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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썰매 종목을 나가노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한국과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유치한 일본이 일부 종목을 교류개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와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가능성을 부인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7일(한국시간)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IOC 집행위원회를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8~9일 열리는 총회에서 ‘올림픽 아젠다 2020’이 최종 확정되면 2018년과 2020년 동·하계 올림픽을 치르는 한국과 일본이 비용을 절감하고 낭비를 줄이기 위해 일부 종목을 분산개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7일(한국시간)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IOC 집행위원회를 마친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몬테카를로/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 통신과 AP 통신 등은 “강원도 지역에서 정부 지원이 더 늘어나지 않으면 개최권을 반납하자고 주장하는 등 예산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에 IOC가 이미 이같은 제안을 했다”면서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등 썰매 종목의 일부를 일본 나가노에서 치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모나코를 방문 중인 조양호 평창조직위 위원장은 “이번 총회에서 올림픽 아젠다 2020이 확정되면 우리 조직위에 다양한 기회가 제공될 수 있지만 경기장 재배치 등에 관해서는 IOC와 지속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다른 가능성을 열되,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한 것이다.

‘올림픽 아젠다 2020’은 바흐 위원장이 지난해 취임 이후 중점과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개혁안으로 올림픽 개최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올림픽 정식종목을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IOC의 제안은 언뜻 보기엔 한국과 일본, 평창과 도쿄가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평창은 받아들이기 힘들고, 도쿄는 상당히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제안이다. 평창은 이미 모든 검토를 마치고 경기장 건설에 착수한 상태이고, 도쿄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남은데다 재정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 신무철 홍보국장은 이날 “조양호 위원장의 말은 경기장 건립 등 올림픽 준비과정을 IOC위 지속적으로 협의한다는 뜻”이라며 “평창 올림픽은 알펜시아 리조트내 썰매경기장을 비롯한 6개 신설 경기장이 모두 착공됐기 때문에 일본과 분산 개최를 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정부의 입장은 더욱 강경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우상일 체육정책관은 “평창 슬라이딩센터는 지난 4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이미 공정률 10%로 진행 중이다. 중도에 계획을 바꿀 수도 없지만, 만약 그렇게 될 경우 계약 파기로 인한 손해배상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올림픽 개폐회식장을 바꾸는 문제도 주민들의 반대로 옮기지 못했다. IOC의 제안은 현실적으로, 국민정서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슬라이딩센터를 건설해 국내선수 육성 및 훈련용으로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비시즌엔 알펜시아 리조트와 연계해 레저시설로 활용하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장기 계획을 수립했다며 IOC의 제안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일본으로선 여러모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제안이다. 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이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썰매경기 시설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고 홍보효과를 노릴 수 있는데다, 비용이 많이 드는 일부 종목에서 한국내 경기장을 이용함으로써 낭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전체 예산 중 40%를 국채발행으로 해결해야 할 만큼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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