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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시프트’ ‘곽태휘 원톱’…슈틸리케 깜짝 작전 효과만점 ‘히딩크 향기’ 점점 진해진다

명장의 품격이란 비슷한 것일까. 울리 슈틸리케 감독(61)에게선 2002 한·일월드컵의 4강 신화를 일궈낸 거스 히딩크 전 감독(69)의 향기가 묻어난다. 한국 축구에 새 희망을 안긴 호주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대표팀 운영과 전술을 살펴보면 닮은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자율을 중시하는 것부터 빼닮았다. 외국인 지도자들이 흔히 갖고 있는 특징이라지만, 감독 모두 훈련 시간 외에는 선수들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실제로 슈틸리케 감독은 대회 도중 첫 휴식일이었던 지난달 19일 선수들의 외출을 허락하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이 과거 부인 혹은 여자친구들의 방문을 허락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축구대표팀 골키퍼 김진현(아래)이 지난달 31일 열린 2015 아시안컵 결승전을 마친 뒤 그라운드에 앉아 아쉬운 표정으로 우승 트로피를 받는 호주 대표팀을 지켜보고 있다. 시드니 | 연합뉴스

진흙 속의 진주를 발굴하는 재주도 똑같다. 슈틸리케 감독은 골잡이 기근에 시달렸던 이번 대회에서 이정협(상주)이라는 대어를 건져냈다. 흔한 청소년대표 경력도 없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 2골을 터뜨리며 결승 진출의 혁혁한 공을 세웠다. 마치 국제 경험이 전무했던 박지성을 과감하게 월드컵에 데려갔던 히딩크 감독을 떠올리게 만든다. 두 감독을 모두 선임한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도, 히딩크 감독도 선수들의 잠재력을 찾아내는 눈이 놀라운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꼭 필요할 땐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는 승부사라는 점도 닮았다. 히딩크 전 감독은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0-1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홍명보, 김태영, 김남일 등 수비수들을 빼고 황선홍, 이천수, 차두리 등 공격수를 투입하며 극적인 2-1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슈틸리케 감독도 과감한 전술에선 둘째가라면 서럽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선 수비형 미드필더인 기성용(스완지시티)을 측면으로 배치하는 강수를 띄워 2-0 승리를 일궈내더니, 호주와의 결승전에선 최종 수비수 곽태휘(알 힐랄)를 원톱으로 끌어올려 상대의 혼쭐을 빼놓는 변화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비록 간절히 바랐던 55년 만의 우승컵은 놓쳤지만, 3년 뒤인 러시아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배경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슈틸리케 감독이 히딩크 감독과 비교하기에는 아직 이를지도 모르지만, 이번 아시안컵에서 희망을 찾은 것은 분명하다. 선수들 사이에선 러시아월드컵에서 슈틸리케 매직이라는 평가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흐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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