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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라크전] ‘군데렐라’ 이정협, 넌 감동이었어!

한국 축구의 동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군데렐라(군대에서 온 신데렐라)’ 이정협(24·상주)이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시원한 골과 도움을 안겼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 호주에 ‘파병’됐다던 그의 활약에 한국 축구는 결승에 올라 55년 만의 아시아 정상 도전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1)이 이끄는 한국은 26일 호주 시드니 오스트레일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호주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이정협과 김영권의 연속골을 앞세워 2-0으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조별리그부터 단 한 골도 내주지 않는 무실점 연승 행진의 기세로 1988년 이후 27년 만의 결승행에 성공했다. 꼭 8년 전 대회 준결승에서 승부차기로 패했던 이라크에 설욕하고 이룬 결과라 더욱 뜻깊었다. 한국은 이라크와의 상대 전적도 7승10무2패로 절대적인 우세를 이어갔다. 한국은 31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개최국 호주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준결승 승자와 우승컵을 다툰다.

이정협이 이라크전 승리후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있다. 사진제공 : Gettyimages/멀티비츠

아시안컵을 통해 무명의 반란을 꿈꾸던 이정협이 또 날았다. 이정협은 슈틸리케 감독이 K리그에서 직접 발굴한 선수다. 이 대회를 앞두고는 연령별 대표팀에 단 한 번도 이름을 올려본 적이 없는 철저한 무명의 선수. 2013년까지 이정기란 이름으로 활동한 그는 그해 12월 작명관에서 ‘욕구가 충만하고 강한 성향’의 이름이라는 정협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이날 상대인 이라크가 30년 넘게 전쟁의 고통에 시달리는 국민을 위해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했다지만, 정신력이라면 국군상무부대 소속으로 진짜배기 군인 이정협도 뒤질 이유가 없었다. 조별리그에서 호주를 상대로 대회 첫 골을 터뜨린 뒤 잠시 숨을 골랐던 그는 이라크전에서도 모든 득점에 관여하는 만점 활약을 펼쳤다.

전반 20분 이정협은 손흥민(레버쿠젠)이 상대 진영 오른쪽 측면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김진수(호펜하임)이 차올리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번쩍 솟아오르며 정확한 헤딩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이번 대회 2호골이자, A매치 3호골. 경기장을 가득 메운 교민 응원단도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로 화답했다. 이정협의 활약상은 골이 전부가 아니었다. 후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올린지 5분. 남태희(레퀴야)가 높게 차올린 공을 침착하게 가슴 트래핑으로 바닥에 깔아주며 김영권(광저우 헝다)의 추가골까지 이끌어냈다.

만만치 않은 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은 기분좋게 빗나갔다. 조별리그부터 단 한 골도 내주지 않는 ‘늪축구’로 화제를 모은 한국은 이날 이라크전에서도 상대를 꽁꽁 묶었다. 전반 35분 알라 압둘 자흐라에게 내준 헤딩슛이 상대의 첫 슈팅일 정도로 단단한 수비를 자랑했다. 몇 차례 수비 실수도 있었지만, 몸을 아끼지 않으며 위기를 넘겼다. 수비가 안정되니 공격도 살아났다. 전반 20분 이정협이 이번 대회 한국의 첫 세트피스 득점으로 선제골을 뽑아내더니, 후반 5분에는 수비수 김영권이 쐐기골까지 터뜨렸다. 이후 한국은 이라크의 거센 반격에 다소 흔들렸지만, 실점은 허용하지 않았다. 답답한 경기에 이라크 관중이 난입하는 소동이 일어났지만, 오히려 이라크의 집중만 끊고 말았다. 관중석에서 흘러 나온 “이겼다”는 함성과 함께 경기는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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