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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연애’ 문채원 “‘썸’만 타다가, 제대로 시집, 장가가겠어요?” [인터뷰]

“완생(完生)으로 가려는 몸부림이었어요.”

배우 문채원(29)은 정적인 사람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웬만해서는 얼굴색이 잘 바뀌지 않는다. 취미 또한 그렇다. 여행을 다니거나 사람을 만나거나 하는 활발한 일보다는 혼자 갈무리해뒀던 영화를 즐겨보고 명상에 빠지는 일을 좋아한다. 그를 잘 알거나, 그와 한 번이라도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이라면 스크린 속 그의 모습에 충분히 깜짝 놀랄 만하다. 박진표 감독의 영화 <오늘의 연애>에서 그는 술도 잘 마시고, 욕도 잘 하고, 주먹도 잘 휘두른다. ‘남자 사람 친구’를 18년 동안 곁에 두고 마음을 줄 듯 안 줄 듯 애태우는 일도 잘 한다. 마치 2000년대 초반 <엽기적인 그녀>에서의 전지현 캐릭터가 2014년 다시 살아난 느낌이다.

박진표 감독의 영화 ‘오늘의 연애’에서 이성 친구와 18년 동안 우정을 나누다 사랑을 느끼는 기상 캐스터 김현우를 연기하는 배우 문채원.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하지만 문채원은 이 연기를 ‘연기영역을 넓히는 일’이라고 했다. 발랄하고 로맨틱코미디에 어울리는 연기를 했을 때 그가 얼마만큼 나아갈 수 있는지 스스로 도전해보는 의미였다. 발랄한 연기를 스스로 ‘도전’이라고 말할 만큼 그는 발랄함과는 거리가 멀다. 로맨틱코미디도 썩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다. 하지만 어디까지인지 모를 그의 연기영역을 가늠하는 일에서 이번 영화는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했다. 그는 ‘오늘의 연애’에 대한 생각부터 영화 속 김현우와 파열음을 냈다.

“‘오늘의 연애’는 제가 봤을 때 ‘사랑을 찾는 몸부림’이에요. 영화는 홍보에 ‘썸’을 썼지만 사실은 우정에 대한 영화에요. 이성이 친구가 되고, 필요에 따라서는 연인이 될 수 있음을 보인 거죠. 진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썸’을 기대한 분들은 실망하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어요.”

박진표 감독의 영화 ‘오늘의 연애’에서 이성 친구와 18년 동안 우정을 나누다 사랑을 느끼는 기상 캐스터 김현우를 연기하는 배우 문채원.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썸(Some)’은 남녀 간 호감의 감정을 일컫는 ‘썸씽(Something)이 있다’의 줄임말이다. 남녀가 정식으로 교제를 하기 전 호감을 가지며 밀고당기기를 하는 과정을 통상적으로 일컫는다. 문채원의 생각은 ‘썸’을 통해 드러나는 요즘 연애의 보수성을 질타하는 쪽으로 옮겨간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연애에 이어 따라오는 슬픔은 두려워하지만 연애의 절정은 맛보고 싶어하고…. 그러한 감정이 모여 ‘썸’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그냥 이 단어의 정의를 ‘사귀기 전 알아가는 단계’라고 하면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진짜 연애가 두려워 이 사람, 저 사람과 ‘썸’을 타는 데만 집중한다면 이 좁은 대한민국에서 과연 시집가고, 장가를 갈 수 있을까요? 알아가는 게 두렵다면 ‘썸’타는 이런 행동 하지말고, 서로에 대해 오랜기간 살펴보는 게 필요해요. 연애에 있어서도 보여요. 보수성이.”

