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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매치’…그래도 호쾌한 도심 액션 영화

실력있는 축구 선수였지만 욱하는 성격을 참지 못해 폭행 사건으로 은퇴한 최익호(이정재). 최익호는 레슬링 선수 출신 형(이성민)의 코칭 하에 주목받는 격투기 스타로 새 인생을 산다. 둘은 소변보는 소리만 들어도 컨디션을 알 정도로 일침동체의 형제다. 동생인 최익호는 인터뷰마다 “형 때문에 경기에서 싸운다”고 할 정도로 우애가 두텁다. 그러던 어느날 정체불명의 악당 에이스(신하균)는 익호의 형을 납치하고, 이를 미끼로 최익호에게 불가능한 지령을 내린다. 경찰서 유치장, 불법 도박장, 상암 경기장, 서울역 등 서울 도심 전체를 무대로 게임판이 펼쳐놓고 형을 구하기 위한 지령을 내린다.

<빅매치>(감독 최호·제작 보경사)는 때리는 기술은 없지만 영혼으로 맞는 불굴의 파이터와 사이코 악당의 한판 대결이다. 포기를 모르는 전사를 연기한 이정재는 불혹 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온갖 액션을 두루 선보인다. 수갑을 찬 채 유치장 창살을 이용해 화려한 발차기를 선보이고, 자동차가 질주하는 도로를 구르고, 옥상에서 활강하듯 뛰어내린다.

액션을 보여주는 동시에 군데군데 심어놓은 유머 요소로 최익호의 캐릭터를 구축한다. 정의를 위해 악당과 싸우는 전사가 아니라 형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게임에 휘말린 보통 사람 최익호에 집중한다. 최익호는 형을 위해서라면 긴박한 상황에서도 노래방에서 코믹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를 수는 인물이다. 그러나 최익호와 대척점에서 큰 축을 이끌어야 하는 악당 에이스는 평면적이라 긴장감이 떨어진다.

한류 가수 출신의 보아는 최익호에게 에이스의 지령을 전달하는 ‘빨간 천사’ 역할을 맡았다. 보아의 스크린 데뷔작은 할리우드 영화 <메이크 유어 무브>이지만 댄스를 매개로 한 작품이었고, 대사 대부분이 영어였다. <빅매치>가 그녀의 본격적인 한국 스크린 데뷔작인 셈이다.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빨간 천사는 에이스와 최익호 사이를 오가며 긴장감을 형성해야 하는데, 연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연기보다는 담배 피는 모습이 더 눈에 띈다.

조연들의 조합은 관객들의 눈길을 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피끓는 청춘> 등 출연작마다 생기를 불어넣어온 라미란은 이번 영화에서 익호의 형수 역을 맡아 재미를 준다. 또 다른 ‘신스틸러’ 배성우도 잔혹한 불법도박장 사장과 허당끼 있는 악당을 오가며 ‘밀당’한다.

여러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서울 도심을 무대로 한 호쾌한 액션은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20일 서울시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언론시사회 전 무대에 오른 ‘보경사’의 심보경 대표는 “어떻게 하면 즐거운 영화를 만들 수 있을 지 고민해왔는데 배우들이 구르고 망가지는 게 관객들의 재미와 쾌감으로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배우들이 고생한 만큼) 재밌고 즐겁게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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