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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표 리더십’, 흔들리던 거인 중심 잡을까

링 위의 복서에 비유하면 거의 그로기 상태까지 몰렸다 기사회생하고 있다.

별의별 일이 다 있었다. 정치권까지 확산됐던 CCTV 사찰건과 일방적인 구단 운영에 대한 선수들의 항명 사건, 최근 들어서는 코치 선임 번복건까지 있었다. 코칭스태프 구성도 10개 구단 중 가장 늦다.

롯데 입장에서는 새 시즌을 준비하며 선발진을 어떻게 구성하고, 불펜진 줄을 어떻게 세우고, 테이블세터와 중심타선을 어떻게 엮을지 기본 전력 문제에 앞서 팀 분위기를 안정화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일지 모른다. 내년 시즌 막이 오르면 좁게는 선수들간 ‘팀워크’, 넓게는 선수와 구단과 소통이 우선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재훈과 임재철.

이번 겨울 롯데 유니폼을 새로 입은 선수들의 역할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두산 출신 선수들이 특히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들 모두 각자 분야에서 고참으로서 팀 전력뿐 아니라 팀 분위기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투수 쪽에서는 ‘여왕벌’ 정대현(36)과 함께 불펜을 끌어갈 정재훈(34)이 도드라진다.

자유계약선수(FA) 장원준에 대한 보상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정재훈은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두산 불펜을 지키며 쓴맛, 단맛을 다 봤다.

정재훈은 후배투수들로부터 신뢰가 컸다. 두산의 한 투수는 “재훈이 형은 조용한 스타일이지만 후배들을 따르게 한다. 보이지 않는 힘이 있는 선배였다”고 돌이켰다. 정재훈은 새로 짜여지는 롯데 불펜진에서 중요 자리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그라운드의 활약에 따라 클럽하우스 영향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LG에서 방출된 뒤 롯데에 둥지를 튼 임재철(38)에게도 두산 색깔이 진하게 묻어 있다. 임재철은 1999년 롯데 입단 뒤 3년을 뛰고 삼성과 한화를 거쳐 2004년 두산으로 이적해 10년을 보냈다. 지난해 LG에 잠시 머물렀지만 두산 팀 문화에 영향을 미치거나 영향을 받으며 선수 생활 대부분을 보냈다.

보는 이에 따라 시각차는 있을테지만, 두산이라고 하면 ‘자율적인 군대’ 같은 팀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척 자유스러우면서도 보이지 않은 위계질서 만큼은 확실한 팀이라는 것이다. 또 이런 특성이 제대로 발휘됐을 때 팀 성적이 기대치에 근접하기도 했다.

히어로즈 전신인 현대와 LG에서 14년간 선수생활을 한 최원호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임재철이나 정재훈 모두 원만한 스타일인데다 개인훈련을 성실히 한다. 롯데 후배 선수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긍정적 영향일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에 앞서서는 지난해 최준석(31)이 FA 시장을 통해 롯데로 복귀하기도 했다. 중고참 최준석 역시 강단 있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2002년부터 3년간 롯데에서 뛰다 8년을 두산에서 보내고 유턴했다. 그 또한 두산 색채가 강한 편이다.

팀 컬러는 보통 중고참의 움직임에서 나온다.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 따라 팀 문화도 달라질 수 있다. 고참 선수 영입을 두고 대부분의 팀이 선수 능력뿐 아니라 인성과 성향까지 충분히 감안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 선수단에는 축이 될 새로운 다리들이 들어와 있다. 아직은 두산의 ‘곰표’로 통하는 이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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