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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집 앨범 ‘HIM’낸 김범수, 진짜 김범수 내보이려 ‘힘’낸 이야기 [인터뷰]

지난 21일 발매된 가수 김범수(35)의 여덟 번째 정규앨범을 모두 들어본 소감은 ‘발라드를 부르는 김범수는 멈췄다’였다. 1999년 데뷔 앨범 <어 프로미스(A Promise)>의 타이틀 곡 ‘약속’을 낸 이후부터 그는 15년 동안 대한민국 간판 발라드 가수로 활약했다. 이후 그가 MBC <나는 가수다>의 노래 ‘님과 함께’를 통해 공연형 가수로 변모했어도, 이후 각종 예능프로그램과 엠넷 <슈퍼스타K6>의 심사를 할 때도 그의 음반만큼은 침착한 감성을 벗어나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그는 일을 냈다. 그룹 쿨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너의 집 앞에서’를 제외하면 전통적인 의미의 발라드를 한 곡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곡을 채웠다. 힙합에 재즈, 소울, 펑키한 음악에 록의 감성 거기다 트로트의 느낌도 얹었다. “강수를 뒀다”고 그 역시도 표현하는 그의 새 앨범 <HIM(힘)>, 어떤 힘으로 그는 그 자신을 내세울 생각을 했을까.

지난 21일 8집 정규앨범 ‘힘(HIM)’을 발표하고 타이틀곡 ‘집밥’으로 활동 중인 가수 김범수. 사진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 타이틀 곡 ‘집밥’, 제목이 재미있다.

“원래는 싸이 노래 ‘강남스타일’을 작곡한 유건형의 노래 ‘욕심쟁이’가 타이틀이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도전하는 빠른 타이틀곡이었다. 하지만 여러 일 때문에 앨범 발매 일정이 늦어졌다. 최근에는 같은 소속사 걸그룹 레이디스 코드의 교통사고로 앨범이 미뤄져 올해를 넘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심쟁이’는 신나는 노래긴 하지만 가을을 지나면서 계절감이 맞지 않더라. 당초 ‘집밥’은 수록곡으로 생각했던 노래였다. 점점 작업을 거듭하며 애착이 생겼다. 올해 안 좋은 일이 많지 않았나. 내 개인적인 공허감도 있었는데 위로할 수 있는 노래가 되겠다는 생각에 타이틀곡으로 바꿨다.”

지난 21일 8집 정규앨범 ‘힘(HIM)’을 발표하고 타이틀곡 ‘집밥’으로 활동 중인 가수 김범수. 사진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 어머니 이희선 여사의 목소리가 들어갔다.

“미리 연락해서 녹음한다고 말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소녀병’이 있으셔서 연세와 상관없이 예뻐보이려 하신다. 그냥 어머니의 풋풋한 음성을 담고 싶어 예고없이 그냥 부스에서 스피커폰으로 녹음했다. 나도 대다수의 아들들이 그렇듯 어머니에게 살가운 스타일은 아니다. 그렇게 전화하니 자꾸 벌초가신다고 하소 딴 이야기를 하시더라. 어렵게 “집밥 얼마든지 해줄게” “사랑한다, 아들” 등의 음성을 딸 수 있었다. 어머니는 다시 하면 잘 할 수 있다고 하시는데 자연스러운 게 좋은 것 같다.(웃음)”

지난 21일 8집 정규앨범 ‘힘(HIM)’을 발표하고 타이틀곡 ‘집밥’으로 활동 중인 가수 김범수. 사진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 앨범 제목도 <HIM>, 김범수의 진짜 모습을 담으려 했나.

“지금까지 낸 앨범들은 가수 김범수의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을 보이는 것이 중점이었다. 내 이야기라기보다는 대중들이 느끼기에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노래들이 있었다. 한 번 만큼은 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대 중후반으로 가면서 이제 젊지도, 그렇다고 나이가 많이 든 것도 아닌 중간의 시기가 왔다. 이 시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 시기를 놓치면 이렇게 다양하고 최신 유행에 맞는 장르를 언제 할 수 있을 지 알 수도 없었다. 강수를 둔 거다. 지금까지는 대중에 맞췄다면, 이번에는 ‘제 이야기를 들어봐주세요’하는 심정으로 만들었다.”

