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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을 앞두고 떨리는 초보 감독들

“우리끼린 살살하자고 말했는데….”

새내기 감독들의 잔뜩 굳어있는 얼굴에선 K리그 데뷔전에 대한 부담감이 절로 느껴졌다. 5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전남 드래곤즈 노상래, 인천 유나이티드 김도훈, 제주 유나이티드 조성환(이상 45) 감독은 모두 1970년생 동갑내기 친구들이다. 꼭 20년 전인 1995년 나란히 프로축구 선수로 데뷔했던 이들은 올해 나란히 감독으로 첫 발을 내딛는다.

이날 미디어데이가 세 감독의 첫 공식무대였다. 노상래 감독은 본 행사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야 감독이 됐다는 실감이 난다”면서 한숨을 내쉬었고, 조성환 감독은 “선수들과 훈련할 땐, 그래도 코치 같은 느낌이었는데 정말 어려운 게 많다”고 하소연했다. 그나마 든든한 것은 같은 처지인 친구들의 존재다. 세 감독은 겨울 전지훈련부터 제주도에서 함께 모여 준비했다. 조성환 감독이 “오랜만에 셋이 한 곳에 뭉치니 신이 났라. 우리끼린 살살하자고 말했는데, 실제로도 그럴지는 모르겠다”고 말하자, 김도훈 감독은 “노상래 감독이랑 조성환 감독이 개막전부터 맞붙으니, 거꾸로 될 것 같은 느낌”이라고 장난스레 화답했다.

K리그 클래식 각팀 감독들이 5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K리그 미디어데이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5.03.05 /사진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세 감독은 경험은 부족하지만, 목표는 뚜렷하다고 했다. 노상래 감독은 팬들의 사랑을 되찾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성적이 나빠도 꾸준히 경기장을 찾아주는 팬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축구를 할 수 있다면 새내기 감독으로선 성공이라는 얘기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지난해 아깝게 놓쳤던 상위스플릿에 올라가고 싶다고 했다.

코치로만 무려 12년간 내공을 쌓은 조성환 감독은 전임 감독인 박경훈 감독이 물려준 ‘숙제’를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지만, 좀처럼 제 몫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미드필더 윤빛가람을 살려내는 게 첫 숙제라면, 8년 내내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FC서울을 올해는 무너뜨리는 게 마지막 과제다. 조성환 감독은 “두 가지만 해낸다면 박경훈 감독님으로부터 칭찬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도훈 감독의 목표는 조금 더 현실적이다. 친구들이 다소 여유로운 사정에서 출발하는 것과 달리 자신은 시·도민구단의 생존 경쟁에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인천은 승격팀인 광주FC·대전 시티즌과 함께 유력한 강등 후보로 손꼽힌다. 김도훈 감독은 “나한테 목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생존’”이라며 “올해 시즌이 끝난 뒤 우리들만의 리그(광주·대전·인천)에서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그게 올해의 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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