리 했어!”라고 소리를 질렀지요.
Q2. 하이수현, 이 팀은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요?
하이= 6~7개월 전 쯤이에요. 사장님(양현석 프로듀서)이 둘이 한 번 해보라며 곡을 줬고 그렇게 녹음을 시작했어요. 그때 받았던 곡은 수현이한테 더 어울리는 어쿠스틱한 곡이었죠. 녹음만 하고 아무런 소식이 없어서 그냥 늘상 그랬던 것처럼 그냥 지나가는가보다 했었죠.
수현= 그 때부터 우리 협업곡이 한번은 나올 것같다는 예감이 들긴 했어요. 잊고 있다가 한 달 전쯤 또 다른 곡이 나와 녹음을 해봤어요. 그 노래가 바로 이번 신곡 ‘나는 달라’였죠. 저는 중간 작업이 엎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곧바로 출시 날짜가 나오더라고요. 11월12일 ‘후이즈 넥스트?’라는 공지가 YG블로그에 떴을때 그제서야 저희도 실감하게 됐지요.
Q3. 두 사람 원래 친했나요?
하이= 그럼요. 악동뮤지션과 저 이렇게 셋이서 일본 여행을 한번 다녀온 적도 있어요. (이)찬혁이와는 저가 동갑이기도 하고요.
수현= 그래서 진짜 친언니하고 활동하는 것 같다니까요.
Q4. 악동뮤지션의 이찬혁군이 두 사람의 만남을 질투를 할 것같기도 한데요?
수현= (웃음) 맞아요. 은근 질투해요. 이러더군요. “악동뮤지션으로 보여줄 게 많으니 너무 많은 소모를 하진 말라”하고요.
하이= 찬혁군의 이야기, 적절지 못한 말입니다.(웃음) 저는 매우 노력할 것이에요. 자꾸 질투하는 것만은 분명해요. 제게 자기가 만든 노래를 들이밀어요. 자기랑 하자고 하고요.
수현= 우리 뮤직비디오 찍을 때 오빠가 구경왔는데, 그때 기타를 들고오더라고요. 보통 놀러 올땐 빈손으로 오잖아요. 제 촬영분 끝나고 차에 갔더니 오빠가 대뜸 “차에서 나가! 우리(이찬혁, 이하이)가 바로 악동뮤지션이다” 이러는 거에요. 그리고선 하이 언니랑 찬혁 오빠가 ‘다리꼬지마’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뭔지 아세요? 두 사람이 심지어 너무 잘한다는 거였죠.
Q5. 이하이, 이수현 두 사람은 닮은 게 많은가요? 다른 게 더 많은가요?
하이= 달라서 가까운 경우랄까요. 이렇게 오늘 입은 옷(하이는 힙합 분위기의 호피 의상을, 수현은 소녀적인 핑크 의상을 입고 있었다)도 그렇고 취미도 다르고요. 제 무대는 강한 편인데 끝나면 홀로 조용히 집에 있는 걸 좋아해요. 반면 수현이는 무대는 소녀같은데, 내려오면 적극적이고 공원이며 바깥에 산책을 다니는 걸 좋아하고요. 저는 집에서 영화를 보는 스타일이랍니다.(웃음)
수현= 저는 밖에서 영화를 보는 스타일이고요. 어쨌거나 영화보는 건 둘 다 좋아하잖아요?
Q6. 두 사람의 만남, 어떤 의미일까요?
수현= 저희 생각으로는 두 사람 다 나이도 어리고, 여자 보컬이기도 하고, 아마도 서로에게 배울 것이 많다고 주위분들이 판단했던 것같아요.
하이= (양현석 프로듀서는)말은 차갑지만 되새겨 보면 안에는 정말 따뜻한 의미가 담겨 있을 때가 많아요. 이번 협업, 동생들로부터도 배울 것이 무척 많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Q7. 그러고 보니 원래 추구해온 각자의 음악은 각자 색깔이 분명해요.
하이= 저는 팝을 좋아하고요.
수현= 저는 가요를 좋아하죠.
하이= 음악적으로는 서로 이질적이란 걸 잘 알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R&B 솔 스타일의 팝송을 들려주면 찬혁이와 수현이는 거의 모르고, 반대로 찬혁이 좋아하는 언더쪽 노래는 또 제가 잘 모를 때가 대부분이고요. 이렇게 어울리면서 각자가 좋아하는 걸 소개해주니까, 서로의 폭이 확실히 넓어지긴 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얻는 게 자꾸 쌓여가고요.
수현= 언니 때문에 여러 장르를 알게 돼요. 리한나의 음악도 듣게 되고요. 언니 노래는 스킬도 좋잖아요. ‘워~어어~’하는 테크닉을 엄청 잘하고요. 그거 좀 가르쳐달라고 배우기도 하고요. 그 테크닉의 비결이요? 그냥 막하면 된다던데….(웃음)
Q8. ‘나는 달라’에 대해 소개좀.
하이= R&B 솔 장르입니다. 리듬이 강하고요. 제 이전 노래 ‘1, 2, 3, 4’ 처럼 비트가 위주가 되죠. 저랑은 잘 맞는데 수현이에게는 어떨까 했는데, 시작이 어렵지 막상 하니까 잘하더라고요.
수현= 걱정이 많긴 했죠. 이건 시너지가 아니라 오히려 방해되지 않을까 고민을 했지요. 오빠한테 어떻게 해야하는지 상의를 했더니 “너는 너처럼 부르는데 노력하면 될 것”이라고 조언해주더라고요. 처음에는 언니 스타일을 저도 모르게 따라가다가 결국 두번째 녹음에서 제 스타일대로 부를 수 있게 됐지요.
