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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볼 PM 6:29]퓨전 또는 콜라보레이션…그 감독의 요리법

요즘 식당가에선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음식이 조화를 이룬 메뉴가 자주 등장한다.

매콤한 즉석 떡볶이에 고소한 화덕피자를 곁들인 메뉴가 인기를 끌고 있는가 하면, 매운 닭갈비에 부드러운 치즈를 입힌 일명 ‘퐁듀 닭갈비’도 유행을 타고 있다. 여기에 빵 대신 라면으로 고기 패티를 감싼 ‘라면 버거’라는 실험적인 품목이 나오기도 했다.

둘을 섞어 한 그릇에 담거나 한 테이블에서 둘을 함께 취하는, 이 같은 메뉴를 두고 ‘퓨전 요리’ 또는 ‘콜라보레이션 요리’로 부른다. 어느 쪽이든 메뉴 탄생에는 개성 강한 음식 간 만남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기본 취지가 깔려 있다.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과 김성근 한화 감독(왼쪽부터).

프로야구 두산의 새 사령탑 김태형 감독은 ‘두산 색깔 찾기’를 화두로 새 시즌 맞이를 하고 있다.

김 감독은 앞선 두산 역사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두 ‘김 감독’의 자취를 모델로 두산 본연의 야구를 되살리려 하고 있다. 95년과 2001년 두산 야구를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었던 김인식 감독의 따뜻한 리더십과 2000년대 중반 이후 두산을 강자 그룹에 자리잡게 한 김경문 감독의 카리스마를 동시에 구현하려 하고 있다.

김인식 감독 시대에 두산은 사령탑부터 선수단 막내에 이르기까지 단합심으로 전력 이상의 힘을 내곤 했다. 또 김경문 감독 시대에는 ‘허슬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누구라도 1군에서 버티기 힘들었다. 그 힘으로 두산은 강팀의 자리에서 롱런할 수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다른 것 같지만 통하는 면이 또 있는 두 사령탑의 발자취를 담은 교과서 두 권을 양손에 쥐고 있다.

지난해 LG를 기적의 4강 길로 인도했던 양상문 감독도 두 사령탑을 떠올린다. 2002년 투수코치로 LG에서 함께 했던 김성근 감독, 역시 롯데에서 투수코치로 한배를 탔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으로부터 두루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김성근 감독과 로이스터 감독은 떡볶이와 피자처럼 확연한 스타일 차이를 보이는데 양 감독은 “더 많이 영향을 받은 쪽을 따지자면 김성근 감독이지만, 둘 모두로부터 배웠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가을야구를 하며 리더십에 새 바람을 몰고온 넥센 염경엽 감독 역시 일정 부분 김성근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경기 복기를 위해 새벽녂까지 뜬 눈으로 보내거나, 꼼꼼히 메모하는 습성은 김성근 감독의 움직임과 꽤 닮아있다. 그러면서도 자율과 휴식에 무게를 두고 선수단을 운영하는 측면은 로이스터 감독을 오버랩시킨다. 염 감독은 “김성근 감독과 로이스터 감독의 장점을 적절히 배우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 감독들의 적절한 조합 찾기는 이미 성공 가도에 올랐거나 성공을 예감하게 하고 있다. 다만 이들 사령탑들 또한 궁극적으로는 여러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조합하는 것을 넘어 새 영역 구축을 지향한다.

요리에서 퓨전이든 콜라보레이션이든, 그의 성공 여부는 맛에서 갈린다. 감독의 리더십도 어떤 조합을 선택했든 ‘성적’에서 갈린다. 성적은 곧 또 다른 브랜드를 만든다. 통합 4연패를 이룬 류중일 삼성 감독의 리더십 또한 하나의 롤모델 또는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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