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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강소라 “직장인은 안정됐을 거란 생각, 가장 먼저 깨졌다” [인터뷰]

“이런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어 너무 좋았어요.”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에 출연했던 배우 강소라(24)는 종방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다시 눈물을 글썽였다. 이미 ‘종방연 때 울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나왔던 터였다. 그는 “내 눈을 높여주고… 이런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어서 그랬다”며 휴지로 연신 눈 주위를 찍어냈다. 한 번 고조된 감정은 다음 질문이 늦어질 정도로 잘 가라앉지 않았다. 그의 말로는 그는 전 국민을 울리고 있는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봐도 울지 않았단다.

하지만 <미생> 생각만하면 아련한 마음에 저절로 눈물이 났다. <미생>은 배우 강소라를 떠나 사람 강소라를 부쩍 성장시킨 작품이었다. 강소라는 윤태호 작가의 동명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에서 극중 원인터내셔널의 자원팀 신입사원 안영이를 연기했다. 빼어난 미모에 성적 및 경력 그리고 영어, 러시아어에 능통한 만능이었지만 상사들의 이유없는 질시와 끊임없이 사고를 치는 아버지의 존재로 마음고생을 했다. 그는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나 안영이로 산 가감없는 소회를 밝혔다.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미생’에서 극중 원인터내셔널 자원팀의 신입사원 안영이를 연기한 배우 강소라. 사진 윌엔터테인먼트

- 선배들을 찍어누르는 웹툰의 안영이와 달랐다. 머리스타일도 웹툰과 달리 긴 머리를 택했는데.

“원작에서 안영이가 보이는 부분은 많지 않다. 오히려 오차장(이성민)과 장그래(임시완)의 ‘브로맨스(Bromance·남자들끼리의 우애 또는 애틋한 관계)’가 주된 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영이는 일적으로는 훌륭하지만 인간관계가 서툴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극중 긴 머리를 택한 이유는 그런 영이가 아버지와의 관계를 단절했다는 느낌을 주려고 했던 것이다. 영이는 아버지에게 아들로 여겨진 딸이었다. 그래서 짧은 머리를 고수했는데 아버지가 큰 빚을 떠안긴 후부터는 집에서도 나와 살고 일부러 아버지와의 관계를 거부한다. 그러다보니 회사에서도 건방진 건 아니지만 폐를 끼치기 싫은 마음에 굳이 자신의 마음을 알리지 않는다. 그래서 긴 머리로 아버지의 요구대로 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했다.”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미생’에서 극중 원인터내셔널 자원팀의 신입사원 안영이를 연기한 배우 강소라 극중 연기장면. 사진 tvN

- 강소라와 안영이는 얼마나 닮았나. 그리고 주변에 오차장 같은 멘토가 있었나.

“한 40% 닮은 것 같다. 일을 즐기는 부분은 영이와 비슷하지만 나는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영이만큼 독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난 데뷔 이후 장그래같은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출연한 드라마마다 많은 선배들이 오차장의 역할을 해주셨다.”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미생’에서 극중 원인터내셔널 자원팀의 신입사원 안영이를 연기한 배우 강소라. 사진 윌엔터테인먼트

- 최근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에서 입었던 드레스 가격이 3만9000원이라 화제가 됐다.

“화제가 돼 깜짝 놀랐다. 원래 대구지역 주류업체 광고 사진을 찍으면서 골랐던 드레스였다. 다른 옷은 안 그랬는데 그 옷을 입으니 현장 스태프들의 반응이 좋고, 사진작가도 웃어주셨다. ‘그래, 이거다’ 싶어 입고 나갔지만 입을 당시에는 브랜드를 모르고 입었다. 체형을 고려한 의상을 입다보니 그렇게 됐다. 화제가 됐다는 사실은 기사를 보고 알았다.”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미생’에서 극중 원인터내셔널 자원팀의 신입사원 안영이를 연기한 배우 강소라 극중 연기장면. 사진 tvN

- 극중 영어와 러시아 실력이 출중했다.

