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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형에게 우승컵 바치자” 후배 태극전사 아름다운 다짐

“(차)두리형에게 우승컵을 바치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61)이 이끄는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요즈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31일 오후 6시 호주 시드니 오스트레일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릴 개최국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반드시 승리해 차두리(35·서울)의 국가대표 은퇴 선물로 안기겠다는 얘기다. 1960년 이후 55년 만의 아시아 정상 도전이라는 부담을 훌쩍 날려버리는 중요한 동기부여다.

사진|차두리 SNS

대표팀 주장이자 차두리와 함께 셀틱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기성용(26·스완지시티)은 결승전 전날인 30일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두리형은 내일 결승전이 마지막 경기다. 동료들이 내일 경기에선 더욱 특별한 각오로 뛸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2001년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한 차두리는 이번 결승전이 15년간의 활약상을 접고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의미깊은 경기다. 호주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린다면 더 없이 좋은 추억이 되지만, 진다면 눈물의 은퇴식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차두리는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마지막 멤버다. 4년 전인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에서는 차두리와 같은 세대인 박지성(34)과 이영표(38)가 영원한 라이벌 일본에 우승컵을 내주며 악몽의 은퇴식을 치렀다.

선수들은 같은 악몽을 반복할 수 없다며 이를 악물고 있다. 대회 초반에는 “두리형이 왜 은퇴하느냐”고 말하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차두리가 지난 2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 마지막 축구여행의 끝이 보인다. 마지막 1경기다. 얘들아 힘내자, 고맙다”는 글을 올리면서 차두리를 위해 우승컵을 들어올리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경기장 안팎에서 ‘멘토’ 역할을 하는 차두리를 위한 유일한 보담이라는 생각에서다.

차두리와 오른쪽 수비수로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창수(30·가시와 레이솔)는 “내가 뛰든, 형이 뛰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형의 은퇴 선물로 우승컵을 안길 것”이라고 말했고, 이근호(30·엘 자이시)는 “유쾌한 두리형의 마지막을 우울하게 끝낼 수는 없다. 선수들끼리 미팅에서 두리형에게 은퇴 기념으로 우승이라는 큰 선물과 함께 헹가레를 치자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차두리의 마지막 무대를 멋지게 장식해주겠다는 생각이다. 혹시 모를 부담을 우려해 29일 따로 면담을 하며 위로했다. 동시에 경기 당일 경기장을 가득 메울 8만여 관중에 흔들릴 수도 있는 어린 선수들을 베테랑 차두리가 잘 이끌어주기를 주문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결승전은 정말 치열한 경기가 될 것”이라며 “두리 같은 베테랑 선수들이 얼마나 잘 해주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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