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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볼 PM 6:29]김성근 감독에게 ´첫 시즌 희생´은 없다

김성근 한화 감독이 스케줄을 잡는 법은 매우 독특하다. 예컨대 4월1일 페넌트레이스 개막일에 맞춰 1월2일부터 준비에 들어간다면 1월3일부터 일정을 잡는 게 보통인데, 김 감독은 4월1일을 기준으로 거꾸로 내려온다.

4월1일 원정 경기에 대비해 3월25일쯤 휴일을 하루 잡고, 그에 앞서 3월20일에는 한번쯤 페이스를 다운시키는 등 빈틈 없는 시간표를 만들어 현재로 거슬로 오는 식이다.

김 감독은 상식적인 것을 아주 싫어한다. ‘상식적인 것은 상식적인 결과밖에 얻을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일정 준비를 역순으로 하는 것도 같은 차원에서 이해할 만하다.

한화 김성근 감독.

김 감독은 ‘거꾸로 스케줄 잡기’로 한 시즌의 시뮬레이션을 펼친다. 그 안에는 페넌트레이스 일정에 따라 만나는 다른 팀 투수 로테이션까지 섞어놓는다. 그리고 한 해 계획의 진짜 출발점이 되는 시즌 종점에는 최종 목표 성적을 표시해 둔다.

내년 봄이 되면 한화의 시즌 목표 승수도 김 감독을 통해 선명히 나올 것이다.

대개의 사령탑은 목표 승수를 앞서 밝히는 것을 꺼리는 편이다. 그것을 지키기 어려울 뿐더러 그게 족쇄가 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반대로 목표 승수를 매우 구체적으로 밝힌다. 월별 목표 승수 또한 순차적으로 내놓는다.

김 감독이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페넌트레이스 첫달의 성적이다. 선수들의 페이스를 베스트로 맞춰놓고 주력 선수들의 감각이 덜 올라온 다른 팀을 잡아가는 것이다. 김 감독은 SK 사령탑으로 근 5년을 보내는 동안 4월 성적을 승률 7할4푼3리(81승5무28패)까지 끌어올렸고, 출발점에서 빠른 스타트를 무기로 거의 매시즌 압도적인 레이스를 했다.

비활동기간 단체훈련이 도마에 오르자 김 감독이 먼저 우려했던 것이 어쩌면 내년 시즌 한화의 첫달 성적이었을지 모른다.

김 감독은 새로 맡은 팀의 승부를 다음으로 미룬 적이 없다. 가령 리빌딩을 위해 한두 시즌을 투자하고 그 다음 시즌에 성적을 내겠다는 식의 팀 운영 방향은 잡지 않는다. 리빌딩 또한 승리와 함께 가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원칙이다. 김 감독은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지휘봉을 쥐고 있을 때도 승리에 비중을 두고 경기를 했다. ‘패배 의식’에 빠져서는 선수들의 성장도 더딜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어떤 색깔과 전력의 팀에 몸담았더라도 순위표를 외면하고 첫 시즌을 보낸 적이 없다. SK의 첫 시즌인 2007년에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뤄냈고, 감독대행으로 반 시즌을 거친 뒤 2002년 LG 사령탑을 맡아서는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올렸다. 1996년 쌍방울을 맡아서는 전년도 8위 팀을 정규시즌 2위로 점프시켰다. 1991년 삼성 사령탑으로 첫 시즌에는 3위를 했고, 1989년 태평양을 맡아서도 3위를 했다. 1988년 태평양의 시즌 성적은 최하위였다.

지난 가을 이후 한화가 프로야구 메인 이슈로 떠오른 것도 김 감독의 이같은 이력과 무관하지는 않아보인다.

한화는 지난 3년간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김 감독이 새해 일정 잡기의 출발점으로 바라보는 2015시즌 끝자락의 한화 모습이 적어도 꼴찌 탈출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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