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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얼굴’ 마친 서인국 “첫 사극, 현장이 연기학교였다” [인터뷰]

가수 겸 배우 서인국(28)의 모습은 늘 극적인 데가 있다. 음악을 듣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일을 마냥 좋아하던 울산 소년에서 어느 날 갑자기 국민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자가 됐고, 벼락같이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처음에는 친근함이 돋보이던 외모였지만 20㎏ 가까이 체중을 빼 날렵한 ‘훈남’으로 데뷔했다. 그러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2012년 안방극장 신고식을 치르더니 어느새 8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마친 배우가 돼 있었다. 그런 그가 최근 끝난 KBS2 수목극 <왕의 얼굴>을 통해서 사극 연기자로 변신했다. 오랜만에 달콤한 휴식에 한창인 그는 촬영 초반 다쳤다는 콧날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도 않은 상태였다.

최근 종방한 KBS2 드라마 ‘왕의 얼굴’에서 서자 출신으로 왕에 오른 광해를 연기한 배우 서인국. 사진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 첫 사극이었다.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재미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처음에는 적응이 힘들었죠. 사극 분장은 몇 시간 씩 하고 옷 입는데도 시간이 걸렸어요. 대사도 입에 잘 안 붙어 고생했죠. 현대극은 ‘야’라고 하면 ‘왜’하고 받을 수 있는데. 사극은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대화가 흘러가더라고요. 하지만 나중에는 적응이 되니까, 이 역시 재미가 있었어요.”

- 서자 출신으로 태어나 결국 왕이 된 인물을 연기했다.

“결국 이 작품은 광해의 성장기였어요. 사극 연기 특유의 분위기도 있었겠지만 전 인간이 변해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전란으로 피폐해진 백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질시하는 아버지를 어떻게 봐야 하나, 그리고 사랑하는 김가희(조윤희)를 어떻게 봐야하나 그런 생각이 많았어요. 결국 많은 고민들을 안으로 가져야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아버지를 향한 눈빛이 조금만 더 거칠어지면 부자의 관계가 틀어질 것 같더라고요. 아버지에게 ‘그 말은 틀렸습니다’라고 말하는 아들 광해가 아닌 ‘아바마마, 잘못 생각하고 계십니다’라고 말하는 광해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최근 종방한 KBS2 드라마 ‘왕의 얼굴’에서 서자 출신으로 왕에 오른 광해를 연기한 배우 서인국. 사진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 나중에 지성과 현빈 주연의 드라마가 들어와 수목극 전쟁이 흥미로웠다.

“시청률에 현장이 좌지우지 되는 경우도 있긴 해요. 하지만 대부분 모니터하기도 바빠 결과를 잘 챙겨보진 못하죠. 시청률이 아쉬우면 분명 현장 분위기가 가라앉아요. 제가 이번에 KBS 드라마 첫 주연을 했는데 책임감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힘이 빠지면, 현장에서 힘이 빠지니까 더 힘을 냈어요. 일종의 본능이었던 것 같아요.”

- 초반에 눈과 코에 부상을 당하는 등 액션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그래도 재미가 있어요. 뿌듯함이 있고요. 안전을 위한 장치들이 많아서 몸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는데 촬영을 한 다음 모니터링을 하면 더욱 욕심이 났어요. 합을 맞추면서 액션을 하는데서 오는 쾌감이 있어요. 찍으면서는 합이 맞을까, 제대로 보일까 걱정이 많지만 화면에서 진짜 액션으로 보이면 짜릿하죠. 그래서 사극을 또 한다면 액션을 하고 싶어요.”

최근 종방한 KBS2 드라마 ‘왕의 얼굴’에서 서자 출신으로 왕에 오른 광해를 연기한 배우 서인국의 연기장면. 사진 KBS 방송화면 캡처

- 사극을 또 해보고 싶나.

