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 “무겁고 부담스러운 영화 아니다, 따뜻하고 감동있는 영화” [인터뷰]

영화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45)은 2009년 전국 관객 1000만명을 넘긴 영화 <해운대>를 연출한 후 5년 동안을 제작자로 살았다. 제작자이면서 연출자이기도 한 그가 메가폰을 잡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10년을 별러 온 <국제시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는 실제 자신의 부친과 모친의 이름을 따 극중 주인공 덕수(황정민)와 영자(김윤진)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오는 17일 개봉을 앞두고 윤 감독의 각오는 굳이 말로 옮기지 않아도 이 사실로만 연상이 된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아니 한국 근현대사를 치열하게 살아온 한 세대를 위한 헌정인 영화 <국제시장>을 완성한 윤 감독을 만났다. 그는 ‘엄마의 마음’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고 운을 뗐다.

영화 ‘국제시장’으로 5년 만에 영화 연출자로 돌아온 윤제균 감독.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 왜 엄마의 마음인가.

“생각해보니 제작자는 아버지고 감독은 어머니인 것 같다. 제작은 아버지처럼 힘들게 돈을 벌어오고, 어머니는 집에서 정해진 돈을 갖고 살림을 해야 한다. 지금 심정은 수험생 자식을 둔 어머니가 합격자 발표를 며칠 앞둔 느낌인 것 같다. 어느 어머니든 모두 자식이 잘 되길 바라지 않나. 그런 마음이다.”

- 영화는 결국 한 아버지의 개인사 이야기지만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느낌이다. 개인사에서 역사로의 확장인가, 아니면 역사 속 개인사의 발췌인가.

“결국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문제인 것 같다. 솔직한 생각을 말하자면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 만든 영화다. 아버지 세대의 역사를 말하다보니 역사를 관통할 수밖에 없었다. 2004년 첫째를 낳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가장이라는 무게가 어깨에 지워지는 순간이었다. ‘아, 아버지도 이런 마음이었겠구나’하는 생각에 영화를 생각하게 됐다. 기획 자체의 전략적 측면보다는 부모세대에 대한 자녀의 진심이 느껴졌으면 좋겠다.”

영화 ‘국제시장’으로 5년 만에 영화 연출자로 돌아온 윤제균 감독.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 시작부터 6·25 전쟁 흥남 철수 장면이 나오면서 대규모 군중이 등장한다. 고증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장면의 규모는 중요하지 않았다. 염두에 둔 부분은 고증이었다. <해운대>는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니까 괜찮지만 이 이야기는 현실성이 있지 않으면 앞선 세대에 대한 큰 죄라고 생각했다. 정확하게 그 장면을 구현하려다 보니 규모가 커졌다. 광부들의 독일모습도 그랬다. 실제 그 장소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정확히 재현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감정이입이 안 되는 거였다. 흥남 철수 장면은 바다방향은 괜찮았지만 육지방향은 우리나라 어디에나 현대식 건물이 해변에 다 자리잡고 있어 장소를 고를 수 없었다. 결국 바다부분은 부산 다대포에서 찍고, 육지부분은 컴퓨터 그래픽을 썼다. 광산 장면은 독일 광산들이 다 문을 닫아 체코에서 촬영했다. 베트남 전쟁 장면은 태국, 이산가족 찾기 장면은 외부는 실제 KBS에서 찍고 스튜디오 내부는 남원 KBS 스튜디오를 리모델링해서 만들었다. 결국 그대로 재현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큰 영화를 만들게 했다.”

- 고생을 사서 하는 것 같은데. 무엇이 그렇게 정확한 고증에 집착하게 했나.

“이 영화의 콘셉트는 ‘쉽게 가고 싶지는 않다’였던 것 같다. 쉽게 하려면 정말 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영화를 촬영하면서도 스태프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하는 부분도 진정성이었다. 그러다 보니 단락마다 목표치가 높았다. 또 각각의 이야기가 다른 작품처럼 느껴지면 안 되니까 구슬 꿰듯이 꿰는 과정이 필요했다. 촬영도 물론 쉽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시나리오 완고에 시간이 제일 많이 걸렸다. 시나리오에 승부를 걸었다. 3년은 준비한 것 같다.”

영화 ‘국제시장’으로 5년 만에 영화 연출자로 돌아온 윤제균 감독.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 시사회 후 일각에서는 이런 비판이 나온다. ‘왜 엄혹했던 시기를 그리지 않느냐’ ‘박정희 시대에 대한 미화가 아니냐’는 등.

“50부작 드라마였다면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많은 요소를 담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시간 남짓의 시간에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의 목적이 평생 고생만 하던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인데 수박 겉핥기로 갈 바에는 아예 빼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국제시장>은 정치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영화의 미덕이 드러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국제시장>은 무겁고 부담스러운 영화가 아니라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로 그리고 싶었다. 그리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나의 개인사에서 출발한, 순수한 마음에서 출발한 영화이니 따뜻한 시선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 초반 연출작은 <색즉시공> <두사부일체>처럼 코미디물에 집중한 면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편적인 인간의 감성을 많이 다룬다.

“예전에는 흥행이 잘 되는 영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내 가치였다. 하지만 지금은 자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물론 예전 영화들도 자랑스럽지만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영화를 만들면서 상업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는 건 쉽지 않다. 나도 물론 둘 다 잡고 싶다. 하지만 그걸 잡으려면 엄청난 능력이 요구된다. 상업영화니까 우선 재미를 고려하지만 끊임없이 작품성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으로 5년 만에 영화 연출자로 돌아온 윤제균 감독.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 이미 부모의 이름을 건 작품을 만들었다. 다음 작품은 어떻게 될까.

“아이템은 많지만 <국제시장>에서 빠져나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마음에서 이 영화가 떠나야 다른 작품이 오지 않을까 싶다. 처음에 이렇게 5년이 걸릴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예산이나 규모가 작품선정의 기준은 아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저예산 영화라도 상관없다. 될 수 있으면 빠른 시간에 다음 작품을 만들고 싶다.”

영화 ‘국제시장’으로 5년 만에 영화 연출자로 돌아온 윤제균 감독.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