“영어는 어릴 때부터 취미로 좋아했다. 외동딸이라 집에서 있는 날이 많았다. 아버지께서 해외를 자주 다니셔서 디즈니 만화 비디오를 사주셨는데, 정식 경로로 수입된 비디오가 아니라 자막이 없었다. 그걸 이해하려고 계속 들었다. 50번 정도 반복할 때도 있었다. 스스로 공부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러시아어는 <미생>을 준비하면서 처음 배웠다. 제대로 배우고 싶었지만 능력이 안 돼 접었다. 잘 들어보면 러시아 말은 의문문도 끝 억양을 낮추는데 나는 일부러 높은 적도 있다.”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미생’에서 극중 원인터내셔널 자원팀의 신입사원 안영이를 연기한 배우 강소라. 사진 윌엔터테인먼트

- 영이 역을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은? 실제로 하대리(전석호) 같은 밉상 상사가 있으면 어떨까.

“여자라서 당하는 무시는 아마 영이 입장에서는 아버지에게 당할 만큼 당했기 때문에 익숙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담담하고 담대하게 표현했다. 약해지면 더 무시받지 않겠나. 개인적으로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참아야만 하는 부분이 힘들었다. 만일 하대리 같은 상사가 있다면 오히려 더욱 털털하게 다가갔을 것 같다. 자원팀 특성상 프로젝트가 길어 여사원을 기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전 주재원도 나갈 수 있고, 나가서도 도망 안 갑니다’하면서 다가섰을 것 같다.”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미생’에서 극중 원인터내셔널 자원팀의 신입사원 안영이를 연기한 배우 강소라 극중 연기장면. 사진 tvN

- 대한민국에서 여성 직장인으로 사는 희로애락을 맛봤을 것 같다. 느낀 점이 있다면.

“배우를 하면서 직장인의 일을 단순하게 생각했다. 사실 배우 일은 언제 일을 할지 모르고 승진도 없어서 불안정한데 직장인은 안정된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가장 먼저 깨져나갔다. 생각보다 일이 많이 치열하고, 개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일이 정말 많더라. 나는 그냥 작품을 하고 싶으면 오디션을 보거나, 연출자를 찾아가거나 하다못해 소속사에 말을 하면 되는데, 직장인은 하나의 일을 하기 까지 거치는 단계가 엄청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를 많이 이해했다. 왜 술을 먹고 들어오실 수밖에 없었는지, 수염을 안 깎은 얼굴로 왜 자꾸 들이미시는지, 치킨을 사 오시는지 느꼈다. 여자로 산다는 부분 역시 풀리지 않는 숙제 같다. 얼마나 많은 짐을 지느냐보다는 어떻게 지게 되느냐는 부분에서 여성들의 처지를 느꼈다.”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미생’에서 극중 원인터내셔널 자원팀의 신입사원 안영이를 연기한 배우 강소라. 사진 윌엔터테인먼트

- 윤태호 작가가 웹툰 <미생> 시즌2 계획을 밝혔는데, 이 작품을 포함한 차기작에서는 어떤 연기하고 싶나.

“두 번째 시즌에 출연한다면 승진을 했으면 좋겠다.(웃음) 아마 영이가 상사가 돼서 독한 후배를 맞아 고생하는 장면이 나와도 재밌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는 내 나이로만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작품에 잘 묻어가고, 욕심없이 맡겨서 연기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즐겁게 고민했던 것 같다. 다음 작품을 한다면 <못난이 주의보> <닥터 이방인> <미생> 모두 아버지와 관계가 정말 안 좋았는데(웃음) 다음에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매끄럽고, 활기찬 인물을 해보고 싶다. 실제 강소라가 보이는 작품을 했으면 한다.”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미생’에서 극중 원인터내셔널 자원팀의 신입사원 안영이를 연기한 배우 강소라(오른쪽) 극중 연기장면. 사진 tvN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미생’에서 극중 원인터내셔널 자원팀의 신입사원 안영이를 연기한 배우 강소라. 사진 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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