지난 21일 8집 정규앨범 ‘힘(HIM)’을 발표하고 타이틀곡 ‘집밥’으로 활동 중인 가수 김범수. 사진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 스윙스, 로꼬, 리디아 백 등 젊은 힙합뮤지션들의 참여가 많다.

“지금 가장 유행하는 문화를 이끄는 젊은 뮤지션들과 작업해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곡을 받거나 훈련을 받았던 작업자들이 윤일상, 박선주 등 나보다 연배가 더 있는 분들이었다. 동생들과 작업을 하니까 에너지도 느껴졌다. 나는 예전 선배들 앞에서 위축됐는데, 이 친구들은 그런 게 없었다. 음악하면서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다.”

- 예능을 통해 ‘비주얼 가수’라는 애칭을 얻었다.

“솔직히 민망하다.(웃음) 대중들이 자꾸 ‘잘 생겼다’해주니까 자신감이 생기고 신이 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무대에서 오버도 하고 얼굴이나 몸, 옷으로 꾸미는 일에 관심이 많아졌다. 잘 생겨서 ‘비주얼 가수’는 아니지 않겠나. 활동하는 영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김범수가 되고 싶다. 남자들은 보통 신경을 안 쓰는 피부관리에 엄청 노력하는 편이다.”

지난 21일 8집 정규앨범 ‘힘(HIM)’을 발표하고 타이틀곡 ‘집밥’으로 활동 중인 가수 김범수. 사진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 추천하고 싶은 수록곡이 있나.

“처음 기획에서 멜로디, 가사, 믹스, 마스터링 등 모두 내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깨물어 안 아픈 노래가 없다. 하지만 그중 타이틀로 하려고 했던 ‘욕심쟁이’는 1년 정도 준비했던 곡이다. 구성도 대여섯 번 바뀌고 가사도 6개월 이상 손봤다. 처음 빠른 노래를 타이틀로 하려고 했던, 도전이 있는 노래라 기억에 남는다. <나는 가수다>에 나와 ‘김범수가 빠른 노래도 할 수 있구나’ 생각을 안긴 때처럼 내겐 기쁨인 노래다. ‘김범수가 여러 모습이 있지만 하고 싶었던 노래는 이런 노래입니다’라는 심정을 담았다.”

- 엠넷 <슈퍼스타K6>에서 심사위원으로 변신했다.

“깜냥이 안 되는 것 같아 안 하려고 했다. 네 번째 시즌부터 제작진이 제안했다가 이번에 수락했다. 나는 <나는 가수다>에도 나갔지만 가수들의 무대에 점수나 순위가 매겨지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보는 사람이다. 하지만 심사를 하면서 가수를 발굴하는 창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활용되어져야 하는지 고민하게 됐다. 임도혁군 같은 참가자가 내 조언을 변화하는 것을 지켜보다보면 정말 보람을 느꼈다. 나 스스로도 초심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큰 깨달음을 준 시간이었다.”

지난 21일 8집 정규앨범 ‘힘(HIM)’을 발표하고 타이틀곡 ‘집밥’으로 활동 중인 가수 김범수. 사진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 어떤 활동을 하고 싶나.

“‘김범수’라고 하는 대중적인 콘텐츠가 만들어지면서 인간 김범수로 다 못 보여드린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나는 가수다> 출연이 내게는 큰 계기가 됐다. ‘콘텐츠 김범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김범수를 보여주는 일이 더 좋다고 생각됐다. 다행이 대중들이 호감으로 받아줬다. 이제는 늘 가지고 있던 갈증, 나를 더 보여주고 싶은 욕심을 음악으로 담았다. 또 다시 나를 음악 안에 감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항상 묻혀있고, 가려졌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과감하고 다양하게 시도하고 도전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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