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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44인에 고함 “편하고자 하면 죽음뿐이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SK 사령탑으로 첫 시즌을 보낸 2007년보다 선수단 미팅 시간을 자주 갖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비활동기간 훈련금지 문제가 불거져 한달 이상 ‘훈련 공백’이 생기며 준비기간이 촉박해진 탓에 하루 일정을 훈련하는 것으로 대부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가 막바지로 접어든 1일에도 “개막까지 한달만 여유가 더 있으면 좋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이 이따금 선수단 미팅을 하면서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최근 미팅에서는 30대 이상 중고참 선수들을 향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 감독실에서 인터뷰를 하며 살짝 웃고 있다. 안승호 기자

한화 선수단에서 나이 서른이 넘은 선수는 44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는 등록선수 67명에서 빠진 선수도 있지만, 44명이라는 숫자는 전체 비율을 감안하면 높은 편이다.

김 감독은 “44명이 20대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이 생각을 해야한다. 미팅에서도 ‘너희 스스로 나이 먹었다고 생각하면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과 똑같다’는 말을 해줬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어 “캠프 와서 선수들에게 ‘너희들에 맞춰 훈련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영원히 이기지 못한다’고 해줬다. 나이 먹은 아이들이 편해지면 안된다. 편안해지는 만큼 죽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이 서른 넘은 선수들에 대해 별도의 메시지를 던진 것은 캠프에서 확인한 한화 선수들의 조합 때문이다. 이를테면 1군 선수들 또는 간판급 선수들을 견제할 만한 선수층이 엷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1군 경기를 어린 선수를 키우는 데 투자할 수도 없는 일이다.

김 감독은 캠프 기간 동안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보면서 한명씩 가리키며 “저 정도 선수가 지금 1군 가까이 와줘야하는데 상당히 더디다”는 말을 자주 했다.

돌려보면 한화가 올시즌 순위표에서 바닥을 벗어나 치고 올라가려면 30대 이상 기존 선수들의 행보가 ‘키’가 될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려면 30대 이상 선수들이 해줘야한다. 그 틈에 어린 아이들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그들에게 안겨주고 싶은 것은 ‘위기 의식’이다. 캠프를 차린 뒤로 선수들 사이에 이른바 ‘절박함’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그 부분부터 바꾸자는 데서 방향을 잡아갔다.

선수들 사이에 위기의식이 부족했던 이유는 최근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무는 등 오랜 시간 순위싸움에서 밀린 탓일지 모른다. 위기의식은 갖고 있는 것을 잃을 때 나타나는 것이지만, 한화에는 그게 없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지난 28일 일본 오키나와 캠프 고친다구장에서 펑고를 치고 있다. 안승호 기자

김 감독은 “와서 보니 위기가 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여기선 괜찮지만, 연말에 옷벗을 아이가 많이 생길 수 있다. 그때 급하다 여기지 말고 지금 하라’고 했는데 그 힘으로 아이들이 이만큼 따라온 것 같다”고 캠프 초기 미팅 내용 한 토막을 소개하기도 했다.

1942년생인 김 감독은 올해로 만 73세가 됐다. 김 감독 스스로 나이에 밀려 퇴보하는 것을 거부한다.

김 감독은 몇년만에 러닝을 시작했다. SK 사령탑이던 2010년 허리 디스크 수술 뒤 재활을 거쳐 빨리 걷기는 해왔으나, 러닝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뛸 수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노력했다. 러닝머신을 타면서도 한단계씩 올린 끝에 과거처럼 뛰는 것이 가능해졌다.

김 감독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뛰지 못했다. 그러나 내 스스로 살 길을 찾았고, 그 힘으로 다시 펑고도 칠 수 있게 됐다”며 “그저 편하고자 한다면 죽어가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화 김태균이 지난 28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펑고를 받은 뒤 운동장에 누워있다. 안승호 기자

지난 28일 오키나와 캠프 고친다구장에서 팀의 주장이자 간판인 김태균(33)을 3루에 두고 1시간 가까이 펑고를 치면서도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펑고를 마친 뒤 김태균은 녹초가 돼 그라운드에 쓰러졌지만, 500개 넘게 타구를 날린 김 감독 이마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김 감독 스스로 에너지를 발산했다. 더불어 김 감독은 김태균이 한 발 더 올라서기를 바라고 있다. “김태균은 더 할 수 있다. 그 길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어쩌면 이는 기로에 선 한화의 중고참 선수들 모두를 향해 던지는 공통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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