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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 선수단 관리 실패 이유 있었다, 인재…곪은 환부 터졌다

예고된 인재-정형외과 아닌 흉부외과 출신 주치의 광저우 亞게임 사례도

드러난 실상-축구협 의무분과위 특정 조기축구회 출신 운영 구조적 문제도

“경기에 뛸 수 있는 선수가 18명으로 줄어들 줄이야….”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61)은 13일 쿠웨이트전이 끝난 뒤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예상치 못했던 부상 악재가 겹치면서 주축 선수 5명이 뛰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 탓이다. 오만전에서 다친 이청용(볼턴)은 아예 귀국길에 올랐고, 김창수(가시와 레이솔)는 오른쪽 허벅지 부상 여파로 손흥민(레버쿠젠)과 구자철(마인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은 감기 증상으로 빠졌다. 결국 한국은 한 수 아래의 상대와 졸전을 펼쳐 8강 진출을 확정짓고도 선수단 관리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시안컵에 출전 중인 한국 축구대표팀이 선수들의 부상과 감기 등으로 정상 전력을 가동하지 못하면서 선수단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청용이 지난 10일 오만과의 1차전에서 오른쪽 정강이 부상을 당해 쓰러져 있다. 캔버라 | 연합뉴스

■흉부외과 출신 축구 주치의?

흔히 부상은 예측할 수 없는 천재(天災)에 가깝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표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예견됐던 인재(人災)”라고 말했다. 전문성 부족으로 선수단 관리에 실패해 일어난 일이라는 뜻이다.

이번 아시안컵 주치의는 오만전이 끝난 뒤에도 이틀간 이청용의 몸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청용의 다친 부위가 과거 9개월 가까이 경기를 뛰지 못하게 만들었던 오른쪽 정강이뼈였음에도 불구하고 엑스레이 판독 결과만 믿고 단순 타박상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선수가 통증을 호소한 뒤에야 컴퓨터 단층(CT) 촬영으로 미세골절을 발견했다.

당시 호주 현지 사정으로 병원이 문을 열지 않았다지만 엑스레이를 찍을 수 있었다면 CT 촬영 혹은 자기공명촬영(MRI)을 하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한국이 경기를 치른 캔버라는 개도국이 아닌 G20에 속한 호주의 행정 수도다. 또 다른 부상 선수인 김창수는 아예 병원에서 정밀 검진도 받지 않아 우려를 더욱 키운다.

현 주치의의 전공이 축구와 큰 관련이 없는 흉부외과 전공이라 생긴 인재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주치의가 자신의 병원은 정형외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전문성에 다소 손색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협회는 전문성 부족으로 인재를 경험했던 사례도 있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손목에 통증을 호소한 골키퍼 ㄱ을 재활의학과 전문의에게 맡겼다가 우승 문턱에서 넘어졌던 것이 대표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형외과 전문의 ㄴ씨는 “의료면허를 갖고 있는 의사라면 사실 누가 주치의를 맡아도 된다”며 “그러나 다치는 선수가 속출하는 축구에는 정형외과 의사가 아무래도 더 잘 맞는 게 사실이다. 성형외과 전공이 아닌 의사도 성형외과를 개원할 수는 있지만, 그 병원을 믿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조기축구회가 점령한 의무분과위원회

협회 의무분과위원회 운영과 관련한 지적도 잇따른다. 특정 조기축구회 출신들이 의무분과위원회를 독점하다보니 전문성이 부족한 주치의를 선임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2013년 의무분과위원장 부임 이후 위원장의 조기축구위원회에 소속된 의무진들이 한꺼번에 의무분과위원회로 선임됐다. 현 대표팀 주치의도 이 조기축구회에 가입돼 있다. 협회는 현 의무분과위원회 체제로 바꾸며 기존의 의무분과위원회가 대표팀 주치의 역할에 그친 데 반해 의무지원 범위를 강화하려는 의도였다고 밝혔지만, 결과는 실망스럽기만 하다.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서 황열병 주사 접종 시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한낱 감기에 흔들렸다.

대표팀 주치의 운영과 관련해 구조적인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대표팀 주치의는 사실 큰 명예가 따르는 자리다. 그런데 정작 최고의 의료 전문가가 맡고 있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각급 대표팀이 대회에 출전하다보면 한 달 가까이 동행해야 하는데 자신의 업무로 바쁜 전문의들이 자리를 비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개인 병·의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이 대표팀 주치의를 맡는다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결국 의사도 봉급쟁이”라며 “대표팀을 따라 오랜 시간을 비우는 게 쉽지 않다. 이 문제는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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