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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쾌했다! 이승철에게 있었던 일, 그리고 꿈꾸는 일!

가수 이승철의 목소리는 ‘분명’했다. 당시 있었던 일을 또렷이 언급하면서 “(독도와 관련해)블랙리스트까지는 모르겠지만 관리를 따로 해온 데이터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승철은 지난 달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일본 입국 거부 사태를 담담히 회상했다.

그는 “무엇보다 통쾌했던 것은 독도입도지원센터 건립이 재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사안이 일으켰던 후폭풍은 컸다. 한일 양국 정부 당국자가 나섰고, 외교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보류 쪽으로 방향을 틀어 여론의 뭇매를 맞던 독도입도지원센터 건립 문제는 이승철 발 매서운 바람과 대중의 전폭적인 응원에 힘입어 재추진으로 급격히 선회했다. 힘겨웠지만, 가슴 뿌뜻한 일이기도 했다는 게 이승철의 이야기다.


▲그 날 무슨 일이?

“출입국심사대에 선 나를 갑자기 사무소 심의실로 데려가려고 해서 왜 데려가냐고 했더니, ‘유명 가수 맞지요?’라고 묻더라고요. 그리고선 ‘그러면 맞아요. 얼마전 언론에 나온 것 때문이에요’란 대답이 들려왔고요.”

이승철은 당시 심의실 풍경을 생생히 묘사했다. 그는 “심의실 직원은 어디론가 계속해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며 “아마도 내가 그 말을 알아 들었더라면 일본 쪽이 더욱 곤란한 처지에 놓였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떠올렸다.

이승철은 “정황으로봐서 ‘독도 문제’를 직감했고, 이건 국민적인 자존심을 건들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물러서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승철은 “이런 일은 (한류 스타들에게) 조금씩은 있었을 텐데 (일본 측과의) 관계가 있어서 쉬쉬하거나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라며 “나로서는 불이익을 당했지만, 그것이 그 뒤에 예상치 못했던 일을 일으켰으니 흡족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승철과 관련된 기사 마다 응원과 지지의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그의 음악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는 다음카카오뮤직에서는 5만건의 댓글이 붙어 있다. 그가 무료 배포중인 블로그에는 또 15만명이 벌써 다녀갔다. 줄줄이 달린 댓글에는 이승철의 용기와 단호함에 박수를 보내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부담감과 함께 이에 따른 책임감이 따를 법하다.

이승철은 “굉장한 영광과 함께 책임감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한민국 가수로서 새로운 길을 느꼈고, 그 연차에 어울리는 일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장훈이 형과도 만나 연구도 좀 하고, 대한민국 가수로서 여러 프로젝트에 동참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워낙 사안이 컸던 만큼 재미난 뒷이야기도 여럿 있었다. 이승철은 “신호등을 건너는 일도 요즘은 조심스럽다”며 미소지었다. “‘독도 지키기보다 신호부터 시켜라’라는 이야길 들을 수는 없지 않냐”고 되물었다.

▲ ‘그 날에’ 그 후
최근 무료 배포된 ‘그 날에’는 애초 통일과 평화를 희망하는 노래였다. 지난 3월 탈북청년합창단 ‘위드유’와의 인연이 노래의 출발점이었다. 남북한이 공동으로 한목소리를 낼 수 일이 바로 ‘독도’와 ‘종군위안부’라는 사실에서 기인해 독도를 향했고, 그게 큰 반향을 낳았다.

“독도 영상을 보시면 파란 띠와 빨간 띠를 맨 친구들이 있어요. 빨간 띠를 맨 친구들은 얼굴이 나올 수가 없어요. 아직도 북한에 가족들이 있어서 조심스러워해야하거든요. 그 친구들 이야길 들어보면 하나하나가 다큐멘터리에요. 자전거 하나 구해 몽골로 1만5000킬로 이상을 달려 탈출한 친구도 있고, 누나를 찾고 싶어 또 사선을 건넨 친구도 있고….”

