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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볼 PM 6:29] 병살타냐, 역전홈런이냐…기로에 선 ‘김동주 야구인생’

2013년 5월17일 대전구장. 공휴일인 석가탄신일에 낮경기로 진행된 두산-한화전은 저무는 해와 함께 종착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4-5로 끌려가던 9회초. 두산은 동점 내지 역전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로 나온 김현수의 안타에 한화 포수 박노민의 송구 실책으로 1사 1·3루로 판이 커졌다. 그리고 타석에는 6번 김동주. 김동주는 앞선 타석까지 3타수 2안타로 타격감이 좋았다. 역전패에 익숙한 한화 팬들은 또 술렁였다.

한화 투수 김광수의 승부는 과감했다. 몸쪽으로 파고드는 138㎞짜리 초구. 김동주는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으나 타구는 3루수 앞으로 굴러 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연결되고 말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기록지에 남아있는 김동주의 1군 마지막 경기다. 김동주는 지난해 말 두산에서 방출선수로 풀린 뒤 선수생활을 연장할 새 팀을 찾고 있지만 아직은 가타부타 답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

기회는 있었다. 그러나 눈높이 차이로 불발됐다. 지난 달 10번째 구단 kt의 영입 제의로 협상까지는 이뤄졌으나 계약 조건에 대한 입장차로 결렬됐다.

많은 이들이 김동주가 kt행 카드를 잡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계약이 성사되지 못한 데는 비지니스 차원에서 선수와 구단이 주장하는 바가 있었겠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보자면, 김동주 입장에서 1군 그라운드에 다시 서는 데 kt만한 구단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초 kt 내부에서도 김동주 영입을 놓고 긴 논의가 이어진 끝에 조범현 감독의 결정으로 둘 간의 만남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판이 깨진 것은 두고두고 아쉬울 수 있다.

김동주의 하루는 다른 선수의 열흘 같을 지 모른다. 1월을 이대로 보내면 정규시즌 개막에 1군 무대에 설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1월을 넘겨 2월 이후 계약을 한다면 육성선수(구 신고선수)로 등록이 가능하지만, 1군에서 뛰려면 6월 이후에나 출전이 가능해진다.

바야흐로 스프링캠프 계절이 다가온 시점에서 김동주 영입 가능성을 수면 위로 올려놓은 구단은 kt 이후 보이지 않고 있다.

오랜 시간 그라운드의 ‘별’로 떠있던 선수라면 프로 첫 경기는 희미해도 마지막 경기만큼은 또렷이 기억한다. 2010년 9월19일 눈물 흥건한 은퇴경기를 치른 양준혁이 그랬고, 2005년 올스타전을 은퇴경기로 삼았던 장종훈이 그랬다.

김동주는 한국야구의 메카인 잠실구장에서만 홈런 131개를 터뜨린 ‘잠실 홈런왕’으로 프로 이력에 굵은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9회 1사 역전 찬스에서 병살타로 끝난 김동주의 마지막 1군 기록처럼 ‘끝’이 허무해질 위기에 놓였다.

1군 무대에서 안타를 치고 나가 1루에서 장갑을 벗는 김동주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시간은 흐르고, 각 팀은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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