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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가 보여준 ‘졸탄 세리머니’의 의미

강정호(28·피츠버그)는 4일 새벽 토론토와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홈런을 때린 뒤 베이스를 돌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면서 두 손을 편 뒤 엄지 손가락을 펴서 맞대는 세리머니를 했다. 이제는 피츠버그의 상징이 된 ‘졸탄(Zoltan) 세리머니’다.

졸탄 세리머니는 코미디 영화 ‘내 차 봤니(Dude, where’s my car?)’에서 외계인인 졸탄이 하는 세리머니다. 졸탄의 머릿글자 Z 모양을 두 손으로 만드는 형태다. 왼손이 위로 올라가는 게 정석이다.

영화 ‘내 차 봤냐’에서 졸탄 역을 맡은 배우 할 스파크스가 2012년 7월 26일 피츠버그와 시카고 컵스의 경기에서 시구에 앞서 졸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영화가 개봉된 것은 2000년, 피츠버그의 ‘세리머니’가 된 것은 2012시즌 초반이었다. 피츠버그 선수들은 애틀랜타 원정 경기 중이었다. 애틀랜타의 홈구장인 터너 필드 원정 라커룸 TV에서 마침 영화 ‘내 차 봤니?’가 상영되고 있었다.

피츠버그가 마지막 ‘가을야구’를 한 것은 1992년이었다. 마지막 가을야구 경기가 바로 그 곳, 애틀랜타의 홈구장 터너 필드에서 열렸다.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에서 9회말 2아웃 프란시스코 카브레라에게 끝내기 2타점 안타를 맞고 진 뒤 19년 동안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피츠버그는 하필 2011시즌 7월, 애틀랜타와의 19회 연장 경기에서 아웃이 세이프로 판정되는 바람에 졌고, 그 경기에서 패하며 1위에서 3위로 내려앉은 뒤 가을야구에 또 실패했다. 당시 애틀랜타의 19회 끝내기 땅볼을 기록한 선수가 두산에서 뛰었던 투수 스캇 프록터였다. 피츠버그는 애틀랜타와의 악연을 뛰어넘어야 했다.

‘졸탄 세리머니’는 일종의 ‘주술’이었다. 영화를 보던 2루수 닐 워커가 “우리도 특별한 세리머니를 하자”고 제안했고, 곧장 손으로 Z 모양을 만드는 ‘졸탄 세리머니’가 시작됐다. 팀 분위기를 하나로 모으기 위한 장치였다.

피츠버그 ‘졸탄 세리머니’의 기원인 영화 ‘내 차 봤냐’의 포스터.

피츠버그 선수들은 타자가 홈런을 때리거나, 수비에서 더블 플레이를 성공시키면 더그아웃 앞에서 ‘졸탄 세리머니’를 하기 시작했다. 팀의 상징적 선수인 앤드류 매커친이 동참했고, 이를 본 피츠버그 팬들도 이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2012시즌 중반이 넘어가면서 ‘졸탄 세리머니’는 피츠버그의 상징이 됐다.

심지어 영화 속에서 외계인 졸탄 역을 맡은 배우 할 스파크스가 피츠버그 경기에 초청돼 시구를 하기도 했다. 물론 ‘오리지널 졸탄 세리머니’도 선보였고, 그날 피츠버그는 시카고 컵스에 이겼다.

피츠버그는 2012시즌 ‘졸탄 세리머니’와 함께 7월 중순까지 지구 1위를 달렸지만 뒷심 부족으로 결국 꿈에 그리던 가을야구에는 실패했고, 북미 프로스포츠 사상 최다 기록인 ‘20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진출’ 기록을 이었다.

‘졸탄 세리머니’가 힘을 낸 것은 이듬해였다. 피츠버그는 2013시즌에도 ‘졸탄 세리머니’를 이어갔고 끝내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어쩌면 ‘졸탄 세리머니’의 힘이다. 졸탄 세리머니는 쭉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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