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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신드롬 주역 김원석PD-정윤정 작가 “‘미생’이 건드린 것은 직장인의 불안과 외로움” [인터뷰]

“정말 다들 힘들게들 사는구나 느꼈어요.”(김원석PD)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은 훗날 2014년의 안방극장을 돌아볼 때 빠질 수 없는 존재감의 작품이 됐다. 오는 19일, 20일 두 회의 방송이 남았지만 벌써 시청률은 유료플랫폼 기준으로 최고 9.5%(닐슨 코리아 집계)까지 치솟았다. 보통 3% 정도를 케이블드라마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 분위기를 볼 때는 기록적인 흥행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떨친 영향력은 더욱 컸다. 중장년층은 <미생>의 장그래(임시완) 캐릭터를 보면서 2010년대 20대를 이해하게 됐고, 젊은 세대는 오상식 차장(이성민)의 모습을 보면서 40대 이후 자신의 미래를 미리 봤다.

2014년 가장 큰 화제작답게 <미생>의 두 주역 김원석PD와 정윤정 작가에게는 매체들의 인터뷰 섭외가 물밀듯 밀려왔다. 결국 방송사 측에서는 기자회견 형태로 제작진과 취재진을 만나게 했다. 김원석PD와 정윤정 작가는 18일 오후 서울 청담동 씨네큐브에서 간담회를 열고 종방을 앞둔 소감과 드라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극 ‘미생’의 김원석PD(왼쪽), 정윤정 작가가 18일 오후 서울 청담동 씨네시티에서 진행된 공동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tvN

김원석PD는 <미생>의 인기 원인으로 현대인 특히 직장인의 불안과 외로움을 꼽았다. 그는 “처음 윤태호 작가의 웹툰은 철학적인 느낌이 있었고, 이후 사건에서 캐릭터들에게 감정이 이입하는 단계에서 문턱이 있다고 생각해 그런 부분을 조정했다. 직장생활하는 사람들의 외로움, 불안감을 드러내고 이를 서로 알아보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페이소스(동정 또는 연민)가 느껴지는 코미디를 하고 싶었다. 그냥 짠하고 웃긴데 슬픈 드라마 이른바 ‘웃픈 드라마’로 만들고 싶었는데 실제 첫 회를 보고 울었다는 분들의 소식을 많이 들었다”며 “그 말을 듣고 ‘아… 정말 힘들게들 사는구나’하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극 ‘미생’의 김원석PD가 18일 오후 서울 청담동 씨네시티에서 진행된 공동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tvN

<미생>은 가상의 무역회사 원인터내셔널을 배경으로 그 안에 입사한 신입사원 장그래, 안영이(강소라), 장백기(강하늘), 한석율(변요한) 네 명의 이야기와 이들을 둘러싼 상사원들의 애환과 희망 그리고 막막한 현실에 대한 씁쓸함을 다뤘다. 김원석PD와 함께 tvN 드라마 <몬스타>를 함께 한 정윤정 작가는 24세 당시 삼성그룹의 사보를 만들던 외주업체의 카피라이터로서 9개월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기둥삼아 작업을 시작했다. 실제 보조작가 세 명을 무역회사 대우인터내셔널에 한 달 반 정도 취업시키고 그들에게서 매일 근무일지를 받는 방법으로 세심한 설정을 더했다. 이는 실제 상사원들의 감수를 받아가며 대본에 반영됐다.

정윤정 작가는 “20대부터 60대까지 공통으로 관통할 수 있는 감정을 꼽을 때 공통된 것은 ‘연민’이라고 생각했다”며 “집필만 하느라 사실 자세한 바깥의 상황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불완전하고 불행할 수 있는 세계 속에서 사는 사람들, 거기에 사는 나에 대한 연민이 많은 분들이 작품에 공감해준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극 ‘미생’의 정윤정 작가가 18일 오후 서울 청담동 씨네시티에서 진행된 공동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tvN

연출자와 작가는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장면과 대사도 꼽았다. 김PD는 “극중 주인공들이 ‘갑’인 사람들에게 접대할 때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계약을 따내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춤을 춰야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 장면의 아이러니한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40대 남자 직장인의 다섯 가지 요소가 마음을 찡하게 했다. 술 마시고 취해서 택시 잡다 넘어지는 모습, 큰 양복 안의 초라한 몸, 지갑에 있는 복권, 식판을 놓고 밥을 먹는 모습, 술먹고 구토를 하는 모습 등을 녹인 장면들이 좋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동시에 “내일 봅시다”라는 대사를 가장 좋아하는 대사로 꼽았다. 정 작가는 “명대사는 명장면과 명연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며 “강대리(오민석)가 장백기에게 또 장백기가 장그래에게 하는 ‘내일 봅시다’하는 대사가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김PD 역시 “단순히 내일 보자는 이야기가 아니지 않나. 매번 다른 뜻이 있는 대사라 느낌이 좋다. ‘네가 이제 내 마음에 들어왔다’라는 의미가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또한 “장백기가 장그래와의 대화에서 나온 ‘스펙의 잘못도, 과거의 잘못도, 결국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알았다’는 대사도 인상깊다”고 덧붙였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극 ‘미생’의 김원석PD(왼쪽), 정윤정 작가가 18일 오후 서울 청담동 씨네시티에서 진행된 공동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tvN

김원석PD는 “처음 포스터가 나왔을 때 ‘그래도 살만한 인생’이라는 카피가 나왔을 때 게재를 반대한 적이 있다. 결국 그 주제는 내 생각과는 달랐다”며 “세상이 살만하지 않은가 납득시키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굳이 표현하자면 ‘그래도 살아야 하는 인생’이라고 바꾸는 게 맞다고 봤다. 바로 그 자세가 많은 시청자들에게 위로로 다가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tvN 금토극 <미생>은 오는 19일과 20일 오후 8시30분에 각각 방송되는 19회와 20회를 마지막으로 첫 시즌을 마무리 한다. 드라마 두 번째 시즌은 윤태호 작가의 웹툰 발간 이후 협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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