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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의 피터팬’ 송명근 “제 매력이요…해맑은 웃음?”

개구쟁이 같은 앳된 얼굴에 해맑게 웃으며 코트 구석구석을 날아다닌다.

‘피터팬’을 생각나게 하는 레프트 송명근(22)은 요즘 프로배구의 대세로 불린다. 지난 시즌 세터 이민규, 레프트 송희채와 함께 신생 팀 OK저축은행에 입단한 ‘경기대 트리오’ 중 레프트 공격수인 송명근은 한 단계 성장한 모습으로 2년차 팀을 선두 경쟁으로 이끌고 있다.

슈퍼리그 시절 코트를 가득 메우던 왕년의 오빠부대들이 출동한다면 몇 개 부대를 거느릴 법한 송명근은 “오빠 부대 얘기는 들어만 봤다. 지금 팬들은 한 팀의 여러 선수들을 두루 좋아하시는 것 같다”며 “팬들이 주시는 편지는 다 읽어보고 아버지께 갖다 드린다. 아버지가 액자로 크게 만들어서 보관하고 계신다”고 ‘자랑’했다.

코트 위에서 해맑게 웃으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자신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송명근을 15일 경기도용인의 OK저축은행 선수단 훈련장에서 만나보았다.

용인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꽃미남 군단? 나는 0순위

OK저축은행은 ‘막내구단’ 답다. 20대 초·중반 또래 선수들이 모여 있어 더욱 흥도 잘 나고 신나는 팀이다. 게다가 전부 훈남들이다. 야구·축구와 달리 원래 소녀 팬들이 강세인 배구 코트, 신생 팀이 2년 만에 이만큼 인기를 끈 데는 성적과 함께 이 꽃미남 선수들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송명근은 그중 ‘자칭 타칭’ 선두주자다. 수줍은 듯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크게 사랑받고 있다. “우리 팀에 잘 생긴 선수들이 많은 것 같긴 하다”고 고개를 끄덕인 송명근은 누가 제일 잘 생겼느냐고 묻자 “(이)민규, (박)원빈이, (강)현수, (배)홍희 형… 아주 많다. 그 중 저는 0순위”라고 씨익 웃었다. 인기에 대해서도 “요즘 원빈이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금은 몸이 좋지 않아 쉬고 있지만 현수도 인기가 아주 많다”며 “나도 뒤처지지는 않는 것 같다”고 또 한 번 수줍게 자기 자랑을 했다.

유난히 연상의 여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누나팬과 이모팬이 가장 많은 선수다.

송명근은 “중·고등학생 어린 친구들도 많긴 한데, 특히 어머님들이 좋아해주신다. 내가 옛날 스타일인 모양”이라며 “귀엽다는 말도 많이 듣는데 좋다”고 해맑게 웃었다.

■감독님께 많이 배워요

젊고 개성 넘치는 선수들이 모여 불과 두번째 시즌에 선두 싸움을 하는 것은 대단한 성과다. 선수들이 ‘오버’하지 않도록 잡아주는 왕년의 톱스타 출신 김세진 감독의 지도는 그런 점에서 아주 큰 영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송명근, 송희채, 이민규에 대해 김 감독은 칭찬보다 ‘독설’을 날릴 때가 많다. 최강 오빠부대를 거느렸던 김 감독이기에 이제 2년차 된 어린 선수들의 성장 과정을 가장 신경쓰고 있다. 선수들이 그 의도를 잘 읽고 소화하는 것은 OK저축은행이 일찍 자리잡고 있는 큰 이유다.

외국인선수 시몬과 함께 호흡해야 하는 ‘토종공격수’를 맡은 송명근은 김 감독의 ‘독설’에서도 중심에 있다. 그러나 성장을 위한 채찍질로 잘 이해하고 있다.

송명근은 “잘 한다 잘 한다 했을 때 겸손해야 되는데 더 잘 해보겠다고 의욕이 앞서다보니 팀 플레이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당근보다는 채찍을 많이 주시는 것 같다”며 “혼나는 걸 잘 받아들이면서 경기할 때 잘 활용해야 할 것 같다. 감독님이 워낙 스타셨으니까 이런 시기에 어떻게 잘 해야 되는지 정확히 알고 계시는 것 같다. 자기 통제 하는 부분을 잘 잡아주신다”고 말했다.

송명근은 서브를 넣기 전 양팔을 벌려 크게 숨을 고른 뒤 동작을 시작하는 독특한 습관을 갖고 있다. 송명근의 서브 동작을 파노라마 기법으로 촬영한 모습. 용인 | 이석우 기자

■제 서브가 왜 그렇냐면

김 감독의 채찍을 자기 것으로 잘 소화하는 것처럼 송명근은 프로 2년차인 올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서브가 대표적이다.

서브 차례가 오면 항상 엔드라인 한 가운데서 뒤로 돌아 5발짝을 걸은 뒤 다시 돌아 양손을 활짝 벌리고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한 뒤 서브를 넣는다. 이번 시즌부터 하고 있는 송명근만의 독특한 ‘서브 의식’이다.

송명근은 “서브 넣을 때 토스가 많이 불안한 편이다. 2013년에 월드리그 경기였는데, 서브 때 토스를 넣었는데 너무 긴장했는지 공이 얼굴 정도까지밖에 안 떠서 급하게 언더로 넘긴 적 있다. 국제대회에서 그러고나니 서브 넣을 때 긴장하지 않는 법을 찾아야 했다”며 “천천히 리듬을 갖자 생각하고 이번 시즌을 시작하면서 그렇게 해봤다. 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토스가 머리 위로 자연스럽게 올라가면 그 순간에 동시에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28.5%에 이르던 서브 범실률은 지금 23.5%로 많이 줄었고, 이 독특한 서브도 송명근만의 상징이 되었다.

용인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춤은 얼마든지 출 수 있죠

OK저축은행은 독특한 팬 서비스로도 유명하다. 홈 경기에서 이기면 선수들 전체가 팬들 앞에서 춤을 춘다. 여성 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올스타전 전야제에서 코믹댄스로 춤 실력을 인정받은 송명근은 이 댄스 세리머니 때도 항상 외국인선수 시몬과 맨앞에 서 있다.

송명근은 “일주일에 이틀 정도 야간 훈련 없을 때 치어리더 누나들한테 30분 동안 댄스 훈련을 받는데, 나는 춤을 잘 춘다기보다 적극적으로 배운다. 연습할 때 내가 제일 열심히 하는 것 같다”고 웃으며 “시몬이 잘 춘다. 리듬감이 남다르다. 외국인선수지만 항상 맨앞에서 적극적으로 해주니까 우리가 고맙고 더 잘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승19패로 6위였던 OK저축은행은 15일 현재 17승6패로 1위 삼성화재에 불과 승점 ‘7’이 뒤진 2위다.

송명근은 “이기고 지고의 차이 같다. 지난 시즌에도 이길 때만 춤 췄는데 성적이 좋지 않으니까 사실은선수들 모두 힘들어했고 불만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다들 적극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시즌에는 거의 져서 고개 숙이고 다녔는데 이번 시즌에는 우리가 경기를 재미있게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위기 상황에서 극복하는 경기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며 “이제는 어려운 경기를 하면서도 버티면 우리가 이긴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시몬도 왔지만 훈련을 진짜 많이 했기 때문에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는 한, OK저축은행 선수들의 춤은 계속 된다. 송명근은 “올시즌 꼭 우승하기 위해 달리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홈경기에 팬들이 많이 와주셔서 좋아요. 경기장이 더 꽉 차면 좋겠는데…. 춤도 더 열심히 출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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