Q9. 노래의 메시지는 뭔가요?
수현= 나는 달라, 다른 여자들과 우린 달라, 뭐 이런 이야기죠.
하이= 다르면 더 재미있지 않나요?
Q10. 래퍼 바비가 피처링을 해줬어요.
하이= 바비 오빠가 들어오니까. 노래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수현= 역시 오빠만이 할 수 있는 ‘엣지’를 확실히 넣어주더군요. 사실 저 정말 바비 오빠 랩 정말 좋아해요. 꼭 한번 같이 작업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예전에 “오빠, 왜 이렇게 피처링을 많이 해, 나랑해야지”하며 졸랐던 적도 있어요. 이번 바비 오빠 파트가 너무 좋아서 좀 더 늘려줬으면 했고요. (웃음)
Q11. ‘하이수현’이라는 팀 이름은 마음에 드나요?
수현= 사장님(양현석 프로듀서)이 지었는데, 처음에는 ‘이름 짓기가 귀찮으셨나?’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었답니다. 근데 들으면 들을 수록 이 이상의 이름이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희한테 딱 맞는 이름같고요.
하이= 하이수현…. 어감도 좋잖아요.
Q12. 두 사람 모두 SBS 오디션 <K팝스타> 출신이에요. <K팝스타>는 여전히 각별하죠?
하이= 제게 얼마나 많은 걸 주었나요. 시작점이자, 고향 같은 존재죠. 활동을 하다보면 순위경쟁이 치열한데 그걸 견디게 해주는 원동력도 되어주고요.
수현= 꿈을 찾게 해준 곳이 잖아요. 그전에는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실루엣 정도만 있었는데, <K팝스타>를 계기로 무대에 서는 즐거움을 알게 됐고, 또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지요. 값진 경험을 안겨준 시간이지요.
Q13. K팝스타 무대에 섰던 상대의 모습을 평가해준다면요?
수현= 처음엔 하이 언니 무대보고 한국 사람이 아닌 줄 알았어요. 외국에서 오래 살았거나, 혼혈이거나…. 저렇게 진한 인상을 남기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었죠.
하이= 부끄럽지만, 수현이가 하는 말, 그냥 계속 듣게 되네요.(웃음) 저는 악동뮤지션의 색깔, 그 독특함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수현이가 너무 부럽기도 했고요. 수현이는 자신한테 딱 맞는 프로듀서(이찬혁)를 갖고 있으니까요.
수현= 오빠 말이 나와서 그런데 저 지난해까지 엄마한테 계속 동생을 좀 낳아달라고 부탁을 드렸답니다. 오빠가 노래 만드는 법을 가르키고, 저는 노래를 좀 알려주면 그 동생은 둘 다 갖게 될 것이잖아요. 엄마가 하도 안되니까. 강아지를 하나 선물해주셨죠. ‘쪼메’라는 이름이 붙은 제 강아지 때문에 동생 낳아달란 이야긴 이제 안한답니다.(웃음)
Q14. 이하이양도 요번에 수능을 안봤고, 수현 오빠인 찬혁군도 수능을 보지 않았어요.
하이= 그 선택에는 후회가 하나도 없습니다. 음악 아니면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또 저는 아무 것도 안될 테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걸 선택한 게 인생에서 가장 잘 안한 일이 아닐까해요.
수현= 저희는 학원도 한번 제대로 안가봤고, 아시다시피 학교도 제대로 다닌 적도 없어요. 몽골에서 미국인 친구, 필리핀 친구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영어를 배웠고, 교회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피아노도 익혔고요. 모든 걸 좀 자연스럽게 배웠다 할 수 있어요. 부모님도 공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진 않았고요. 공부는 행복에 ‘플러스’를 주어야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억지로 하는 대신 하고싶을 때 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봐요. 오빠나 저나 대학을 가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당장은 아니라고 여기고 있지요.
Q15. 두 사람의 협업, 일회적인가요?
하이= 많은 분들이 좋아해서 다시금 해보고 싶어요. 제가 곧 20대가 될 텐데 나이가 들어서도 좀 해보고 싶고요.
수현= 일회에 그치진 않았으면 해요. 요번에는 언니 스타일을 했으니, 다음에는 어쿠스틱한 스타일로도 해보고싶고요. 아! 그러면 오빠가 또 ‘디렉팅’을 보겠구나.
하이= 녹음할 때 찬혁이가 수현이한테는 되게 깐깐하게 해요. 나한테는 잘 해주는데….
Q16. 협업 이후 각자의 활동은 어떻게 되죠?
하이= 그 사이 제게 공백기가 좀 있었지 않습니까. 최근 에픽하이 선배님 공연을 봤는데 울컥하더라고요. 힘든 시간, 슬픈 시간 모두 공연에 담겨 있어서 참 좋더군요. 저도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슬픈 일도, 이별의 아픔도…. 그렇게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고, 2집을 타이트하게 준비해나가는 게 우선의 목표이고요.
수현= 곧 악동뮤지션의 공연이 있어요. 에픽하이 선배님 공연 했던 곳에서 저희들이 하고요. (에픽하이 선배가)너무 멋있어서 솔직히 부담이 되긴 해요. 처음이니까 열심히 해보려고요.(이수현은 머리를 쥐어뜯는 시늉을 했다.) 잘 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