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김대길의 리플레이] 색깔잃은 슈틸리케호…이겨도 이긴게 아냐

이긴 게 천만다행이었다. 슈틸리케호의 색깔은 전혀 찾을 수 없었고, 수비 불안은 심각했다. 대표팀 정비가 필요함을 보여준 경기였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가장 큰 문제는 팀 컨디션을 대회 본선에 맞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만과의 1차전 이후 선발의 절반 이상이 부상과 감기 등으로 바뀌었다. 평가전도 아니고 아시안컵 본선대회에서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선수단의 관리 문제를 먼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현지의 기온차 때문에 많은 선수가 감기에 걸렸는데 지원스태프가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큰 대회를 치르려면 팀의 전체적인 컨디션을 본선에 맞춰 최상으로 끌어올렸어야 한다.

주전이 다수 빠지고 백업 멤버들 위주로 나온 이날 대표팀이 어떤 축구를 하려했는지 색깔을 찾을 수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후 측면 윙백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 전방과 2선 공격수의 활발한 침투와 유기적인 플레이를 추구해왔다. 그러나 쿠웨이트전에서는 차두리의 측면 돌파에 이은 남태희의 골 장면 외에는 슈틸리케호의 색깔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최전방 공격의 약점은 그대로였고, 2선에서의 움직임도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공격진은 너무 수동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볼 가진 선수 이외 선수들의 움직임이 떨어지다보니 쿠웨이트는 편하게 수비를 할 수 있었다. 컨디션이 떨어져 있는 가운데 움직임이 둔화돼 팀 스피드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특히 수비 불안은 가장 큰 문제였다. 상대가 오만과 쿠웨이트였기에 망정이지 8강, 4강에서 만날 팀에 이렇게 수비를 한다면 승리할 수 없다. 대인 방어 문제도 크게 두드러졌지만 수비 라인으로 내려와서도 적극성이 떨어졌다. 압박이 느슨했고 상대에게 패스와 킥, 드리블 길을 다 열어주고 수비를 하는 안일한 플레이를 했다. 또한 중앙수비수는 대인 방어와 함께 수비 라인을 정리하고 공격수와 간격을 맞추는 것도 중요한 임무다. 그러나 쿠웨이트전에서는 전혀 라인 설정이 안 됐다. 공수 간격도 안맞고 수비 라인 자체도 호흡이 맞지 않아 뒷공간을 열어주는 불안함으로 나타났다. 수비 라인을 이끌 선수가 없다는 게 무엇보다 아쉬웠다.

쿠웨이트전에서 중원의 기성용이 중심을 잡아주지 못했다면 큰일날 뻔했다. 힘겹게 2승을 거뒀지만 토너먼트를 위해서는 팀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 부상 선수가 나온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경기에서는 슈틸리케 감독이 보여주려는 전술적인 특징과 지향점이 나와야 한다. 팀 컨디션이 최악인 가운데 일단 위기는 넘겼다. 이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력이 필요하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