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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만 여섯 작품 선뵈는 강하늘 “배우고 또 배우면 배우가 된다” [인터뷰]

지금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를 꼽으라면 누굴까. 배우 강하늘(25)은 지난 연말 드라마 <미생>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그전까지 한 해를 통째로 영화촬영에 쏟았다. 지난 5일 개봉한 김현석 감독의 영화 <쎄시봉>이 그 열매를 보는 시작점이다. 다음 달 5일 안상훈 감독의 영화 <순수의 시대>에 타락한 부마(왕의 사위) 진 역으로 등장하고 같은 달 김우빈, 이준호와 함께 이병헌 감독의 영화 <스물>에 출연한다. 또한 이번 달 말까지 연극 <해롤드앤 모드> 무대에도 오른다. 거기다 케이블채널 OCN의 드라마 <M>, 다음 달 촬영에 돌입하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까지, 4개월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그는 무려 7개의 작품에 얼굴을 내민다.

김현석 감독의 영화 ‘쎄시봉’에서 서울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의 전속가수 윤형주를 연기한 배우 강하늘. 그는 곧 영화 ‘순수의 시대’ ‘스물’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촬영할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개봉이 연이어 될 줄은 몰랐어요. 단지 억울한 점은 그거예요. 그냥 생각 없이 작품을 많이 하는 사람처럼 보이면 어떡하나. 저 나름대로는 보고 고르고, 좋은 작품을 놓치기 싫어서 다 출연했던 작품이었거든요.”

연기가 직업인 배우가 다작(多作)이 문제겠는가. 하지만 강하늘은 또래에게는 없는 깊이가 있었다. 자신의 열정을 작품에 불태우는 한편, 스스로 경솔한 배우로 비치지 않기를 소망했다. 그에게는 20대다운 에너지가 있었지만 또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깊은 생각이 있었다. 강하늘과의 인터뷰는 그래서 재미가 있었다.

김현석 감독의 영화 ‘쎄시봉’에서 서울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의 전속가수 윤형주를 연기한 배우 강하늘. 그는 곧 영화 ‘순수의 시대’ ‘스물’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많이 바쁘죠. 하지만 책임감으로 버티고 있어요. 요즘 들어 점점 더 좋은 어른이 돼 가고 있다고 느껴요. 제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책임감과 통찰력 그리고 판단력을 시험당하는 느낌이에요. 좋은 판단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저를 어른으로 만들어요. 결국 많은 작품이 저를 발전시키죠.”

많은 작품을 했지만 그는 작품 안에서 또 다채로운 색깔도 찾았다. <쎄시봉>의 윤형주는 실존 인물에 샌님 같은 캐릭터를 덧칠했고, <순수의 시대>에서는 욕망을 향한 광기를 살렸다. 그리고 <스물>에서는 20대 청춘의 싱그러움을 표현했다. <미생>의 냉철했던 장백기의 모습과 함께 그는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의 폭을 시험하고 있다.

김현석 감독의 영화 ‘쎄시봉’에서 서울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의 전속가수 윤형주를 연기한 배우 강하늘의 연기장면.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드라마 <엔젤 아이즈>에서의 연기가 ‘터닝포인트’였다고 생각해요. 그 때문에 <미생>에도 출연할 수 있었거든요. 사랑을 많이 받아 행복하지만, 온전히 행복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단 것에 취하는 상황이거든요. 이 달달한 것들이 들어와 나를 망가뜨릴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과연 어느 정도까지 이 달콤함을 취해야 하나 생각이 많아져요. 몇몇은 ‘편하게 사는 게 어떠냐’고들 하시지만 편하게 있다가 제 것을 잃고 싶지 않아요. 좀 더 예민하게 굴고 싶고, 첨예하고 싶어요. 그래서 행복은 하지만, 행복을 경계하는 모습이 됐죠.”

스스로 날을 세우려 애썼던 그가 현재 관객들에게 보이고 있는 모습은 <쎄시봉> 속 윤형주다. 그의 아버지는 실제 극중 등장하는 ‘쎄시봉’의 라이벌 클럽 ‘오비스 캐빈’에서 기타를 쳤다. 그래서 1960년대를 주름잡았던 윤형주의 노래는 그에게 익숙했다. 그는 영화 속에서 윤형주 특유의 미성과 영어 발음에서 ‘R’자를 굴리는 특유의 창법을 완벽하게 따라했다. 비록 가상의 인물 오근태(정우)와 민자영(한효주)이 도드라지면서 윤형주의 분량은 많이 줄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단지 진짜 윤형주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김현석 감독의 영화 ‘쎄시봉’에서 서울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의 전속가수 윤형주를 연기한 배우 강하늘. 그는 곧 영화 ‘순수의 시대’ ‘스물’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극중 의대생이던 형주가 왜 가수가 되려하는지 좀 더 자세히 찍었지만 시간 관계상 소개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윤형주 선배님에게 죄송해요. 영화의 정서가 좋았어요. 전 2010년대를 살고 있지만 사람이 사랑하는 감정은 시대를 구분하지 않는 것 같아요. 부산에서 살다가 충북 청주에서 초등학교를 다녔거든요. 당시 청주는 아직 많이 발전하지 않아서 공중전화로 10원짜리를 넣어 통화하는 사람이 꽤 많았어요. 그런 기억들이 역할에 자연스럽게 몰입하도록 도왔어요.”

그는 공교롭게도 <쎄시봉>에서도 그랬지만 이른바 잘 배운 ‘인텔리’ 역할을 주로 했다. 장백기와 윤형주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는 “교복을 입었을 때도 많았다”면서 “그렇다고 학생 역 전문 배우로 굳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나. 결국 마음이 행동을 낳는다고, 이미지가 굳어지지 않는다는 생각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현석 감독의 영화 ‘쎄시봉’에서 서울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의 전속가수 윤형주를 연기한 배우 강하늘. 그는 곧 영화 ‘순수의 시대’ ‘스물’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생각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고, 꿈도 많은 강하늘.그는 좋은 배우가 되는 일에서만큼은 시간을 들이고 싶어한다.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는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하지만 모든 성과가 모이는 과정은 빠를 필요가 없다. 그는 그만의 연기관을 덧붙였다.

“연기하는데 꼭 마음에 두는 말이 있어요. ‘배우고, 배우고 또 배워서 배우면 배우가 된다’는 말요. 저는 저를 소개할 때 ‘배우’ 강하늘이라고 소개하는 일이 꿈이에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이 우선인 것 같아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충분히 느끼고, 화내고, 울고, 화내고 또한 판단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2~3년 앞만 볼 수 없어요. 천천히 가고 싶습니다.”

김현석 감독의 영화 ‘쎄시봉’에서 서울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의 전속가수 윤형주를 연기한 배우 강하늘. 그는 곧 영화 ‘순수의 시대’ ‘스물’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그는 인터뷰를 끝낸 후 <쎄시봉> 시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그 이후에는 연극 연습을 하고, 영화 <스물>의 후시녹음도 해야 한다고 했다. 퀭한 얼굴이었지만 눈빛만큼은 생기가 돌았다. 인생 가장 싱그럽고 큰 에너지를 가진 20대 강하늘 지금의 모습이었다. 배우고 또 배울 그는 과연 또 얼마나 자라있을까.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 기다리는 마음이 바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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