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2014 IT·게임시장엔 무슨일이?

‘손안의 게임’에 빠지고 ‘가카의톡’에 빠져나갔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어느 해 못지않게 역동적이었다. 단말기유통법이 이동통신 시장을 강타했고, 정부의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국민들이 불안감에 떨었다. 또 스마트폰 시장이 변화하며 한국 스마트폰 업계의 호황이 끝을 보이고 있다. 게임 분야 역시 잇단 규제 움직임과 시장 지형의 변화로 지난 6년간 거듭해 온 한국게임산업의 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그 와중에 모바일게임은 세계 3위의 거대 시장으로 성장하면서 외국 업체들의 본격적인 한국시장 진출이 시작됐다. 2014년 IT와 게임시장을 달군 주요 뉴스를 돌아봤다.

<IT분야>

■ 정부의 사이버 검열 논란

카카오톡이 검찰에 용의자 대화 내역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이버 검열 논란이 불거졌다. 수사 당국의 메신저 검열은 사생활 보호 문제로 비화됐고, 불안함을 느낀 이용자들이 대거 카카오톡을 탈퇴하고 해외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갈아타기도 했다. 이에 카톡, 라인, 네이트온 등 국내 메신저들도 속속 보안이 강화된 비밀대화 기능을 도입했다. 한편 다음카카오는 수사 당국의 감청영장에 협조했던 사실에 고역을 치르다가 ‘감청영장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는 초강수를 두면서 정치권까지 들썩거리게 했다. 최근에는 다음카카오 대표가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기술적으로 걸러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으면서 정부의 보복성 수사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 팬택 몰락과 스마트폰 시장 변화

국내 3위의 스마트폰 업체 팬택이 지난 8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팬택은 2000년대 중반 매출 3조원을 기록하며 세계 7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한국 제조업의 신화다. 하지만 결국 기술·자금력이 월등한 애플·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팬택의 퇴장 뒤로 중국 스마트폰이 부상했다. 샤오미, 화웨이, 레노버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3분기 세계시장 점유율 합계는 30.3%로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 합계(30.1%)보다 높았다.

■ 다음카카오 출범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톡으로 급성장한 카카오가 10월1일 통합 법인 ‘다음카카오’로 출범했다. 국내 IT 분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 합병은 10년 넘게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네이버와의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예고했다.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을 지향하며, 신용카드 결제 기반 카카오페이와 전자지갑 뱅크월렛카카오를 출시하고, 카카오택시 등을 선보인 다음카카오는 내년에 대대적인 모바일 사업 확장에 나선다.

네이버도 이에 맞서 모바일 자회사인 라인을 통해 결제서비스인 ‘라인페이’를 비롯해 배달서비스 ‘라인와우’, 콜택시 서비스 ‘라인택시’ 등 모바일 비즈니스를 본격화하고 있다.

■ 통신시장 흔든 단통법

과다 보조금 금지 ‘단통법’ 스마트폰 시장 ‘들었다놨다’

단통법이 10월1일 시행됐다. 단통법은 휴대폰 구매 때 지급하는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일정 한도(30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했다. 단통법 시행으로 90만~100만원 하는 최신 스마트폰을 공짜로 살 수도 있던 관행이 불가능해졌다. 단통법 시행 초기에 통신사들은 서로 눈치를 보느라 주요 스마트폰에 대한 보조금 액수를 상한선에 훨씬 못 미치는 10만원 안팎으로 정했다. 그러자 휴대폰 판매가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판매 부진을 견디다 못한 통신사가 최근 들어 보조금을 30만원 가까이 올리고,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제품 출고가를 내리면서 시장이 서서히 회복되는 추세다.

