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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국의 호주프리즘]제주부터 시드니까지… 변함없이 ‘친절한 정협씨’

“오늘은 선수들이 어느 쪽으로 나오나요?”

호주 아시안컵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요즘 한국 축구대표팀 훈련장을 취재할 때면 현지 팬들로부터 흔히 듣는 질문이다. 아시안컵에서 이례적인 무실점 승리를 거듭하다보니 축구에 큰 관심이 없는 호주에서도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개최국 호주와 우승컵을 다툴 결승전을 앞두고 호주 시드니 코가라 오벌에서 첫 훈련을 치른 28일도 그랬다. 작은 수첩에 사인팬을 든 팬들은 훈련장을 감싼 철책에서 선수들을 향해 두 손을 높이 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날 팬들이 목청을 높여 부른 선수의 이름이었다. 팬들은 정확히 “이정협”이라고 발음하며 이정협(24·상주)을 불렀다.

대회를 앞두고 연령별 대표팀에 단 한 번도 이름을 올려본 적이 없는 무명 선수가 어느덧 현지에서도 알아주는 선수로 성장한 것이다. 지난달 이정협이 처음 대표팀의 제주 전지훈련에 참가할 때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모습이다.

개최국 호주와 맞붙은 조별리그 3차전과 4강 이라크전에서 잇달아 결승골을 넣은 효과가 분명했다. 아시안컵 조직위원회가 최근 이정협을 자국 선수인 팀 케이힐(뉴욕 레드불스)과 엮어 31일 결승전 광고 포스터를 만들었을 정도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예전엔 외신 취재진이 손흥민(레버쿠젠)의 인터뷰만 요구했다면, 요즘엔 이정협의 이름이 자주 나온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이날 이정협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호주와의 결승전을 앞두고 철저히 준비했다. 우승이란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부진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어깨가 절로 들썩일 만하지만, 변함없는 태도가 더욱 놀랍다. 이정협은 그를 잘 알지 못하는 국내 팬들이 제주에서 사인을 요청했을 때처럼, 이날도 자신을 기다리는 현지 팬들에게 기꺼이 사인을 했다. 코칭스태프에게 “잠시 사인만 하고 갈게요”라고 양해를 구하는 그에게선 팬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절로 느껴졌다. 협회 관계자는 “정협이는 참 겸손한 선수”라며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팬들에게도 정성스럽게 사인을 해주는 것을 보면 칭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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