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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들’ 김우빈, 남들이 뭐라던 그냥 그대의 길을 가라 [인터뷰]

배우 김우빈(25)은 인터뷰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쓰고 있는 스마트폰을 꺼내 보여줬다. 거기에는 “오늘 아침 늦잠 자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무사히 촬영이 잘 끝나서 감사합니다” “맛있는 밥을 먹어서 감사합니다”하는 짧은 메모가 담겨있었다. 원래는 다이어리에 쓰던 일기인데 짬이 잘 나지 않아 스마트폰에 쓰는 일로 바꿨다. 그는 이 일을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혼자 집에서 영화 보는 일을 좋아하고, 술이 먹고 싶으면 탕수육과 자장면이 알맞게 담겨있는 ‘1인세트’를 시켜먹는 행동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를 보는 바깥의 시선은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김우빈은 김홍선 감독의 영화 <기술자들>(제작 트리니티엔터테인먼트·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을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원톱 주연으로 올라섰다. 2012년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단역으로 출연하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연말 대작의 투자자가 김우빈의 단독주연 영화에 망설임 없이 투자를 결정할 만큼 그의 존재감은 커졌다. 이번에도 그가 잘하는 연기다. 인천세관에 숨겨진 현금 1500억원을 탈취하는 ‘기술자들’의 실질적인 리더인데 잘 생기고, 옷도 잘 입는데다 말도 잘 하고, 몸도 잘 쓴다. 거기다 능글맞고 낙천적인데다 깡도 세다. <기술자들>에서 그가 연기한 지혁은 대중이 김우빈에게 기대하는 모든 기대치를 더한 합보다도 조금 더 위에 있는 능력의 인물이다.

김홍선 감독의 영화 ‘기술자들’에서 인천세관에 숨겨진 현금 1500억원을 탈취하려는 지혁 역을 연기한 배우 김우빈. 사진 싸이더스HQ

“한석규 선배, 황정민 선배와 나란히 영화관에 걸릴 수 있다는 자체가 영광이죠. 부담감은 컸어요. 하지만 촬영 중간부터 부담감을 떨치려고 노력했어요. 감독님이 콘티를 설명해주시는데 상상만으로는 떠올리기 힘든 폭파장면이 있더라고요. 이렇게 대선배들과 한 자리에서 막내로서 의미있는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출연을 결정했어요.”

김우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남자배우와의 호흡이 좋았다는 점이다. 그의 출세작 <신사의 품격>에서도 장동건과의 호흡이 돋보였고, 드라마 <학교 2013> 이종석과는 ‘베스트 커플상’이 거론될 정도로 찰떡 호흡을 맞췄다. 영화 <친구2>에서는 유오성, 드라마 <상속자들>에서는 이민호가 여주인공보다 더 돋보이는 그의 짝이었다. 이번에는 대선배 고창석 또는 김영철이다.

김홍선 감독의 영화 ‘기술자들’에서 인천세관에 숨겨진 현금 1500억원을 탈취하려는 지혁 역을 연기한 배우 김우빈. 사진 싸이더스HQ

“저는 주로 선택을 받아야 입장이었어요. 점점 폭이 넓어지고 있죠. 선배들과 친해지면 굉장히 촬영현장이 즐거웠어요. 영화가 준비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요. 그래서 작품 이야기도 사적인 이야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선배들에게 요즘 ‘하트(♥)’ 표시가 들어간 문자를 많이 보내요. 좋아한다는 표현을 굳이 숨길 필요가 있나 싶어요. 남녀 간의 사랑도 사랑이지만 동료, 친구들 간의 사랑도 사랑이잖아요. 하지만 여자분들에게는 문자 보낼 때 많이 조심하죠. 하하.”

궁금증은 꼬리를 물었다. 이번에는 ‘마초 캐릭터’다. 그는 아직 이른 감은 있지만 ‘한국의 제임스 딘’이라는 호칭을 얻고 있다. 제임스 딘은 당대 젊은 반항아에 상징이었다. 김우빈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김우빈의 원래 성격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배우라도 원래 성격과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를 자꾸 하다보면 피로가 몰려올 법하다. 그의 대답이 궁금했다.

김홍선 감독의 영화 ‘기술자들’에서 인천세관에 숨겨진 현금 1500억원을 탈취하려는 지혁 역을 연기한 배우 김우빈의 영화 사진.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역시 대답은 비슷할 거 같아요. 신인일 때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은 드물잖아요.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이미지에 어울리는 역할을 많이 하게 되죠. 선택을 받는 입장이니 제가 열심히 해서 폭을 넓혀가는 노력을 해야 해요. ‘학생 역을 많이 했다. 강한 역을 많이 했다. 그러니까 이제는 다시는 하지 않을 거야’는 생각은 안 해요. 제가 재밌게 본 시놉시스와 공감이 가는 역할은 언제든 할 거고요. 운명처럼 오는 작품들은 다 하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현재 촬영을 끝내놓은 이병헌 감독의 영화 <스물>에서의 그는 조금 다를 것 같다. 그 역시 이 부분을 기대했다. 또래 배우 강하늘, 정소민 등과 호흡을 맞춘 영화에서 그는 눈에 힘을 풀고, 어깨 역시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그 나이 또래의 감성을 연기한다. 아직 필모그래피 초반, 거친 영화들이 그의 경력을 채우고 있지만 그가 진짜 좋아하는 영화들은 섬세한 영화다.

김홍선 감독의 영화 ‘기술자들’에서 인천세관에 숨겨진 현금 1500억원을 탈취하려는 지혁 역을 연기한 배우 김우빈. 사진 싸이더스HQ

“영화 <행복을 찾아서>를 봤는데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눈물을 쏟았어요. 이후로는 틈날 때마다 한 번씩 찾아봐요. 그런 상황에 놓인 배우가 연기하는 장면에서 제가 느꼈던 감정들을, 시간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관객에게 전하고 싶어요. 액션과 드라마가 있는 영화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저는 드라마가 있는 쪽인 것 같아요.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제가 갈 다음 장소가 보이지 않을까요?”

김우빈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본 많은 사람들은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반듯한 그의 모습에 적잖이 놀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를 더욱 깊이 알아보려는 기자들 역시 많다. 하지만 답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매일매일 바르고 반듯한 길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에 걸어들어가려고 노력하는 젊은 배우였다. 크리스마스 계획을 묻자 “드디어 지방 무대인사를 간다”고 신나하고, “당신은 무슨 기술자요?”라고 묻자 “셀카(셀프 카메라) 기술자”라고 해맑게 답하는 그에게 더 이상 무슨 의심을 품겠는가. 그냥, 주변 눈치보지 말고 그대 뜻대로 가라.

김홍선 감독의 영화 ‘기술자들’에서 인천세관에 숨겨진 현금 1500억원을 탈취하려는 지혁 역을 연기한 배우 김우빈. 사진 싸이더스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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