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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서 첫 모성 연기 하지원 “엄마 연기? 그냥 어울려 놀았어요” [인터뷰]

하지원(37)이 세 아이의 엄마로 돌아왔다. 지난해 MBC 드라마 <기황후>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황후를 연기했던 그의 1년만의 변신이다. 이제 서른 후반에 접어든 나이라 모성을 연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텐데도 우리는 하지원에게 ‘엄마’라는 단어를 붙이는데 주저하게 된다. 그가 지금까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였던 발랄하고 때로는 액션도 마다하지 않는 활기찬 이미지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 14일 개봉한 하정우 감독의 영화 <허삼관>에서 허옥란 역을 맡아 무려 세 아들의 엄마로 열연했다. 중국 소설가 위화의 원작을 각색한 영화에서 때로는 백치미 넘치는 여인이었다가도 가족이 위험에 닥치면 누구보다 헌신적인 모성애를 표출한다. 분명 세 아이의 엄마였지만 스크린 위 하지원은 누구보다 싱그러웠다. 그것은 인터뷰 장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정우 감독의 영화 ‘허삼관’에서 세 아들을 보살피는 모성이 돋보이는 인물 허옥란을 연기한 배우 하지원.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 <허삼관>은 어떤 영화보다 유쾌한 터치가 돋보였다. 촬영장의 느낌은 어땠나.

“촬영장에서 행복하게 촬영했다고 했어요. 그 감정이 영화에 담겼으면 해요. 영화 내내 꿈꾸는 것처럼 좋았어요. 예쁜 영화다 보니 스태프, 배우도 다 좋고, 아이들도 너무 예쁘고…. 저한테는 ‘힐링캠프’장 같았어요. 한옥 펜션에서 달도 보고 평상에서 맥주도 마시고 음악도 듣고 등산도 하고 모든 순간이 다 소중했어요.”

- 데뷔 후 처음으로 모성(母性)을 연기했다.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는지?

“제가 돌봄을 받는 입장이라 아이들을 잘 돌보지 못했어요. ‘내가 어떻게 해줘야지’가 아니라 그냥 같이 어울려 놀았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같이 놀자고 했을 때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었거든요. 가위바위보도 하고, 사진 찍고, 사진이 웃기게 나오면 확대해서 함께 웃기도 하고 같이 오락실도 갔어요. 아이들을 위해서 한 게 아니고 제가 좋아서였죠.”

하정우 감독의 영화 ‘허삼관’에서 세 아들을 보살피는 모성이 돋보이는 인물 허옥란을 연기한 배우 하지원.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 그래도 아직 처녀인데, 세 아이의 엄마 역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촬영 전에는 두렵고 고민도 많았어요. 모성애가 연습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다 보니 저절로 모성애에 대해 알게 된 것 같아요. 현장에 가면 아이들이 있고 집이 있고…. 어떤 작품들은 수시로 역을 연기하기도 하는데 이번 작품은 자연스럽게 젖어들어 갔어요.”

- 액션도 있었고, 코믹도 있었고, 멜로도 있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지?

“옥란이의 캐릭터를 가장 보여주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거리로 나서는 장면을 꼽고 싶어요. 아들 치료비를 위해서 전에 사귀던 남자에게 가서 돈을 달라고 하는 장면인데 자존심은 상하지만 가족을 위한다는 점이 감동적이었어요. 옥란이 스스로 ‘나 아직 죽지 않았어’하면서 자신감에 찬 장면이죠. 재밌었어요.”

하정우 감독의 영화 ‘허삼관’에서 세 아들을 보살피는 모성이 돋보이는 인물 허옥란을 연기한 배우 하지원.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 치유가 되는 촬영이라고 했는데 촬영 종료 후 허전하지 않았나.

“요즘에도 아이들이 저한테 문자를 해요. 이락이가 다른 촬영장에서 점프하는 사진을 보냈어요. 또 일락이도 자주 문자해요. 제 형제가 딸 셋에 아들 하난데. 부모님이 많이 고생하셨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아버지가 사오는 간식을 항상 저녁에 함께 먹었던 기억이 나요. 오히려 촬영 이후 그 시절의 낭만이 느껴졌어요.”

- 상대역 하정우는 감독이기도 했다.

“촬영이 끝나서 그런지 지금은 배우 하정우의 느낌이 커요. 하지만 처음에는 배우가 아닌 감독 하정우로 봤어요. 사실 상대 배우들하고는 장난도 치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촬영장에서 감독은 감독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했죠. 연기로 만나면 어색하기도 했죠.”

하정우 감독의 영화 ‘허삼관’에서 세 아들을 보살피는 모성이 돋보이는 인물 허옥란을 연기한 배우 하지원.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 늘 액션이나 멜로 등 몸과 마음의 고생이 많은 역을 했다.

“늘 후회 없이 준비해요. 촬영이 시작되면 굉장히 즐기고 열심히 하는 편이에요. 그래야 후회가 없거든요. 결과가 안 좋다면 제 책임이라 생각해요.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니까요.”

- 액션 연기를 한 번 쉬었다. 차기작에서는 생각이 있나.

“저는 액션도 재밌게 시작했어요. 리본체조를 배웠거든요. 리본체조하면서 액션을 배웠는데 봉 돌리면 무술팀들이 다 죽는 시늉을 해요. 그런 판타지를 굉장히 좋아해요. 액션을 그냥 춤추듯이 재밌게 했던 기억이나요. 좋은 기억이 있으니 액션을 자꾸 택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액션 연기는 계속 할 겁니다. 몸은 힘들긴 한데 다치지만 않으면 액션연기를 재밌게 또 하고 싶어요.”

하정우 감독의 영화 ‘허삼관’에서 세 아들을 보살피는 모성이 돋보이는 인물 허옥란을 연기한 배우 하지원.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 이제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나?

“촬영을 하면서 ‘이 아이들이 내 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은 많이 했어요. 이렇게 아들 세 명이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거기다가 딸도 하나 있으면 더 좋고요. 하지만 아직 집에서 결혼에 대한 스트레스는 받지 않아요. 아버지는 오히려 딸을 시집보내는 게 더 싫은 것 같기도 해요. 어머니도 결혼해라 이런 말씀은 안하세요. 그냥 잘 쉬면서 일을 했으면 좋겠다 싶은 눈치시죠.”

- 실제로 엄마가 된다면 어떤 사람이고 싶나.

“많이 놀아주는 엄마가 될 것 같아요. 극중 옥란이는 애들한테 ’지랄하지마’ 이런 말도 하는데 저는 안 하지 싶어요. 항상 어머니를 롤모델로 삼아요. 소리 지르고 화내신 적은 거의 없었죠. 항상 소녀 같고 나긋나긋 하시고 그러신 편이에요. 둘이 있으면 친구 같기도 해요. 엄하실 땐 회초리를 드시기도 하셨지만요.(웃음) 다정다감한 엄마가 돼 있을 것 같아요.”

하정우 감독의 영화 ‘허삼관’에서 세 아들을 보살피는 모성이 돋보이는 인물 허옥란을 연기한 배우 하지원.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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