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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훈, “잘못한게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

“제가 좋아하는 복싱을 지금, 그만 두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습니다.”

지난 2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유스호스텔에서 열린 2014 한국올림픽성화회 체육상 시상식에서 경기 부문 수상자로 상을 받은 신종훈(25·인천시청)은 단상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 제일 먼저 자신이 위기에 있음을 알렸다. 그의 한 마디에 주위가 술렁이자 신종훈은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더욱 열심히 훈련하고 극복해서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신종훈의 얼굴은 계속 굳어 있었다. 시상식 뒤 만난 신종훈은 “최근 국제복싱협회(AIBA)로부터 이 걸 받았다”며 한 장의 공문을 꺼냈다. 신종훈의 계약 위반에 따라 국내, 대륙, 국제 등 모든 대회 출전을 잠정 중지하고, 징계 위원회를 열어 징계 사항을 결정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AIBA가 신종훈에게 지난 18일 보낸 공문.

징계위원회에서 징계 내용을 확정할 때까지 모든 선수 자격을 중지한다는 긴급조치다. 여기에 금전적 피해에 대한 피해보상 절차는 별도로 진행하겠다는게 AIBA의 방침이다. AIBA 우칭궈 회장(대만 IOC 위원)이 지난 12일 제주에서 열린 AIBA 총회 기간 중 인터뷰에서 “신종훈은 계약을 위반 했으니 응당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 발언을 돌이켜 보면 선수생명을 위협하는 중징계가 예상된다.

신종훈은 독일에서 사인한 서류가 공식 계약서가 돼 돌아오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영어로 돼 있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설령 누가 해석본을 주었다고 해도 계약에 관한 어려운 내용을 혼자서 다 알아볼 수 없다. 그래서 계속 사인을 거부했더니, AIBA 직원이 스위스 본부에 있는 한국인 직원(신종훈은 그를 ‘필립 형’이라고 했다)이 ‘그건 정식 계약서가 아니니 사인해도 좋고 인천에 돌아가 마음에 안 들면 폐기 처분을 요청해도 된다’고 해서 그 말을 듣고 사인했다”고 말했다. 결국 신종훈이 당시에 한 사인이 법적 효력을 갖느냐가 쟁점이 되게 됐다.

신종훈은 아시안게임이 끝난뒤 AIBA와 대한복싱협회로부터 지속적으로 전국체전에 출전하면 안되고 같은 기간 중국에서 열리는 AIBA 프로복싱에 출전해야 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신종훈은 10월 중순 국회 사무실로 대한복싱협회 장윤석 회장(새누리당 영주)을 찾아가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중국 대회에 나가지 않으면 징계를 피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우리도 따를 수밖에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신종훈은 “12월 말 인천시와 계약이 끝나는데, AIBA와 대한복싱협회 요청대로 APB 대회에 나설 경우 재계약을 못하거나, 다른 후원사를 잡을 수 없게 된다. 한 번 대전료로 실제 180만원 정도 밖에 못받는 것으로 아는데, 그래서는 선수로서 훈련하지도 못하고 생계를 이어갈 수도 없다”며 호소했지만, 장 회장이 후원사를 잡아주겠다고 확약하지는 못했다.

신종훈은 23일 통화에서 “그 때도 저는 계약서를 받은 적이 없으니 어떤 의무도 없다고 했다. 당시 대한복싱협회도 계약서가 없다고 했는데, 지난 6일자로 보내온 계약서를 복싱협회가 보관하고 있었다고 이제와서 말하는 것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복싱협회 정재규 부회장은 이날 “신종훈이 모든 사안을 알고 계약했는데, 이제 와서 다른 소리를 하는게 아쉽다”고 말했다. 복싱협회가 AIBA와 계약을 어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알려주고 이를 막기 위해 많은 애를 썼는데, 결국 본인이 선택한 길이라는 점을 이야기 했다. 정 부회장은 복싱협회가 후원사를 잡아 준다고 약속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말도 더했다.

신종훈은 “어제 22일 저녁 기분 전환을 할 겸 영화 ‘카트’ 봤는데,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들어갔다가 부당하게 당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 신세와 같아 많이 울었다”면서 “맞아가면서 하는 운동이다. 열심히 운동해 비인기 종목인 우리 복싱을 살리는데 앞장 서보겠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하고 있는데, 억울하게 당하게 됐다. 하지만 잘못한게 없으므로 당당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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