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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NO·득점왕 NO…우승은 YES!

‘군데렐라’ 이정협 “개인보다 국가” 군인 정신 똘똘

“득점왕도, 휴가도 관심 없다. 오직 우승이다.”

한국 축구의 아시아 정상 등극을 위해 호주로 ‘파병’된 현역 군인의 목소리에는 각오가 단단히 서려 있었다.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바라는 개인 타이틀도, 군인의 꿈이라는 휴가도 마다한 채 오직 조국의 우승을 위해서만 뛰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군데렐라(군대에서 온 신데렐라)’로 화제를 모은 국군체육부대 소속 골잡이 이정협(24)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28일 축구대표팀 훈련장인 호주 시드니 코가라 오발의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예상대로 개최국 호주와 아시안컵 결승서 만났으니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우승을 안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협은 아시안컵의 떠오르는 스타다. 결승 상대인 호주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대회 첫골을 터뜨리더니 이라크와의 준결승에선 1골·1도움을 더하며 27년 만의 아시안컵 결승행을 이끌었다. 아시안컵을 앞둔 제주 전지훈련에 포함될 때까지 연령별 대표팀에 단 한 번도 이름을 올려본 적이 없는 무명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이정협은 “운좋게 골을 넣은 게 관심을 끌었을 뿐”이라고 겸손히 말했지만, 현지 언론에서 그를 핵심 선수로 지목할 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정협이 아시안컵에서 기록한 득점만 2골. 대회 득점 선두인 알리 마브쿠트(아랍에미리트)와 함자 알 다르두르(요르단) 등과 차이는 2골로 역전도 노려볼 수 있다. 이번 대회는 득점이 같으면 도움 숫자로 득점왕을 가려 1도움을 기록한 이정협에게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정협이 결승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면 한국의 아시안컵 100호골이라는 영광까지 기다리고 있어 동기부여는 확실하다. 이정협은 “득점왕과는 꽤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나보다는 (손)흥민(레버쿠젠)이가 득점왕과 100호골의 영광을 누렸으면 좋겠다. 대신 난 우승컵을 들어올리면 된다”고 말했다.

이정협이 우승컵을 강조하는 까닭은 역시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명예이기 때문이다. 이정협은 “군인이 개인 욕심을 내면 안 된다”며 “무명인 날 이 자리까지 데려와준 울리 슈틸리케 감독님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화제가 된 포상휴가에도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소속 부대인 국군체육부대 고명현 준장이 우승할 경우 이정협에게 포상휴가를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약속했지만, 휴가는 반납하겠다고 했다. 소속팀 동료들이 차기 시즌을 위해 28일부터 남해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 빨리 합류하겠다는 뜻이다. 이정협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더라도 복귀 신고를 하는 게 우선이다. 함께 살고, 죽는다는 군인 정신으로 동료들과 함께 하겠다. 휴가를 꼭 주신다면 나중에 다 같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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