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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볼 PM 6:29]김광현·양현종의 ‘인생극장’

1990년대 대표적인 TV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 안에는 ‘인생극장’이란 인기 코너가 있었다. 인생을 살다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을 맞는데 그 결정에 따라 전혀 다른 갈래의 삶을 만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물론 그 코너에서는 개그맨 이휘재가 주인공으로 연기하면서 오락적 요소를 백분 가미했다.

그런 상황이 TV 밖 실제 삶에서 나타난다면 당사자에게 그 순간은 꽤 처절할 수밖에 없다.

올겨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상당수 선수들이 ‘선택의 기로’에 있다. 그 중에서 김광현(SK)과 양현종(KIA)은 너무도 대조적인 두갈래 길 앞에 서있다. 그들 모두 열렬한 박수는 받지 못하고 있다. 둘 모두 일단은 앞길이 불투명한 쪽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광현과 양현종(왼쪽부터)

메이저리그 구단의 선수 평가 잣대인 ‘포스팅 액수’가 예상을 크게 밑돌아 너무 적었다. 한 메이저리그 관계자는 “미국 구단은 투수 평가 때 1선발감, 2선발감, 3선발감 순으로 따지는데 그에 맞는 기준 금액이 대략 있다. 액수가 적다는 것은 냉정하게 보직 자체의 기대치가 낮다는 의미”라고 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는 ‘돈’으로 말한다. 해당 구단들은 두 선수에게 선발 기회는 줄 수 있어도, 당장 활용할 선발 투수로는 보고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응찰액을 통해 일단 완곡히 표현했다.

다른 갈래 길을 보면 그 길이 더욱 험난해 보인다. 두 투수는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얼굴들이다.

둘이 훗날 국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오면 ‘역대 FA 최고가’ 돌파 가능성이 분명 거론될 것이다. 올겨울 FA 시장에 나온 한 선발투수의 몸값 협상선은 이미 총액 90억원을 넘어섰다는 후문이다.

그저 ‘도전’에 가치를 두기에는 두 투수의 이름값은 국내프로야구에서 너무 크다. ‘아름다운 도전’이라면 고교를 졸업한 유망주들이 이미 많이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이들과 비교할 수 없이 좋은 대우로 2년 전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이 협상 마지막 순간까지 옵션의 세부조건에 신경쓴 것 또한 계약조건이 실제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와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흔히 말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혹여 실패하더라도 미국에서 2~3년 뛰다 돌아오면 그만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그런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가정을 하자니 간판급 선수 이름뿐 아니라 한국프로야구까지 초라해진다.

야구에서 몇 초 뒤 경기 상황을 정확히 예견하기 어렵듯 이들의 앞날 또한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올해는 국내에서 투수들이 특히 더 대접받는 시절인데 고행이 기다리는 길로 떠나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가볍게만 보이지 않는다.

과거 프로야구에도 ‘인생극장’은 늘 존재했다. 비슷한 출발점에 있었지만 전혀 다른 야구인생을 산 박찬호·임선동·조성민 등 92학번 스토리와 추신수·이대호·김태균·정근우 등 82년생 동기들의 다양한 야구인생 여정 모두 선택에서 비롯됐다.

“그래 선택했어.” 그 한마디가 기억될 2014년 초겨울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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