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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았던 간통죄, 110년의 역사를 아시나요?

대한민국 형법상 간통죄는 축첩제도를 폐지하고 일부일처제도를 확립하기 위해 제정됐다. 남녀를 모두 처벌함으로써 여성의 지위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약자인 여성에겐 불리할 수 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전에 간통죄는 유부녀를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1905년 대한제국 형법은 기혼여성이 간통한 경우 해당 여성과 그 상간자를 6월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1912년 일제의 조선형사령도 기혼여성의 간통에 대해서만 그 상간자와 함께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유부남과 미혼여성의 간통은 처벌대상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여성의 간통만 처벌하는 것을 비롯해 간통죄 존치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남녀를 동일하게 처벌하되 친고죄로 두는 형태의 법안에 대해 출석의원 110명 중 과반수(56명)을 단 1표 넘긴 57명의 찬성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1985년 형사법 개정특별위원회 소위원회와 1989년 법무부형법개정소위원회에서 간통죄 폐지 의견이 모아졌으나 1990년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수포로 돌아갔다.

1992년 입법예고된 형법 개정안에는 간통죄가 삭제됐다. 그러나 ‘시기 상조’라는 비판에 부딪혀 ‘징역 2년 이하’를 ‘징역 1년 이하’로 줄이고, 500만원 이하의 벌금 조항을 신설하는 안으로 수정했으나 역시 입법화 되지 못했다. 2010년 형사법개정 특별분과위원회의 간통죄 폐지 의견도 반영되지 않았다.

현행 간통죄는 배우자의 고소에 의해(친고죄) 이뤄진다.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사전승낙)하거나 유서(사후승낙)한 경우 고소할 수 없다. 대법원은 ‘부부가 더 이상 혼인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없는 사정이 인정’ 되면 간통을 종용한 것으로 본다. 간통을 고소하려면 이혼한 상태거나 이혼소송을 먼저 제기해야 한다. 다시 혼인하거나 이혼소송을 취하하면, 고소는 취소된 것으로 간주한다.

간통죄 폐지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 시민은 “간통죄가 폐지되면 사생활이 문란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헌재 결정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다른 시민은 “이미 사문화된 것과 마찬가지인 간통죄가 이제야 폐지된다니 늦었지만 다행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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