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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매치’ 이정재 “주변에서 말리니까 오기가 생겼죠”

“처음엔 왜 그 나이에 이런 걸 하려 하냐며 말리는 사람이 많았죠.”

연기 경력 20년째인 배우 이정재(41)는 새 영화 <빅매치>(감독 최호·제작 보경사)에서 몸을 혹사시킨다. 그가 연기한 격투기 스타 최익호는 형(이성민)이 정체불명의 악당 에이스(신하균)에게 납치되자 악당이 내리는 미션 수행에 나서며 서울 도심을 달리고 또 달린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재는 “이렇게 고생하면서 찍은 영화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만큼 육체적으로 고생이 심했던 작품이었다.

사진 NEW·보경사

“제 나이가 좀 있잖아요. (상반신을) 벗고 뛰어다니는 역할은 이번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었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도전하게 됐어요.”

이정재는 격투기 선수의 몸을 보여주기 위해 하루 6시간씩 운동하며 ‘몸’을 만들었다. 운동 틈틈이 식이요법도 해야 한다. 오전 8시에 일어나 고단백질 첫 식사를 하고 3시간마다 정해진 음식을 먹어야 했는데 먹는 것도 운동만큼 어려웠다고 한다. 잘 다듬어진 근육질로 최익호의 외형을 만든 그는 경찰서, 불법도박장, 축구경기장, 서울역 등을 누비며 갖가지 액션을 보여준다. 서울 도심을 게임판으로 삼고 악당의 미션을 하나씩 수행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영화 내에서 게임하는 상황이 더러 있는데 한국 영화에서 그런 형식이 거의 없었어요. 컨셉트만 잡는 게 아니라 이야기 전체를 게임 형식으로 풀어가면서 2시간짜리 시나리오로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그 시나리오에 발전된 한국 영화 기술이 더해지면 그럴듯한 영화가 나오겠구나 싶었죠.”

극중 최익호는 악당과 맞서지만 그렇다고 정의를 수호하는 영웅적인 모습은 아니다. 형을 구하기 위해 게임판으로 내몰린 처절한 파이터. 이정재는 얼굴을 구기면서 푸념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준다.

영화 ‘빅매치’의 이정재

“최익호가 심각하지 않은 인물이었으면 했어요. 악당과 싸우지만 머리보다는 몸이 먼저 반응하는 사람이거든요. 그가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주고 싶었죠. 액션 영화는 대부분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인데, <빅매치>는 액션이지만 위트가 숨어있길 바랬죠.”

앞서 <신의 한 수>의 정우성, <우는 남자>의 장동건 등 올해는 유독 40대 남자 배우들의 액션 도전이 많았다. 20, 30대는 보여줄 수 없는 40대 액션 만의 장점이 있냐고 묻자 이정재는 한참의 고민 끝에 답을 내놨다.

“투지가 아닐까요? 주변에서 왜 하냐고 말리니까 더 오기가 생겼거든요(웃음).”

돌아보면 이정재의 연기 인생이 내내 순탄한 건 아니었다. <하녀>(2010) 이전에 연기 공백도 있었고, 스스로도 당시를 어려웠던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도둑들> <신세계> <관상>을 연달아 히트시키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것은 아마 투지에서 비롯되는 듯 보였다. 그는 제2의 전성기에 도달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벼랑 끝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했다. 아마 스스로 벼랑 끝으로 간 것도 같다”며 웃었다.

“최민식 선배님이 이런 말을 제게 해줬어요. 정말 네가 열심히 한 것 이상을 관객에게 보여드려야 관객은 ‘조금 노력했네’ 정도로 받아들인다라고요. 보통 열심히 하는 걸로는 관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죠.”

이정재는 현재 193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최동훈 감독의 신작 <암살>을 촬영 중이다. 평소 70㎏이었던 몸무게는 <빅매치>의 최익호를 위해 77㎏로 늘였고, <암살>에서는 다시 62㎏까지 줄였다. 그의 말마따나 “중학교 2학년 때 몸무게”다. <빅매치> 촬영 중 어깨 부상으로 수술을 한 그는 인터뷰 틈틈이 치료용 고무밴드로 재활 운동을 했다. 그렇게, 이정재는 투지로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몰면서 여전히 연기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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