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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00억, 펄펄 끓는 FA 시장 대안은?

박용택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 발표 시간은 지난 26일 오후 4시40분, 김경언의 계약 발표 시간은 밤 11시40분이었다. 원 소속구단 협상 마감일인 26일 저녁 7시간 동안 총액 395억000만원어치의 계약이 발표됐다. FA 자격을 얻은 선수 8명의 총액이 395억5000만원이었다. 8명만으로 지난해 FA 15명 합계 금액 523억5000만원의 76%에 달했다.

최정이 원 소속구단 SK와 4년 총액 86억원에 계약한 것을 시작으로 삼성이 윤성환과 안지만을 4년간 각각 80억원, 65억원에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LG 역시 박용택과 4년·50억원에 계약했다. 이들 ‘빅 4’의 몸값이 281억원이었다.

지난해 ‘빅 4’의 몸값 합계는 272억원이었다. 강민호(75억원)·정근우(70억원)·이용규(67억원)·장원삼(60억원)이 상위그룹을 형성했다. 롯데는 장원준과의 협상이 결렬된 뒤 “옵션 포함 총액 88억원을 제시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장원준이 80억원대의 계약을 성사시키면 상위 4명의 몸값이 300억원을 넘어선다.

최정. SK와이번스 제공

FA 제도가 도입된 2000시즌을 앞두고 5명의 선수가 처음 FA 자격을 얻었다. 그 중 최고 몸값은 이강철과 김동수의 3년·8억원이었다. 5명 몸값의 합은 30억5500만원이었다. 15시즌째를 맞는 FA 시장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때 ‘FA 먹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몇몇 FA 계약 선수의 부진이 나타났고, ‘계약금·다년계약 금지’라는 허울뿐인 제도가 발표액을 낮췄기 때문에 2000년대 중반 잠시 거품이 꺼지는 듯싶었지만 최근 4년 사이에 다시 가치가 폭등했다. 무엇보다 ‘수요공급의 법칙’이 FA 시장에 적용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올 시즌은 구단 수 확대, 타고투저 등으로 수요가 늘어 FA의 몸값이 높아졌다.

2007년 이후 ‘해외파 선수’들이 국내에 복귀하면서 공급이 늘어나자 FA 수요가 줄어들었다. 수준급 선수의 가세는 FA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이후 새로운 공급없이 NC·KT 등 구단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커지자 FA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일본 진출 뒤 복귀한 선수들의 몸값이 높아지자 국내 FA들의 몸값이 따라오르는 현상도 생겼다.

구단들은 FA 몸값 축소를 위해 올 시즌 외국인 선수 1명을 늘렸지만 시장은 이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FA 시장에 장타력을 갖춘 타자가 최정밖에 없었던 것도 이유다. 전례없던 타고투저 시즌으로 ‘투수 수요’가 늘었다. 안지만이 불펜투수로 총액 65억원을 넘긴 것은 상징적이다.

FA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공급 확대’가 필수다. 현재 군필 대졸 8년, 고졸 9년인 FA 자격 연한 축소도 방법이다. 일본·미국처럼 FA 선수들의 등급을 매겨 보상을 차별화하면 ‘대체재 효과’로 몸값이 줄어들 수 있다. 한 시즌 150일 등록이라는 자격 요건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입단 뒤 일정기간이 지난 선수에게 ‘마이너 FA’ 자격을 주는 것도 공급을 늘린다.

복귀 길이 막혀 있는 해외 진출 선수들의 특별지명 제도를 한시적으로 부활하는 것 역시 공급 확대 방안이다. 구단별 손익을 따지기에 앞서 리그 확대에 따른 프로야구 수준 유지 차원에서도 심도있게 논의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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