“이번에는 왕자에서부터 시작해 왕까지 해봤잖아요. 다시 출연한다면 무사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누가 봐도 헐렁한 성격에 능글맞지만 싸움에 나서야 할 때는 누구보다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요. 사극은 제가 연기하면서 처음으로 제 성격을 섞지 않는 연기를 하게 해 줬어요. 제게 지금까지 연기란 저를 기준으로 해서 인물을 만드는 것이었거든요.”

-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스타로 이제는 배우로도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사실 연기를 제대로 배운 게 아니기 때문에 기초를 닦고 싶다는 생각도 들 것 같은데.

“물론 저 스스로 연기를 혼자 배우는 일도 가능하겠지만, 저는 현장에서 많은 걸 배우고 싶었어요. 어떤 드라마에서 또는 영화에서 어떤 선배를 만나게 될지, 그 이후에 그 사람에 무엇을 배우게 될지 기대가 되는 거예요. 현장이 학교라고 생각해요. 캐릭터를 만들고 펼치는 과정에서 함께 연기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참조하는 거죠. ‘아, 이런 연기를 이렇게 하는구나’ ‘내가 연기를 하면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생각해볼 수 있어요.”

최근 종방한 KBS2 드라마 ‘왕의 얼굴’에서 서자 출신으로 왕에 오른 광해를 연기한 배우 서인국. 사진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 출연하는 드라마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에서 노래를 많이 부르지만 앨범은 2013년 발표한 <웃다 울다> 이후로는 소식이 없는데.

“안 그래도 최근에 팬들과 팬 미팅 자리에서 만났거든요. 가수 활동에 대한 부분이 많이 궁금하실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 이야기를 노래로 준비하고 있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말했어요. 지금까지 데뷔를 해서 제 이야기가 아닌 노래를 많이 불렀어요. ‘그냥 이쯤 되면 앨범을 내야하지 않나’라는 생각보다는 제 이야기가 쌓이고, 제 스스로의 멜로디가 준비됐을 때 앨범을 내고 싶어요. 부랴부랴 준비하는 것보다는 좀 더 ‘서인국다운’ 음악을 갖고 팬들 앞에 나서고 싶어요.”

- 최근 가수 겸 연기자 도희가 본인을 이상형으로 지목했다. 서인국의 이상형은 누군가.

“외모 쪽으로는 따로 기준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그 사람을 처음 봤을 때 매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예의가 있고 이런 부분은 기본적인 것 같고요. 딱히 ‘예쁘다’는 느낌보다는 첫 인상에서 보이는 매력, 느낌이 좋은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하면 꼭 ‘어느 걸그룹의 누구?’란 식으로 질문이 좁혀오는데…. 아 정말, 누구랑 비슷하다고 말하기 애매해요. 억지로 말하는 것 같다니까요.(웃음)”

최근 종방한 KBS2 드라마 ‘왕의 얼굴’에서 서자 출신으로 왕에 오른 광해를 연기한 배우 서인국. 사진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 인터뷰를 다 마치고 나면 혼자가 된다. 무엇을 하고 싶나.

“<왕의 얼굴>을 마치고 허전한 마음이 제작진과 간 MT로 조금 풀렸어요. 이제 하고 싶은 거 할래요. 최근에 게임기 CD를 잔뜩 샀어요. 일주일 동안 실컷 게임하고 싶어요. 그렇게 스트레스를 다 풀고 나면 운동을 하면서 스스로를 다져야죠.”

- 올해 계획은 어떤가.

“지금 음악 작업도 계속 틈틈이 하고 있어요. 조금 있다 일본에서 새 싱글이 나오는데 제가 작사하고 작곡한 노래에요. 제가 하나를 할 때는 다른 일은 잘 못해서 연기할 동안에는 음악작업에 좀 소홀한 면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음악에 좀 집중하면서 어떻게 연기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차근차근하게 생각하고 싶어요. 당장 출연이 결정됐다거나 하는 작품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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