■ 모바일 트래픽 PC 추월

올 미국 추수감사절 때 전체 온라인 트래픽 중 모바일 검색이 지난해보다 23% 증가한 48.2%를 차지하며 온라인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또 중국에서는 11월 포털사이트 바이두의 모바일 트래픽이 처음으로 PC를 앞질렀다. 국내에서도 모바일 인터넷을 통한 쇼핑 규모가 지난해 5조9100억원에서 올해는 13조14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됐다. 시장 조사 기관 이마케터는 전 세계 인터넷 이용 인구 중 모바일 인터넷 이용 비중이 2014년 79.1%에서 2016년 87.3%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바일을 통한 인터넷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금융과 기술이 결합된 핀테크(Fintech),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사업 분야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게임산업 분야>

■ 롤드컵 4만 관중과 e스포츠 부흥

세계 최대의 e스포츠 이벤트인 ‘롤드컵(LoL 월드챔피언십)’이 국내에서 개최된 가운데 무려 4만 명의 유료 관중이 몰렸다. 또 <스타2>로 전환한 후 한때 흥행 부진을 겪던 ‘스타크래프트 리그’도 인기 재점화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엔씨소프트가 <블레이드&소울>로 e스포츠에 진출, 종목 다양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 밖에 e스포츠 전문 채널인 ‘스포게임TV’가 개국한 데 이어 넥슨이 국내 최대 규모의 e스포츠 경기장인 넥슨 아레나를 오픈, 인프라가 확충되는 등 e스포츠가 부흥의 발판을 마련한 해로 기록됐다.

■ ‘셧다운제’ 합헌 결정과 ‘4대 중독법’

지난 4월 헌법재판소는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을 금지한 ‘강제적 셧다운’ 제도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게임을 알코올·도박·마약과 함께 치유해야 할 4대 중독 물질로 규정하는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게임 중독법)과 게임물 중독 치유 명목으로 게임사 매출 1%를 수금하는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에 이어 지난 6월에는 콘텐츠 산업 진흥을 위해 모든 게임사 매출 5%를 걷겠다는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까지 등장했다. 또 웹보드 게임 규제로 NHN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게임즈와 같은 대형 게임사들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 성장엔진 멈춘 한국 게임산업

지난 6년간 성장을 이어온 게임시장 규모가 잇단 규제 움직임과 시장 지형의 변화로 하락세로 반전했다. 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4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한국 게임산업은 지난해 0.3%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07년 이후 꾸준히 10%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오던 게임산업의 기세가 6년 만에 꺾인 셈이다. 특히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가 20%가량 하락했다. 반면 모바일 게임은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여주며 시장의 지형 변화를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 국경 무너진 모바일게임 시장

모바일 게임 세계 3위 성장 … 해외업체들 앞다퉈 국내진출

약 120억 달러(약 12조2000억원)로 추정되는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한국이 미국과 일본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하면서 외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행보가 이어졌다. 특히 세계 최대 게임사 텐센트가 5억 달러(약 5300억원)를 투자해 CJ게임즈의 3대 주주로 올라선 데 이어 4:33, 파티게임즈 등 주요 게임사에 투자를 이어갔다. 이어 추콩, 쿤룬, 이펀컴퍼니, 4399게임즈 등 중국 업체들도 앞다투어 한국에 진출했다. 또 핀란드의 슈퍼셀이 대규모 마케팅을 앞세워 <클래시오브클랜>으로 한국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한국 업체들의 해외 진출도 활기를 띠면서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넷마블게임즈가 서비스하는 <모두의 마블> 등이 글로벌 흥행을 이어갔다.

■ 모바일게임, 변방에서 중심으로

신생 개발사 액션스퀘어가 개발한 <블레이드>가 ‘2014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모바일게임 최초로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모바일게임이 시장의 대세임을 선포했다. 특히 유저층이 급격히 확대되며 모바일게임사 중에서도 ‘1000억원’ 클럽이 속속 탄생했다. 게임빌·컴투스는 3분기까지 나란히 매출 1000억원과 1500억원을 돌파하며 모바일게임 1000억원 매출 시대를 열었다. 뒤를 이어 선데이토즈가 3분기까지 11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액션스퀘어가 개발한 모바일 액션 RPG <블레이드>가 연말까지 누적 매출 1000억원을 기록했다. 썸에이지가 개발하고 4:33이 지난 11월 출시한 <영웅>은 출시 한 달도 안 돼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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