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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마저…기대이하 포스팅 왜?

‘혹시나’하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양현종(26·KIA)도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아들였다. 양현종의 해외 진출 ‘결정권’을 쥔 KIA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포스팅 최고 응찰액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공시 마감 결과 양현종에 대한 최고 응찰액은 200만달러를 제시받은 김광현(SK)보다 못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KIA는 23일 양현종을 만나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다. 양현종은 해외 진출에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도 “구단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외신에서는 양현종에게 최고 응찰액을 써낸 팀이 미네소타 트윈스라고 전했다.

KIA는 장고에 들어갔다. 일단 양현종의 의지가 워낙 강한데다 김광현의 전례가 있어 KIA가 양현종의 해외 진출을 용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두 좌완투수의 포스팅 ‘참패’를 어떻게 봐야 할까.

KIA 양현종이 홈 최종전에서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광주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류현진은 류현진이었다?

류현진(LA 다저스)은 2년 전 포스팅에 참가하면서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280억원)를 받았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의 포스팅 참가 사상 최고의 금액이었다. 일본까지 통틀어서도 역대 4위에 오를 정도로 액수가 컸다.

그러나 류현진과 동시대에 경쟁한 김광현·양현종은 나란히 포스팅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김광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오퍼를 받았을 때만 해도 부상 경력과 투피치 의존도, 포스팅 시기 등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그렇지만 희망적인 기대를 전하던 양현종은 이마저도 미치지 못했다. 결국 환경적인 요인이 아닌 한국야구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냉정한 평가라는게 두 투수의 포스팅을 통해 증명된 셈이다.

프로야구 SK 김광현이 29일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SK 김광현 메이저리그 진출 추진’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포스팅 금액으로 봤을 때 류현진은 선발로 강한 확신을 준 반면 김광현·양현종은 불펜으로 가치가 매겨졌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日 새 포스팅 제도 영향도?

김광현과 양현종 모두에게 해외 시장도 유리하지는 않았다. 특히 지난해부터 미국과 일본 사이에 체결된 새 포스팅 제도에 따라 입찰액 상한선이 2000만달러로 제한된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무패 행진으로 시즌을 마감한 다나카 마사히로는 다르빗슈 유(텍사스)의 포스팅 최고 금액(5170만3411달러)을 갈아치울 것으로 기대됐지만 바뀐 제도에 따라 뉴욕 양키스에 입단하면서 상한선을 꽉 채운 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메이저리그 팀은 선수와의 계약을 우선으로 생각하는데 포스팅 금액이 너무 커지고 있다는데 부담감이 크다. 일본 포스팅 제도가 손질되면서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한수 위로 평가받는 일본 선수들에 포스팅 상한선이 생기면서 한국 선수들에 대한 포스팅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맥스 슈어저, 존 레스터, 제임스 실즈 등 특급 투수들이 대거 나온 메이저리그 FA시장도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샌디에이고나 미네소타가 스몰 마켓 구단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을 오퍼한 것이지만, 현재 두 선수에게 내려진 평가로 봤을 때 선발투수를 절대적인 비교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포스팅 시기를 뒤로 미룬다고 하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강정호의 겨울은?

이번 겨울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선수 중에는 강정호(넥센) 혼자 남았다. 앞선 두 투수들의 결과와 이전 메이저리그를 도전했던 일본인 내야수들의 실패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강정호에게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타격이다. 포지션 변경을 받아들인다는 전제 하에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카드라는 점이다.

한 메이저리그 구단의 스카우트는 “강정호의 타격 만큼은 좋은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깜짝 놀랄만한 대박은 아니라도 앞선 두 선수에 비해 높은 포스팅 액수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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