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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축구산업 포럼] “축구단은 팬들 것, 그들이 원하는 대로 운영돼야”

출범 19년 동안 끊임없이 쏟아부은 노력 끝에 성공의 길로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는 미국프로축구(MLS)가 관중난·재정난·중계난에 시달리는 K리그에 충격적인 교훈을 던졌다. “축구단은 팬들의 것이며 팬들이 원하는 대로 운영돼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는 메시지였다. 공급자의 관점에서 소비자의 관점으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상향식 접근만이 K리그를 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경향신문과 스포츠경향이 18일 한양대학교 한양종합기술연구원에서 개최한 ‘한·미 축구산업 포럼’ 발제자로 나선 MLS 관계자 5명은 이구동성으로 “팬”을 외쳤다. 팬 없이는 수입도 생길 수 없고 프로 스포츠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곽대희 교수(미시간대학교·스포츠 매니지먼트 전공)는 이를 “위 아 유어스(We are Yours)”로 정의했다. ‘We’는 MLS 축구단이고 ‘Yours’는 팬이다. 곽 교수는 “MLS 구단들은 인구통계학적인 것을 뛰어넘어 선호도·취향·가치관 등에 대한 팬들의 다양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면서 “그걸 근거로 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구단을 운영함으로써 팬들에게 그 팀이 ‘나의 팀’(My Team)이라는 의식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에게 프라이드를 가지게 하고 팀에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팬들의 충성도에 따라 서로 다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팬들이 구단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등 팬들의 참여가 커질 때 구단 가치가 올라가도 팬들의 충성도도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곽 교수는 “K리그가 팬들을 늘려야 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팬들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느냐”며 K리그의 자성을 촉구했다.

경향신문과 스포츠경향 주최로 18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한·미 축구산업 포럼’에서 미국프로축구(MLS) 사무국의 찰리 신 전략·기획·연구팀 실장이 미국 프로축구 리그의 발전과정과 운영, 마케팅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번 포럼은 최근 성공적인 팬 서비스와 스타 마케팅으로 자국 내 축구 저변을 확대하며 발전하고 있는 미국 프로축구 구단 관계자를 초빙해 경기력 향상과 성공적인 마케팅의 좋은 사례를 상호 공유하고 양국 프로축구의 혁신과 발전 및 생존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강윤중 기자

시애틀 사운더스와 밴쿠버화이트캡스 구단 관계자는 실질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시애틀의 테일러 그레이엄 마케팅실장은 시즌 티켓을 가진 사람들의 소속감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팬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경기 90분 전 도시 한복판에 함께 모여 경기장까지 이어지는 행진 이벤트(March to Match), 취향과 가치관에 따라 4개 서포터스 그룹의 분리 운영, 팬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춤과 연기도 마다하지 않은 선수단의 전향적인 태도 등을 예시했다.

밴쿠버의 미켈 스트로제 마케팅실장은 팀을 인식하는 팬의 라이프스타일을 5단계로 구분했다. ‘무인식→접촉 시도→간헐적인 접촉→팬→지지자’다. 그는 “팀에 대한 팬들의 인식 정도에 따라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이렇게 팬들을 구분하지 못하면 적합한 전략과 프로그램이 나올 수 없다”며 “팬들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팬들을 계속 만들고 무인식에서 지지자로 옮아가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MLS사무국의 찰리 신 전략·기획·연구팀 이사는 “MLS도 올바른 방향을 잡고 정확한 전략을 수립한 뒤 오랜 기간 동안 효과적인 일들을 수행한 덕분에 지금까지 성장했다”며 “K리그도 장기적인 비전과 청사진을 정하고 오랜 기간 동안 단계별로 목표를 설정한 뒤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경기장 전문 설계회사 로세티의 정성훈 이사는 “경기장 신설과 리모델링 모두 팬 경험을 극대화하고 다양화하기 위한 투자”라며 “집에서 나와 경기장에 와서 경기를 보고 돌아갈 때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한다면 승패와 관련없이 팬들은 경기장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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