박진표 감독의 영화 ‘오늘의 연애’에서 이성 친구와 18년 동안 우정을 나누다 사랑을 느끼는 기상 캐스터 김현우를 연기하는 배우 문채원.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영화 속 문채원이 연기한 김현우는 인터넷에서 뜬 미모의 기상 캐스터로 지상파 방송으로 데뷔해 큰 인기를 얻는다. 그에게는 어릴 적부터 친구로 지내온 강준수(이승기)가 있다. 둘은 정말 서로의 모든 것을 다 아는 동성친구처럼 지내지만 어느새 자신들 안에 들어찬 사랑의 감정을 직감한다. 물론 이 여정이 쉽지는 않다. 두 사람은 오해하고, 반목하고, 싸우고, 화해하며 또 서로를 그리워한다. 남녀 간의 이런 관계는 과연 가능할까.

“일을 시작 한 후에 사귄 이성 친구가 두 명 정도 있어요. 극중 준수처럼 저한테 딴 마음을 가진 친구들은 아녜요. 6~7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우정이 깨지지 않은 이성 친구가 둘이나 있는 셈이니까 ‘남녀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명제를 현재까지는 믿고 있어요.”

박진표 감독의 영화 ‘오늘의 연애’에서 이성 친구와 18년 동안 우정을 나누다 사랑을 느끼는 기상 캐스터 김현우를 연기하는 배우 문채원.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데뷔 후 지금까지 문채원은 드라마 <공주의 남자> <착한 남자>, 영화 <최종병기 활> 등에서 진중한 연기를 주로 했다. 실제로 성격도, 좋아하는 영화 취향도 그런 쪽과 맞다. 하지만 일로 계속해오니 스스로 소진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2013년작 드라마 <굿닥터>부터 발랄한 연기를 했다. 로맨틱코미디물은 원래 즐겨하지 않았지만 “20대가 가기 전 한 작품 정도는 남겨놓는 게 어떻겠냐”는 주변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이 연기가 대단한 변신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저를 꾸준히 봐주신 분들에게는 익숙한 이미지일 수 있죠. 하지만 제가 이런 이미지가 있는 걸 모르는 분도 많아요. 이런 이미지를 좋아해서 다가오시는 분들을 지켜보는 일도 재미있는 것 같아요.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공부하듯 접근하진 않았어요. 이런 작품도 하면 나중에 제 연기를 설명할 때 ‘밝은 역할도 가능하다’는 말을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박진표 감독의 영화 ‘오늘의 연애’에서 이성 친구와 18년 동안 우정을 나누다 사랑을 느끼는 기상 캐스터 김현우를 연기하는 배우 문채원.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말인 즉 슨 이번 김현우는 문채원 연기의 발랄함, 생기 등의 면에서는 정점을 찍은 연기였다. 마치 달 표면에 우주왕복선으로 도착해 깃발을 꽂는 일 같았다. 다음에는 다른 이미지로 그 다음에는 또 다른 이미지로 문채원은 자신의 연기 지평을 넓히는데 아니 지평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하는데 노력할 참이다. 그리고 다음은 그 안을 채울 차례다.

“조규장 감독의 <그날의 분위기>란 영화를 찍었어요. 말 그대로 평범한 흐름의 영화에요. 바람둥이 남자와 평범한 여자의 기차 로맨스…. 일상적인 연기가 중요한 작품이에요. 평범한 감정의 영화는 배우가 누구냐에 따라 180도 다를 수 있잖아요. 제 연기를 제가 보고 싶어서 출연했어요. 감정을 몰아붙이는 연기는 누구든 할 수 있잖아요. 섬세한 감정연기로 제 안을 채워보고 싶어요. 그리고 다 찍고 나면 정말 누구도 모르는 곳으로 떠날 거예요.”

박진표 감독의 영화 ‘오늘의 연애’에서 이성 친구와 18년 동안 우정을 나누다 사랑을 느끼는 기상 캐스터 김현우를 연기하는 배우 문채원.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연기로 이제 8년차 문채원은 올해도 스스로의 연기 외연을 넓히고 그 속을 알차게 채우며 완생으로 가는 일에 매진할 계획이다. 문채원의 배역이나 연기를 보면서 깜짝 놀랄 일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더 있을 예정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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