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노래죠? 언니, 난 고음이 안돼요.” (신지현)
“아, 나도 춤이라면 몰라도…흑흑” (홍아란)
코트의 두 얼짱은 처음엔 함께 찡그렸다. 농구공 대신 마이크를 잡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지만 영 어색했다. “노래에 소질도 없는데 하필 노래”라며 볼멘소리도 냈다. 그러나 반주가 나오자 이내 자세를 가다듬는다. 이어 “난~난 꿈이 있어요~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로 시작되는 ‘거위의 꿈’을 진지하게 부르기 시작한다.
올시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여자농구 두 얼짱 신지현(20·하나외환)과 홍아란(23·국민은행)은 15일 서울 신사동의 한 스튜디오에 모였다. 유니폼 대신 사복을 입고 머리엔 헤드셋을 끼고 마이크 앞에 섰다. 이들은 18일 청주 종합체육관에서 열리는 2014-2015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듀엣 공연을 한다. 올시즌 폭발적인 팬 사랑에 대한 감사의 의미다. 프로 2년차인 신지현은 중부 선발 최다득표의 영예를 안고 처음으로 올스타전에 나선다. 고교 시절 ‘61점 소녀’로 화제를 불러모았던 신지현은 프로 데뷔 후 귀엽고 예쁜 외모로 남성팬의 큰 사랑을 받으며 여자프로농구 최고 인기 선수로 우뚝 섰다. 남부 선발 대표로 올스타전에 나가는 홍아란도 ‘청주 아이유’라는 별칭을 받을 만큼 상큼한 미소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신지현은 “사실 노래는 영 소질이 없어 노래방도 안간다”며 손사래를 쳤다. 홍아란도 “춤을 추라면 하겠는데 사실 나도 노래는 영”이라며 앓는 소리를 했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에서 선정한 듀엣 노래를 부르는데 의기투합했다. 처음엔 어색한 듯 목소리가 작았다. 황라열 보컬 트레이너가 “목소리 좋고 음정도 괜찮다”고 격려하자 살짝 웃었다. 처음엔 모기처럼 작은 소리가 몇번 반복되면서 커졌다. 홍아란은 어느새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로 이어지는 고음의 절정부에서 과감하게 목청껏 소리를 냈다. 신지현은 “난 고음은 안돼요”라며 “낮게 맞춰보겠다”며 화음을 이뤄냈다.
20대 초반의 통통 튀는 젊은 얼짱들은 금세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통통튀는 매력을 발산했다. 코트에선 경쟁하지만 다정한 선후배답게 서로 이끌고 의지하며 재미있게 연습을 이어갔다. 둘은 팬 사랑에 보답하고 여자농구를 더 알리기 위해 열심히 노래했다. 홍아란은 “운동하는 것보다 힘들지만 그래도 연습을 잘 해서 올스타전때 좋은 공연 모습 보이겠다”며 웃었다. 신지현도 “언니만 믿고 열심히 하겠다”면서 “제게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고 열심히 해서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공연 외에도 올스타전 경기에서도 팬과 더 소통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보여주겠다고 입을 모았다.
‘거위의 꿈’은 아직은 실력보다는 외모로 먼저 인기를 얻은 두 얼짱이 선수로서 더 성장하겠다는 공통적인 꿈을 담고 있다. 신지현은 “더 노력해 실력으로도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겠다”고 했고, 홍아란도 “농구 선수니 다른 것보다 플레이를 더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풋풋하고 상큼한 코트의 두 샛별의 꿈을 담은 합동 공연은 올스타전 3쿼터 작전타임에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