이승철은 지난 3월 이후 사비 5억원을 들여 ‘온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합창단과 함께 각지를 다니며 남북한 출신이 음악으로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연스러운 화합의 메시지를 퍼뜨리고 싶었다. 멋지게 성장한 탈북청년단의 모습도 널리 알려주고픈 마음 역시 컸다.

사비를 털어 독도에 이어, 미국 UN을 다녀왔고, 세계를 선도해나갈 하버드생들을 초대해 무려 콘서트를 열었다. 아내 박현정씨는 UN이며 하버드대학에 직접 편지를 써가며 허락을 받는 등 어려운 행사를 차분히 마련해나갔다고 한다. 미국 체류 기간 동안 이승철은 모친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승철은 “힘겨웠지만, 많은 일들이 생기려했던 준비 과정이라고 여긴다”면서 “국민적 호응을 얻었으니 그에 부합하는 위치에서 해야 할 일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해외 각국 가수의 협업, 각종 평화 공연 등을 통해 독도를 넘어 통일, 평화의 메신저로도 활동하려 한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3일 홍콩에서 열리는 Mnet 아시안뮤직어워즈(‘마마’)에서 특별 출연키로 한 일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출연 요청을 받은 이승철은 홍콩합창단과 유명 여가수 등과 함께 평화송 ‘그날에’를 불러 아시아 각국 시청자들에게 들려주기로 했다.

한편 KBS는 내년 1월8~9일 광복7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물로 이승철과 위드유의 고군분투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기도 하다.

▲ 전국 투어
지난 10월25일부터 새로운 전국 투어 ‘울트라캡숑’을 진행하고 있는 이승철은 달라진 공연 분위기에 깜짝 놀라고 있다고 한다.

“그 노래를 듣고 싶다”는 수많은 요청에 힘입어 지난 15일 일산 킨텍스에서 앙코르곡으로 ‘그 날에’를 들려줬는데, 감격에 벅차 눈물을 훔치는 관객이 많았다. 이승철은 “뭔가 더 뜨끈뜨근해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승철의 공연은 10~60대 관객층이 공존하는 공연물로 유명하다. 원래부터 인기 높았던 공연은 최근들어 더욱 표구하기가 어려워졌다.

투어는 의정부(29일), 인천(12월6일), 부산(20일), 서울(24~26일), 대구(31일) 등지로 이어진다. Mnet <슈퍼스타K6> 톱11에 들었던 이해나가 오프닝 무대를 선다. 이승철은 “실력있는 후배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 역시 선배로서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여긴다”며 “많은 실용음악과 학생들로부터도 노래를 받고 있고, 이 중 좋은 곡이 있다면 이를 적극 발표해 기회를 열어주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 한 해 그리고 데뷔 30주년
올 한해 그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Mnet <슈퍼스타K6>에서 중심을 잡는 역할로 프로그램에 묵직한 무게감을 줬다.

이승철은 곽진언과 김필 등을 거론하며 “올해 톱3를 이길 수 있는 실력자가 나오는 건 당분간 힘들 것같다”면서 “무엇보다도 자작곡으로 승부를 띄우고 그걸로 감동을 줘 우승을 겨뤘다는 게 너무 값지다”고 말했다.

후배 신해철을 일찌감치 떠나 보낸 일도 잊힐 리 없다. 그는 화장 대신 부검을 받도록 유족을 설득한 가수들의 대표이기도 했다. 이승철은 “내년 쯤 가수들과 함께 추모 공연을 준비할 것이고 이에 앞서 따로 취재진들과 시간을 마련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이면 데뷔 30주년이다. 이승철은 이와 관련된 다양한 기념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전국 주요 도시와 미국,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기념 투어를 펼친다는 계획을 쌓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 뉴욕 워싱턴 LA, 중국 베이징 칭다오, 상하이 등의 공연이 확정됐다. 일본 도쿄, 오사카 공연도 애초 준비되고 있었다.

새 앨범은 3월경 정규 앨범 형식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손자와 할아버지가 모두 공연장을 찾는 가수로 성장한 것이 기쁘다”던 이승철은 “꿈을 돕고자 실용음악과 학생들의 노래 2~3곡을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엄마의 사랑’를 소재로 한 노래도 따로 수록할 것이니 기대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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