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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유증 극복한 데스티니, 순풍 만난 기업은행

세 시즌 연속 정규시즌 우승에 도전하는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외국인 선수 데스티니(27)는 2009-2010시즌 GS칼텍스에서 맹활약을 펼쳤다가 4년만에 한국 무대에 복귀했다. 한 시즌 밖에 뛰지 않았지만 당시 2승10패였던 GS칼텍스가 데스티니의 영입 이후 14연승을 달리면서 플레이오프까지 나섰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데스티니 역시 한국 무대 성공을 발판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기업은행이 데스티니를 영입했을 때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데스티니는 임신과 출산으로 앞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출산한지도 10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사실 기업은행이 데스티니를 데려올 수 있었던 것도 기량에 대한 의문점이 많아 가치가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데스티니. KOVO제공

시즌 초반 이정철 감독은 “데스티니의 몸상태가 완전치는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점프가 아직 만족스럽지 않아 스스로도 답답할 것이다. 본인이 11월 중순 정도면 만족스러운 점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기다리겠다”며 믿음을 보였다.

그 기대대로 데스티니가 서서히 예전 위력을 되찾고 있다. 선두권 경쟁을 시작한 기업은행도 순풍을 만났다.

데스티니는 2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프로배구 V리그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3-2(25-22 24-26 25-27 25-20 15-5)로 역전승을 이끌었다.

선두 기업은행은 듀스 접전이 이어진 2·3세트 모두 세트 포인트를 선점하고도 세트를 내주면서 위기에 몰렸지만 4·5세트에 다시 가져오는 뒷심을 발휘하면서 승점 2를 추가했다.

그 중심에 데스티니가 있었다. 데스티니는 이날 48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강력한 서브 에이스를 10개나 터뜨리면서 고비마다 상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서브 에이스 10개는 남·여 프로배구를 통틀어 신기록이다. 종전 남자부는 8개, 여자부는 7개였다. 1세트 15-19에서 4연속 서브 에이스를 터뜨리는 괴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로 11월 중순이 되면서 데스티니의 위력이 더해지고 있다. 지난 현대건설전에서 33점, 흥국생명전에서 복귀 이후 최다인 48점을 올리면서 득점 선두로 올라섰다.

데스티니는 “지금까지 배구를 하면서 서브에이스 10개를 기록한 적은 처음”이라며 “사실 출산 이후 몸이 망가져서 옛날의 몸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려웠는데 한국에 오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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