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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됐다” 8년을 기다린 ‘곰표 돌직구’

“원래 공이 돌이에요, 돌. 빠르면서도 묵직하게 꽂히는 게 맞아도 멀리 가는 공이 아니죠. 이런 볼만 던질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죠.”

두산 오른손투수 김강률(27)은 팀 관계자들을 가슴 설레게 하는 남자다.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서 훈련을 이끌고 있는 김태형 두산 감독도 김강률 이름이 나오면 기대감에 두 눈이 살짝 하트 모양이 되기도 한다.

김강률은 미국 애리조나 캠프를 거쳐 미야자키 2차 캠프를 보내는 동안 올해 주목할 1순위 선수로 떠올라있다.

두산 김강률이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서 꽃밭을 등지고 하늘을 보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김강률 본인부터 전에 없던 경험을 하고 있다. 지난 21일 소프트뱅크전에서 1이닝 2삼진 무실점, 지난 24일 오릭스전에서 1이닝 1삼진 1안타 무실점, 또 지난 28일 홍백전에서는 1이닝 동안 공 6개로 아웃카운트 3개를 잡는 등 깔끔한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최고구속 154㎞를 찍으며 150㎞대 패스트볼을 꾸준히 던지고 있다.

김강률은 인터뷰란 얘기에 잠시 머뭇거렸다. 겨울의 희망을 봄의 비극으로 마무리지은 게 한두 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강률은 경기고를 졸업하고 2007년 두산 입단 뒤 1군 성적으로는 1패 1세이브에 3홀드를 기록한 것이 전부다. 오승환(한신)을 연상시키는 ‘돌직구’로 잠재적 마무리 후보로 떠올랐다가 가라앉기를 거듭했다.

“작년에는 2차 일본 캠프에서 라이브피칭하다가 아파서 빠지고, 재작년에는 시범경기에서 아팠죠. 제가 그다지 ‘감’이 좋은 스타일이 아니어서 한번 쉬면 원래 밸런스를 다시 찾는데 오래 걸려요. 올해도 그래서 조심스럽습니다.”

김강률이 그럼에도 자신있게 시즌을 기다리는 것은 많은 부분의 변화를 통해 시즌을 준비하고 있고, 그 결과를 조금씩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김강률은 “남들은 타자와 싸우는데, 나는 나와 싸움을 매번 해야했다. 타자와 싸움에 집중할 수 있다면 자신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

자기와 싸움은 결국 ‘제구력’에 있다. 던지고 싶은 곳에 던질 수 있는 확률을 높인다면 구위 자체로 타자를 압도할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김강률은 투구폼 변화를 통해 제구에 조금씩 눈을 뜨고 있다.

“공을 던질 때 팔을 뒤로 빼는 ‘백스윙’을 짧게 바꿨어요. 우연한 기회에 백스윙 길을 찾았는데, 좋은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차이가 확연했던 제구가 안정적으로 돼가고 있어요. 기복이 줄었어요.”

김강률은 지난해 마무리훈련 중 백스윙을 확 줄이고 네트에 대고 볼을 던져봤는데 옆에 있던 권명철 투수코치의 생각지도 않은 반응을 만났다. “밸런스가 좋다. 괜찮아 보이는데 그렇게 한번 던져보자”는 것이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제구가 조금씩 개선되자 공을 놓는 지점에서도 머뭇거림이 사라졌다. 공 끝에 힘이 더 붙었다.

김강률은 “작년까지만 해도 캠프에서는 140㎞ 후반대가 나오다가 귀국한 뒤 150㎞대로 올라갔는데, 올해는 캠프에서부터 구속이 더 나오고 있어요. 154㎞로 나왔다는 얘기에 저도 놀랐어요.”

김강률은 2011년 6월28일 프로데뷔 처음이자 유일한 세이브를 올린 기억이 있다. 당시 마무리 정재훈이 갑작스럽게 팔 통증을 호소해 외야 불펜에 있던 김강률이 부랴부랴 마운드에 올랐다.

“연습투구를 하는데 150㎞대가 찍혔는지 ‘쟤 뭐지’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리고 나서 어떻게 잘 던져서 세이브를 했어요.”

김강률은 우연히 만들어진 당시 상황을 조만간 일상화할지 모른다. 올해 출발 보직을 여전히 보장받지는 못했지만 일단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김강률을 승리조 셋업맨 후보 중 한명으로 올려놓고 있다. 이에 김강률은 “올해 목표는 내 자리를 잡는 게 먼저”라며 먼 꿈을 미리 입에 올리는 대신 조심스런 출발을 다짐했다.

김강률은 키 188㎝에 98㎏의 특급 하드웨어도 갖추고 있다. ‘돌직구’를 던지지만 ‘꽃남’처럼 얼굴도 잘 생겼다. 2015시즌 프로야구를 들뜨게 할 ‘물건’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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