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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번트다’ 한화 지옥캠프에서 웃음 터진 사연

지옥훈련이라고 해서 꼭 인상을 구기도록 힘들기만 하란 법은 없다. 한화의 마무리훈련장에도 큰 웃음이 넘쳐날 때가 가끔은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무리훈련 중인 한화는 최근 독특한 방식으로 번트 훈련을 했다. 타석 앞 조금 떨어진 거리에 각각 지름 약 70㎝의 원 두 개를 나란히 그려놓고 원 안에는 각각 O와 X를 적어놓았다. O는 타자의 왼쪽, X는 타자의 오른쪽에 그려넣었다. 번트를 대되 O가 적힌 원 안으로 타구를 넣어야 하는 일종의 게임을 했다.

김성근 감독 사단으로 한화에 함께 합류한 일본인 코치 쇼다 코조 타격코치가 제안한 훈련 방식이다. 무작정 번트를 대기보다는 하나의 목표 지점을 정해놓고 번트를 대 정확도를 높일 수 있게 했다.

한화 선수들이 쇼다 코조 타격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색 번트 훈련을 하고 있다. 많은 선수들이 O와 X 사이로 공을 흘려보내 성공하지 못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아무리 훈련이지만 그냥 하면 물론 재미 없다. 쇼다 코치는 결과에 따라 각각의 상과 벌도 마련해뒀다.

O가 적힌 원 안으로 번트를 잘 대는 선수에게는 방망이 한 자루를 상품으로 주고, X가 적힌 원 안으로 번트를 잘못 대 실패하는 선수에게는 야구장 외야 폴에서 폴까지 왕복 달리기를 벌칙으로 예고한 채 본격적인 게임에 들어갔다.

정근우와 조인성, 김회성, 전현태 등 일부 선수들이 이 ‘게임을 가장한 훈련’에 참가했다. 이 가운데 과연 누가 상을 받고 누가 벌을 받았을까.

이왕 해야 하는 훈련, 성공해서 방망이 선물을 받으면 더 좋지만 선수들에게는 그 와중에 외야 러닝 벌칙까지 더해지는 악몽을 피하는 것이 더 절실한 현실이었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집중력을 발휘한 가운데 ‘꾀돌이’ 정근우는 배팅케이지 뒤에서 김회성과 함께 작전을 짜기도 했다.

한화 정근우(오른쪽)가 전현태의 번트 훈련을 뒤에서 지켜보며 김회성과 작전을 나누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각자 10차례씩 3세트를 돌아가며 시도했으니 총 30번 번트를 댈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게임이었다.

쇼다 코치로부터 방망이를 상품으로 받은 선수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아무도 O가 적힌 원 안으로 제대로 타구를 맞혀넣지 못했다. 모두 두 원 바깥쪽으로 빠지거나 두 원 사이로 흘러 ‘꽝’이 되었다.

반면 불운의 주인공은 탄생하고 말았다. 다른 선수들처럼 타구를 계속 어중간하게 보내던 전현태는 참가 선수 중 유일하게 원 안으로 타구를 넣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O가 아닌 X가 적힌 원이었다.

모두가 보고싶어하지 않던 그 순간이 탄생하자 지켜보던 선수들 사이에서는 안타까운 탄성과 함께 큰 웃음이 터져나왔다. 비련의 주인공 전현태도 허무한 웃음을 터뜨렸다.

한화 전현태가 번트를 댄 뒤 타구가 ‘X’가 적힌 원 안으로 들어가자 허탈해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의 이번 마무리훈련은 여느 마무리훈련과 다르게 강도와 훈련량에서 최고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캠프 초반에는 새 사령탑의 등장과 함께 느닷없이 지옥에 떨어진 한화 선수들의 고되고 당황스러운 모습들이 대공개됐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가 적응해가고 있다. 힘든 선수들을 고려해 훈련장 구석구석에서 발휘되는 코치들의 센스로 훈련 분위기도 순조롭다. 쇼다 코치의 이색 번트 훈련도 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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