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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돔, 누구를 위한 구장인가

서울시와 대한야구협회(KBA)는 지난 9월 ‘아마야구 발전과 협력을 위한 서울특별시-대한야구협회 협약식’을 가졌다.

당시 협약의 주요 골자는 “고척돔 완공 후 목동구장을 아마추어 전용 구장으로 사용하고 일부 아마추어 야구 대회의 결승전 등 주요 경기를 고척돔에서 개최한다”는 것이다.

이병석 KBA 회장은 지난 17일 열린 ‘야구인의 밤’ 행사에서 “목동구장을 아마추어 전용 구장으로 사용하도록 서울시와 협정을 맺었다. 내년 아마추어 대회도 연간 30일 이상 고척돔에서 개최하는 것을 확정했다”고 말하며 이 협약이 올해 KBA의 성과 중 하나였음을 재확인했다.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아마야구 대회를 보다 좋은 장소에서 치를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일이다. 문제는 아마야구가 아니라 목동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고 있는 프로 팀, 넥센이다.

서울시와 넥센이 고척돔 이전을 놓고 줄다리기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그런 상황에서 목동구장을 아마추어 전용 구장으로 쓰겠다는 협악을 맺었으니 넥센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넥센 관계자는 “우리 쪽에 따로 얘기해준 적은 없다. 다만 이번 협약은 서울시가 대한야구협회 쪽과 맺은 것이라 우리가 뭐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아마 우리가 고척돔으로 이전한 후에 그렇게 하겠다는 조항이 붙어있을 것”이라면서도 “서울시에서 빨리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넥센은 2008년 창단하면서 목동구장을 임대 형식으로 쓰고 있다. 서울시가 고척돔을 지으면서 고척돔 사용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구장 운영권과 광고권 등 문제가 대두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다른 구단들과 달리 모기업 없이 수익을 자체적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넥센 입장에서 운영권과 광고권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다.

고척돔은 국회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사안이다. 강석호 의원(새누리당)이 지난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감에서 2009년 처음 공사를 시작했을 때 책정된 공사비 408억원이 8번의 예산변경을 거치면서 무려 2367억원으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고척돔 교통대책으로 진행 중인 고척교 확장공사비 212억원을 포함하면 처음 책정된 공사비의 5배가 넘어섰다. 당시 강 의원은 “프로구단과의 협상도 밀어붙이기식이 아니라 열악한 구단의 재정상황, 타 야구장의 관리운영권이 구단에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서로가 이득을 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척돔 공사는 일러야 내년 8월에 끝나는데 시즌 도중 홈구장을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넥센 관계자는 “이미 내년 시즌 일정이 다 나왔는데 시즌 도중 홈구장을 옮길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공사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된 교통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고척돔 주변은 서울시내에서 야구가 시작하는 저녁시간대 교통이 가장 복잡한 지역 중 하나다.

고척돔이 야구계를 넘어 사회 전반의 이슈가 되고 있다. 고척돔으로 홈구장을 옮기면 넥센도, 서울시도 나쁠 게 없다. 서울시가 모기업이 없는 넥센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길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문제는 협상이 지지부진할수록 큰 피해를 보는 쪽은 넥센도, 서울시도 아닌 팬들이라는 점이다. 팬이 없는 스포츠는 존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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