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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을 찍고, ‘허삼관’에서 찍힌 하정우 “배우 하정우가 좋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은 더 좋다” [인터뷰]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쫄깃쫄깃 합니다.”

벌써 두 번째 영화다. 관객은 이제 서서히 감독 하정우(37)와 배우 하정우를 분리해서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2013년 영화 <롤러코스터>에서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그는 이번에는 감독과 배우에 동시에 덤볐다. 그는 지난해 <군도>에 출연하면서도 동시에 영화 <허삼관>을 찍고 연기했다. 영화가 개봉하면 배우는 배우대로, 감독은 감독대로 각각의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워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그 둘을 더 한 두 배를 넘어서는 긴장감에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 말이 인터뷰 초반부터 그의 심정을 고스란히 들려주고 있었다.

할 줄 아는 건 없지만 고집이 있고 속은 좁고 옹졸하지만 가족에 일이 생기면 헌신하는 남자 허삼관 역을 맡은 그는 11년 동안 원수의 자식을 키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생기는 소동을 한 편의 영화로 버무렸다. 감독 겸 배우 하정우의 인터뷰는 그래서 복잡하고 다단했다.

1950~1960년대 충남 공주를 배경으로 가족의 생계를 위해 피를 파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허삼관’의 주인공 허삼관 역을 연기하고 영화의 감독까지 맡은 하정우.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 영화의 주 소재가 ‘피’를 파는 행위다. 특이한 것 같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매혈(賣血)을 했었다. 아마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나도 위화의 원작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처음 접했을 때, 피를 뽑아서 돈을 번다는 것 자체가 독특한 비즈니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끌렸다.”

- 중국의 소설인데 영화의 배경은 충청남도 공주였다.

“소설을 보면서 왠지 배경을 충청도로 옮기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충청도 사람이라면 할 말을 안 하는 것 같은데 다 하고, 안 보는 것 같은데 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 느낌을 영화 속 캐릭터에 깔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또 사람들이 왜 충청도 사투리는 안 쓰냐고 묻더라.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는데 위화의 문어체 말투와 억양이 사투리와 결합되니까 설득력이 떨어지고 너무 콩트 같았다.”

1950~1960년대 충남 공주를 배경으로 가족의 생계를 위해 피를 파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허삼관’의 주인공 허삼관 역을 연기하고 영화의 감독까지 맡은 하정우.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 1950~1960년대 느낌과 중국의 느낌이 묘하게 섞인 소품이나 배경 세트가 화제다.

“고증을 토대로 세트장을 리모델링해 찍었다. 원래는 산간 마을이나 바닷가 마을을 먼저 생각했었다. 근데 세트를 새로 짓는 것만큼 비용이 많이 발생하더라. 특히 세트 중에서도 개천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전쟁 직후 아무리 춥고 배고파도 분명히 그들이 기댈 수 있는 낭만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집 앞에 개천을 만들어 그 안에서 놀고 빨래하는 장면을 넣었다. 아무리 어려운 시절이라도 그런 낭만이 있으면 휴식이 되지 않을까 싶어 대대적인 개천 공사를 했다.(웃음)”

- 그래도 배경의 느낌이 한국이 아닌 동화 속 장면 같았다.

“처음부터 동화를 생각했다. 원작 소설의 독특한 캐릭터들, 문어체 적인 말투를 담아야 하는 미술이나 음악이 너무 사실적이면 왠지 잘 안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화의 전반적인 톤으로 ‘동화’를 설정했고, 캐릭터와 배경이 잘 어우러지게끔 했다. 내용도 비약적인 게 많아 음악도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등 동화느낌을 참고했다.”

1950~1960년대 충남 공주를 배경으로 가족의 생계를 위해 피를 파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허삼관’의 주인공 허삼관 역을 연기하고 영화의 감독까지 맡은 하정우.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 배우 하정우 하면 다들 ‘먹방(먹는 방송)’을 많이 거론하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만두를 맛있게 먹었다.

“특별히 신경쓰진 않았다. 맛있게 먹었을 뿐이다. ‘먹방’을 의식해서 영화 장면에 따로 넣거나 그런 건 없었다. 기회가 되면 다음 영화에서 제대로 된 먹는 장면을 넣겠다.”

- 뚱뚱한 아낙을 여기한 배우 윤은혜의 분장이 화제가 됐다.

“촬영 당시가 여름이었다. 특수 분장으로 힘들어하는 윤은혜씨를 위해 빨리 찍었다. 접착제 알레르기를 앓더라 그래서 피부과 의사를 대기시켰고, 덥지 않게 신경 썼다. 윤은혜씨가 워낙 프로라 순순히 촬영했다.(웃음)”

1950~1960년대 충남 공주를 배경으로 가족의 생계를 위해 피를 파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허삼관’의 주인공 허삼관 역을 연기하고 영화의 감독까지 맡은 하정우.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 연기하면서 감독 역할 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영화 후반부에 큰 아들 역 일락이와 재회하는 장면이 있다. 감정연기가 폭발하는 지점인데 그때 오케이 컷 사인을 스스로 주기가 민망했다. 서울 시내를 재현하기 위해 엑스트라 350명이 투입되고 촬영준비도 다 했다. 그걸 다 진행하면서 연기하려니 정말 힘들었다. 그런 복합적인 서러움이 감정 연기 들어갔던 것 같다.”

- 연출을 맡은 하정우는 영화가 끝나도 못 쉬었을 것 같다.

“순천과 합천에서 4개월 생활한 게 도움이 됐다. 서울이었으면 아마 술과 같은 유혹에 흔들렸겠지만 산 속 펜션에서 혼자 시간 가지고 휴식 취하며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아마 이번 작품 하면서 나에게 가장 힘을 준 건 계속 새로운 걸 도전하고, 꿈꾸는 것. 더 발전하고 성장하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1950~1960년대 충남 공주를 배경으로 가족의 생계를 위해 피를 파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허삼관’의 주인공 허삼관 역을 연기하고 영화의 감독까지 맡은 하정우.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 전작 영화 <롤러코스터>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 있다면?

“태도가 달라졌다. <롤러코스터>는 워낙 저예산 영화였고 내용면에서도 예술영화 범주에 들어가는 작품이다. 하지만 <허삼관>은 상업영화고, 대중들 눈을 맞춰야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소통이 필요했다. 또 감독으로서 내가 관리해야 할 스태프도 많았고, 더 꼼꼼하게 계획적으로 진행해야 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전작과는 많이 달랐던 것 같다. 내 느낌 보다는 다른 사람의 이야길 들으려고 노력했다.”

- 감독 하정우와 배우 하정우 중 어떤 역할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나?

“아무래도 배우 하정우가 더 좋다. 감독 하정우는 회사원 느낌이 많이 들었다. 매일 출근하고, 일하고…. 차이가 많이 났는데 아무튼 배우 하정우가 더 좋다.”

1950~1960년대 충남 공주를 배경으로 가족의 생계를 위해 피를 파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허삼관’의 주인공 허삼관 역을 연기하고 영화의 감독까지 맡은 하정우.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

“다른 사람들과 얘기할 때 재밌다 생각했던 부분은 기록해 놓고 다음 작품에 애드리브로 써야겠다 생각한다. 나만의 이야기를 정리해놓곤 하는데 내용은 비밀이다. 말해 줄 수 없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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