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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소리 나는 스포츠 중계권료의 세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사무국이 11일 2016년부터 3시즌 동안 영국 스카이스포츠, BT와 총액 51억3600만파운드(약 8조5500억원)에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앞선 3시즌 계약금액인 30억1800만파운드보다 71%나 치솟은 역대 최고 금액이다. 한 경기당 평균으로 계산하면 1019만파운드(약 170억원)나 된다.

세계 스포츠 시장의 중계권료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EPL의 시즌 당 중계권료는 약 2조8600억원 수준이지만 미국프로풋볼(NFL)의 중계권료는 이를 훌쩍 뛰어넘는 연간 49억달러(약 5조3700억원)나 된다.

NFL은 미국 ESPN, CBS, FOX, NBC 등 4개 회사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총액 436억달러(약 48조원) 짜리 중계권 계약을 맺고 있다(ESPN은 2021년 만료).

메이저리그(MLB)의 연간 중계권료는 약 16억달러(약 1조7500억원)다. 그러나 이는 전국방송인 EPSN, FOX, TBS 등 3사와의 계약만 따진 금액이다. 각 구단이 해당 지역 케이블 방송과 맺은 중계권료 역시 천문학적인 숫자다.

메이저리그 최고 인기 구단인 뉴욕 양키스가 해당 지역 방송사인 YES와 계약한 금액은 계산조차 쉽지 않다. 양키스는 2013시즌 8500만달러(약 932억원)에서 시작해 30년 동안 매년 5%씩 증가하는 중계권료를 받는다. 계약 만료 해인 2042년의 중계권료는 3억6700만달러(약 4024억원)나 된다.

류현진이 뛰는 LA 다저스 역시 지난해 타임워너와 25년간 83억5000만달러(약 9조1566억원)에 계약했다. 단순하게 연평균으로 계산해도 연간 3662억원이다.

이밖에도 미국프로농구(NBA)는 연간 9억3000만달러(약 1조200억원)를 중계권료로 번다. NBA 역시 구단별 중계권료가 따로 있다. LA레이커스의 중계권료는 연 평균 1억8000만달러(약 1970억원)에 달한다. NBA의 중계권 계약이 2016년이면 끝나기 때문에 현재 새 중계권 협상이 진행 중이다. NBA는 기존 계약의 2배를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NBA의 전략이 먹힌다면 NBA의 중계권료는 MLB를 뛰어넘는다.

스포츠 중계권료가 이렇게 치솟는 이유는 그만큼 ‘돈’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까지 EPL을 중계한 스카이스포츠와 BT는 지난해 하반기 이익이 5억2700만파운드(약 8777억원)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들인 돈 만큼 수익이 난다.

스포츠 중계가 돈이 되는 것은 스포츠 중계특성상 ‘생방송 시청’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버라이어티’가 넬슨노무라 리서치의 도움으로 만든 자료에 따르면 스포츠 중계 시청자의 99%가 생방송으로 경기를 시청한다. 드라마의 70%는 물론, 생방송 수상 결과가 중요한 시상식 중계의 96% 보다도 높다. 승부를 가리는 스포츠의 특성상 생방송을 볼 수밖에 없고, 이는 광고 효과 증대로 이어진다. NFL 결승전인 슈퍼볼의 초당 광고 단가가 1억6000만원인 것은 이 때문이다.

중계권료의 상승은 구단 수입 증대로 이어진다. EPL은 중계권료의 대부분을 구단에 나눠준다. 50%는 골고루, 25%는 성적에 따라 차등 배분하고 나머지 25%를 시설 이용료 형태로 나눠준다. 구단은 더 비싼 선수를 쓸 수 있고 경기력의 향상은 더 많은 관중 및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선순환이 이어지는 중이다.

한국 프로스포츠의 중계권료 역시 상승 중이다. 특히 프로야구의 경우 올시즌 중계권료가 공중파·케이블·뉴미디어 등을 합해 4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계권료의 상승은 모기업의 지원 없이 자력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스포츠 산업화의 바탕이 될 수 있다. 다만, 스포츠 선진국의 사례처럼 중계권을 쪼개 팔아 수익을 높여야 한다는 숙제는 여전하다. 야구와 축구 정도를 제외한 다른 종목의 중계방송 시장이 아직 덜 성장했다는 점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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