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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 강예원 “군대 다녀와서 내려놓는 법 배웠어요” [인터뷰]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 첫 번째 여군특집의 가장 큰 수혜자는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 혜리였다. 신병교육대를 마치고 부사관학교로 향하던 순간, 그가 자신에게 냉정하게 대하는 조교를 향해 “이잉~”하고 애교를 부릴 때 거짓말을 조금 보태 혜리의 인생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최근 방송된 두 번째 여군특집에서 가장 관심을 얻은 병사는 누구였을까. 같은 걸그룹 출신이라는 에이핑크 윤보미, 군인인 할아버지의 기개를 이어받아 울지 않으려 노력했던 배우 박하선, 첫 외국인 여군병사로 군대용어에 적응하지 못했던 걸그룹 에프엑스의 앰버도 있었다. 하지만 여군특집의 목적이 지금껏 보이지 않았던 여자 연예인들의 새로운 모습을 조명하는데 있었다면 배우 강예원(35)이 가장 적합한 주인공이었다.

강예원은 훈련 과정 중 먼 곳이 잘 안 보이는 원시 증상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렸고, 이 때문에 알이 굵은 돋보기안경을 써 ‘아로미(만화영화 개구리 왕눈이의 여주인공)’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많은 조교들의 훈육대상이기도 했다. 영화계에서는 ‘악바리’ 같은 근성을 발휘하던 그가 군대에 가서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렸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는 짧은 병영체험으로 무엇을 얻었을까.

MBC ‘일밤-진짜 사나이’ 여군특집 2탄의 멤버로 출연한 배우 강예원. 사진 SM C&C

- 유달리 눈물이 많은 후보생이었다.

“말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저라는 사람은 군대와는 잘 안 맞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제가 민폐를 저지르는 것 같고,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 같으니까 스스로가 너무 싫었어요. 사실 훈련 상황이 힘들어 제작진 입장에서는 재미있는 부분이 없었을 거예요. 결국 사건은 제게 와야 터지니까 제작진의 편집이 이해되기도 했어요. 군대에 가서 태어나서 가장 많이 혼난 것 같아요. 지금 다시 들어가면 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부상 때문에 깁스를 하는 등 몸 고생이 심해보였다.

“제가 잘 다치는 이유는 간단해요. 잘 안 보여서 그래요. 원시와 난시 차이가 심해서 어렸을 때부터 잘 넘어졌어요. 저는 매니저들이 레드카펫에 설 때 가장 긴장하는 배우 중 하나예요. 넘어질까 봐요. 원시 때문에 돋보기를 써요. 연기할 땐 벗는데 오히려 그때는 보이는 게 없어서 집중하긴 편해요.”

MBC ‘일밤-진짜 사나이’ 여군특집 2탄의 멤버로 출연한 배우 강예원. 사진 SM C&C

- <진짜 사나이>를 통해 민낯도 공개했는데.

“제작진에게 비는 수준이었어요. 제발 BB크림은 바르게 해달라고요. 그런데 오히려 이게 또 민폐가 되더라고요. 그냥 바르면 되는데 나 때문에 혼날 수도 있는 상황이 됐거든요. 그냥 낱낱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보여주니까 창피하지도 않고 편했어요. 그냥 거울을 보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전 제가 잘 운다는 것도 몰랐거든요. 이제 정말 다시 예능 프로그램을 한다면 밝은 성격을 살렸으면 좋겠어요.(웃음)”

- 여군특집 1기를 봤는지 모르겠다. 2기는 어떤 분위기였나.

“1기랑은 달랐어요. 다들 군인이 되려고 경쟁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휴식 중에 저희끼리 이야기를 했죠. ‘우리 너무 여유가 없었던 것 아니냐’고요. 저희가 너무 FM(야전교본. 군 생활을 정석으로 하는 일을 일컫는 은어)이었던 거죠. 우리가 순진했던 거예요. (박)하선이는 나를 도와줄 수밖에 없는 모범생이었어요. 화생방도 하선이 없었으면 큰 일 날 뻔 했죠. 화생방이라도 안 했으면 정말 누리꾼들에게 비호감 최고가 됐을 걸요? 보미는 마음에 여유가 있어보여 좋았어요. 다들 끝나고 자주 못 보지만 하선이, (김)지영 언니, (안)영미까지는 잘 만나요.”

MBC ‘일밤-진짜 사나이’ 여군특집 2탄의 멤버로 출연한 배우 강예원의 방송화면. 사진 SM C&C

- 예능을 통해 드러난 모습은 털털한 듯 하면서도 여린 모습이었다.

“있는 그대로가 다 나온대요. 숨길 수가 없대요. 거짓말을 하다가도 들통이 나죠. 털털하지만 눈물도 많은 편이에요. 밥을 먹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면 웃고 떠들다가, 다시 또 의기소침해지기도 해요. 다들 제 성격을 어찌 보시는 지 좀 궁금하긴 해요. 감수성이 너무 휙휙 바뀌는 편이거든요. 사람들이 저를 보고 ‘독특해’ ‘4차원이야’라고 말할 때도 있어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예능을 하다 보니 저에 대한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병영체험을 하고 나서 어떤 점이 바뀌었나.

“편안하게 보고 싶은 것을 보게 됐어요. 어떤 연기를 하고, 이런 배우 또는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들을 하잖아요. 저는 이제 민낯을 내놓게 됐으니 자연스럽게 마음을 놓게 돼요. 배역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더라고요. 큰 욕심을 부리지 않게 됐어요. 굳이 신비롭게, 카리스마를 유지하면서 살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거죠. 마음이나 몸이 극한의 상황으로 가다보니 두렵고 떨렸던 부분이 자연스럽게 유연해지기도 하더라고요. 많이 두려워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제가 시간이 필요하고, 시간 안에서 깨달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느꼈어요.”

MBC ‘일밤-진짜 사나이’ 여군특집 2탄의 멤버로 출연한 배우 강예원의 방송화면. 사진 SM C&C

- 다시 여군특집을 하면 갈 생각이 있나?

“아, 이 프로그램이 두려워요. 사실 이런 관심과 기대를 받은 적도, 바란 적도 없긴 하거든요. 이런 부분 때문에 두려워서 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를 놓고 광고 섭외를 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게 <진짜 사나이>의 위력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아직 제 담력으로는 이렇게 힘든 상황을 맞설 용기가 없는 것 같아요. 큰 인기를 노리고 이 프로그램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다시 오라고 하면 무서워 할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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