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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경부선 시리즈’…그가 하차할 역은?

2004년 KTX(고속철도)가 개통하면서 프로야구 관계자들의 이동 수단도 크게 달라졌다.

서울에서 대전·대구·부산 경기를 찾아갈 때 KTX를 이용하는 게 보편화됐다. 비단 현장 밖 관계자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보통은 구단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선수 또는 코칭스태프도 때때로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KTX에 오르고 있다.

서울에서 KTX 경부선을 타면 각 구단의 연고지를 하나씩 거치게 된다. 한화의 대전역, 삼성의 동대구역, 그리고 롯데의 부산 또는 구포역이다. 최근에는 NC의 마산역까지 프로야구 관련 역으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경부선에 놓여있는 팀 가운데 올해 내부 FA(자유계약선수)를 잡아야 하거나 외부 FA에 눈독을 들이는 곳이 줄이어 나온다. 이들의 경쟁 양상에 따라 시장 온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지키려는 남쪽 구단과 끌어오려는 서울 구단의 접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과 롯데는 투수 지키기에 온힘을 쏟고 있는 반면 잠실구장을 함께 쓰는 LG와 두산은 투수 보강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다.

롯데 장원준.

실제 FA 투수 자원 가운데 상위 랭커가 삼성과 롯데에 모두 모여있다. 삼성은 윤성환·안지만·배영수·권혁 등 FA 투수 4명과 우선 협상을 시작했고, 롯데도 장원준·김사율 등 FA 투수들과 내년에도 함께하기 위한 움직임에 들어갔다.

LG는 외부 FA 영입에 보다 적극적이다.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류제국과 우규민이 내년 시즌 초반을 함께할 수 없기 때문에 검증된 선발요원 보강에 신경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LG는 2013시즌을 앞두고 좀처럼 손대기 어려운 삼성 FA를 낚아낸 이력도 있다. 불펜의 축이던 정현욱을 영입해 그해 4강 진출을 이루는데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두산은 상대적으로 보폭이 작아보인다. 그러나 내부 FA가 전혀 없는 상태라서 계산이 끝나면 순발력 있게 움직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단 안팎의 갖가지 일로 암흑의 시간을 보낸 롯데가 FA 시장에서 어느 정도 탄력적으로 움직일 지도 주요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특히 왼손 에이스 장원준이 부산역에 머물지, 상행선을 타고 올라가다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내릴지 여부는 올겨울 ‘FA 극장’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경부라인의 허리를 지키는 한화의 행보는 단정짓기 어렵다. 한화는 지난해 FA 시장에서 정근우(4년·70억원)와 이용규(4년·67억원)를 동시에 품는 폭발적인 움직임을 보였지만 올겨울에는 어느 정도 외부시장을 향해 손짓할지 지켜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 지휘봉을 잡은 김성근 감독의 그간 이력 때문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훈련을 놓고는 적극적으로 구단 지원을 요청하지만, FA 영입을 놓고는 몸값 추이까지 살피며 냉정히 입장을 밝히는 사례가 많았다. 원하는 선수의 몸값이 폭등하면 현장에서 먼저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비슷한 행보를 보일 여지가 없지 않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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