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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아들 차두리 은퇴 존중한다”

“(차)두리 생각을 존중해야 하지 않겠어요?”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64)이 호주 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아들 차두리(35·서울)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놨다.

차 전 감독은 아랍에미리트와 호주의 아시안컵 준결승이 열린 27일 호주 뉴캐슬 스타디움에서 취재진과 만나 “아버지의 입장에선 아들이 축구선수로 평생을 뛰어도 좋겠지만, 본인이 생각해서 판단한 것이니 존중할 수밖에 없다. 이젠 다르게 축구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이라고 말했다. 차 전 감독이 차두리의 국가대표 은퇴를 만류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차범근 전 감독.

차두리는 지난해 9월 국가대표에 33개월 만에 복귀한 뒤 은퇴를 앞둔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경기력을 자랑하고 있다. 대표팀 은퇴 무대라고 얘기한 아시안컵에선 매경기 한국 축구에 승리를 선물하고 있다. 전·후반 90분을 넘어 120분의 연장 혈투를 벌였던 지난 22일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이 대표적이다.

차두리는 1-0으로 앞선 연장 후반 13분 42초에서 장현수(광저우 푸리)의 패스를 잡은 뒤 우즈베키스탄 이스칸데로프를 달고 불과 5초 만에 70m를 주파했다. 다시 3초 안에 상대 수비수 데니소프를 제치고 손흥민(레버쿠젠)에게 절묘한 택배 크로스를 배달해 쐐기골을 이끌어냈다. 이번 대회만 2호 도움. 축구 전문가와 팬들이 모두 입을 모아 차두리가 러시아월드컵까지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차두리는 은퇴를 번복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단지 1경기의 활약이 문제가 아니라 대회 전체를 바라본다면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차두리는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난 뒤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베테랑이 힘들다는 게 한 경기를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 회복에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되죠. 지금처럼 연달아 2~3경기를 뛰었을 때 느끼는 체력적 부담, 그걸 느낀다면 이미 경기력은 떨어진 겁니다. 제가 그래요. 젊었을 땐 빨리 회복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차 감독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 감독은 “두리가 우즈베키스탄전에선 잘했지만, 짧은 시간에 그 정도 활약은 당연한 것”이라며 “아들 생각이 그렇다면(은퇴를 원한다면) 존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신 차 감독은 차두리가 마지막 은퇴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기를 바랐다. 오는 31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릴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차 감독은 “은퇴한다면 좋은 선물을 가져가야죠”라며 “그 경기를 보기 위해서 우린 비행기도 다음달 2일로 미뤘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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